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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고령화로 느는 척추질환, 예방·조기치료 중요”

고도일병원 고도일 병원장이 극심한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 때문에 척추수술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한 남성 환자에게 신경성형술 등 비수술 척추질환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도일병원 제공
 
고도일병원 고도일 병원장.


허리통증은 현대인을 괴롭히는 고질병 중 하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고에 따르면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와 척추관협착증으로 2017년 한 해 동안 국내 병원을 찾은 환자가 359만6816명에 이를 정도다.

이는 서울시 전체 인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고, 부산시 인구보다도 많은 수다. 그만큼 요통을 주 증상으로 하는 척추질환이 우리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군림하고 있다는 뜻이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생활양식이 크게 변한데다 고령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퇴행성 척추질환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탓으로 보인다.

비(非)수술 척추질환 치료 전문 고도일병원 고도일(사진) 병원장은 9일 “해를 거듭할수록 고령화속도가 빨라지고, 그만큼 퇴행성 척추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척추질환 예방 및 조기치료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고 병원장은 “허리가 아프면 반드시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 요통 환자 중 수술 외엔 치료할 길이 없는 이는 약 10∼20%에 불과하다. 원인만 명확히 밝히면 수술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호전시킬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 병원장은 최근 20여 년간 비수술 척추질환 치료법을 대중화시키는데 앞장서온 의사다. 그는 본래 척추 수술을 본업으로 삼던 신경외과 전문의였다. 그러나 척추 수술 후 통증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환자, 허리 수술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과 공포감을 가진 환자, 수술까지 받을 필요가 없는데도 뚜렷한 대안이 없어 수술을 받게 되는 환자, 회복과 재활이 더뎌 생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는 환자 등을 만나며 자연스레 비수술 치료법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가 개원 전 호주로 건너가 카이로프랙틱 의사 자격까지 취득하며 가능한 한 수술하지 않고 척추질환을 치료하는 비수술요법을 집중 연마하게 된 배경이다. 고 병원장은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가보벨라 라츠 박사가 보급한 ‘경막 외 신경성형술’(속칭 신경성형술)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 대중화시키는데도 앞장섰다.

고 병원장은 이제 아시아 지역에서 비수술 척추질환 치료사례가 가장 많은 신경외과 전문의로 꼽힐 만큼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고 병원장은 김영삼정부 때 대통령 의료자문의, 청와대 물리치료실장으로 활동하며 김영삼 전 대통령의 건강을 챙기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으로 인한 고통을 쉽게 물리칠 수 있는지 고 병원장에게 물어봤다.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의 원인은

허리디스크는 허리뼈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디스크(추간판)가 외부의 강한 충격이나 압박, 노화 등에 의해 제자리를 벗어나 주위 신경 또는 신경근을 자극해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주 증상은 허리부터 다리까지의 통증과 당김, 다리 저림, 감각 이상 등이다. 심할 경우 하반신 마비나 배뇨장애까지 유발한다.

허리디스크는 연령별로 원인과 성비가 명확하게 갈린다. 30대까지는 교통사고, 스포츠외상 등 뜻밖의 사고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런지 남성 환자가 여성 환자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40대부터는 노화에 의한 퇴행성 변화가 주원인으로 작용하기 시작하며 여성 환자가 많아져 환자 성비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다. 나아가 50대 이후엔 여성이 남성보다 1.7배 가까이 많아진다. 고 병원장은 “갱년기 이후 호르몬 변화에 의해 골다공증 및 골감소증이 빨라지면서 여성들의 골격이 전반적으로 약해지는 것과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척추관협착증은 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 주변 조직이 노화로 변하거나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지면서 척추관이 좁아지고 압력이 높아지며 신경을 손상시키는 질환이다. 허리디스크와 비슷하나 심해질수록 걷기가 힘들어 쉬어야 하는 ‘간헐적 신경성 파행’ 증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척추관협착증 역시 퇴행성 척추질환이다 보니 고령인구 증가와 함께 환자수가 덩달아 늘어나는 추세다. 심평원에 따르면 허리디스크 환자 수는 최근 5년간 큰 변화 없이 정체돼 있는 반면에 척추관협착증 환자 수는 연평균 약 6%(약 10만 명)씩 상승하고 있는 중이다.

신경성형술 등 비수술요법 인기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비수술 척추질환 치료법은 신경성형술과 풍선확장술, 신경공확장술 등이다. 모두 비수술 치료법이기 때문에 시술 시간도 20∼30분 정도로 짧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 전신마취가 필요 없어 고령, 당뇨, 고혈압 환자도 시술이 가능하다.

먼저 신경성형술은 지름 1㎜, 길이 40∼50㎝의 특수 카테터(導管·도관)를 꼬리뼈 쪽으로 삽입해 서로 들러붙은 조직을 풀어주고 약물을 주입하여 염증과 부종, 신경 주위 유착을 제거해주는 치료법이다.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 목 디스크, 급성 요통 및 경추통, 손 저림, 척추전방전위증 등의 치료에 두루 적용된다.

풍선확장술은 풍선 기능을 탑재한 카테터를 병적으로 좁아진 척추관 부위까지 밀어 넣어 먼저 공간을 충분히 확보한 다음에 약물을 주입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주로 척추관협착증 치료에 사용된다.

마지막으로 신경공확장술은 척추관으로부터 신경다발이 뻗어 나오는 ‘신경공’이 비정상적으로 변성된 뼈와 인대 때문에 좁아졌을 때 내시경으로 협착 부위를 넓혀주는 치료법이다.

시술 시 실시간 영상장비(C-Arm)를 활용하기 때문에 안전성과 정확성이 높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시술 후 하루 정도만 입원하면 퇴원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 속도가 빨라 일상생활에 바로 복귀할 수 있어 치료비 부담도 적은 편이라고 고 병원장은 소개했다.

치료 후 재발을 막으려면

비수술 척추질환 치료의 만족도는 필요한 시술을 받은 후 환자 자신이 환부를 얼마나 잘 관리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시술 및 치료 행위는 이상이 생긴 부위를 개선하고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방법일 뿐 그동안 환자 자신의 잘못된 생활습관과 식습관까지 바꿔주진 않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흔히 건강하고 튼튼한 척추를 갖고 싶다면 평소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물론 바른 자세라고 언제나 좋은 것만도 아니다. 고 병원장은 “바른 자세라도 장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척추에 부담을 주게 된다”며 “수시로 움직이거나 틈틈이 스트레칭을 통해 척추에 피로물질이 쌓이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척추질환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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