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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이 휘는것은 삶의 무게 때문?

김용찬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벽에 등을 붙이고 섰을 때 뒤통수와 발뒤꿈치가 모두 벽에 닿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벽에 닿지 않거나, 닿아도 5분 이상 유지를 못 하면 척추 후만증을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할머니들의 등이 굽은 이유는 노화 현상일까? 답은 ‘아니다’이다. 등이 굽는다는 것은 척추에 변형이 온다는 것인데, 50∼60대의 중장년층 및 청소년층 등 젊은 연령대에서도 이런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척추 후만증이라고 한다. 유전적인 요인, 잘못된 생활습관, 폐경으로 인한 골다공증 등이 주요 원인이 된다. 척추 후만증이 지속되면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수명까지 단축될 수 있어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척추는 경추(목뼈), 흉추(등뼈), 요추(허리뼈), 천추(엉치뼈), 미추(꼬리뼈)로 구성돼 있다. 태생기때는 흉추와 천추가 정상적으로 후만돼 있다. 후만이란 척추가 뒤쪽으로 볼록, 전만은 앞쪽으로 볼록한 곡선을 말한다. 태어나서 3∼4개월이 되면 경추가 전만 되면서 목을 가누게 되고, 1년이 넘으면 요추가 전만되면서 보행을 하기 시작한다. 경추에서 천추까지 S자의 형태의 굴곡이 형성되면서 편안하게 직립보행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S자 형태가 정상적인 척추 모양이며, 정상적으로 후만 돼 척추가 더 심하게 굽어지거나 정상적으로 펴져 있는 척추가 굽어지면 척추 후만증이라고 한다.

김용찬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X-ray 촬영을 통해 쉽게 진단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벽에 등을 붙이고 섰을 때 뒤통수와 발뒤꿈치가 모두 벽에 닿는지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벽에 닿지 않거나, 닿아도 5분 이상 유지를 못 하면 척추 후만증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척추 후만증이 어느 정도 진행된 환자들은 전방주시를 하며 직립보행을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걷거나, 무릎을 구부려서 굽어진 허리를 보상하며 걷게 된다. 척추 후만증은 원인에 따라 크게 선천성, 노인성, 자세성으로 분류된다. 선천성은 유전적 요인 등에 따라 척추 후만증이 생기는 경우이며, 발병률은 드물다. 수술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그 진행을 예방할 수 없기 때문에 변형이 심해지기 전 수술을 해야 한다. 김 교수는 “중요한 것은 수술 시기다. 5세가 넘게 되면 55도 이상의 심한 후만 변형이 오게 돼 폐와 심장이 있는 흉강을 열고 교정해야 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대개 1∼3세가 가장 적합한 수술 시기”라며 “선천성 척추 후만증을 방치하면 심장과 폐 성장 자체가 부진돼 심폐기능의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생명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인성 척추 후만증은 퇴행성 변화로 인해 생기며, 후만 된 범위가 다른 후만증에 비해 넓다. 나이가 들수록 척추 뼈마디를 연결하는 디스크가 닳는데, 그렇게 되면 평소 자세대로 뼈가 붙어 고정이 된다. 구부정한 자세로 생활을 한다면 그대로 뼈가 붙어버려 말 그대로 ‘꼬부랑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좌식생활을 하는 동양인, 농사일을 하는 지방 노인 중 후만증 환자가 많다. 또 노인성은 특히 여성에게 많이 생긴다. 여성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복부 근력이 약해지고 폐경 후에 골다공증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칼슘 및 비타민 D 제제 섭취 등으로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고, 골다공증이 있다면 그에 대한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최근 80세 이상의 고령의 환자들도 수술 치료를 한다. 본인이 의지가 있다면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젊은 층에서는 자세성 척추 후만증이 주로 나타난다. 잘못된 자세로 스마트폰, PC 사용 등을 장시간 사용하기 때문인데 초기에는 자세교정, 운동 등으로 교정이 가능하지만 오래 지속되면 자연적인 교정이 어렵다.

김 교수는 “20∼30대 성인의 경우 보조기보다는 뒤쪽 근육을 강화시켜줄 수 있는 배영, 적극적인 근육 스트레칭 등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척추 후만증 예방을 위해서는 허리와 목을 오랫동안 구부리고 있는 자세로 일하는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 한 자세를 30분 이상 유지하지 않도록 자세를 자주 바꿔주고, 의자에 앉아서 일을 하더라도 스트레칭을 하면서 허리를 펴주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유수인 쿠키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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