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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축제의 계절, 식중독 급증… 이른 더위에 ‘배앓이’ 늘어






 
경기도 여주시가 주최한 한 향토음식요리 경연대회를 찾은 나들이객들이 지난 11일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이 마련한 식중독 예방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식약처 제공


대형 용기서 조리 후 상온 방치 열에 강한 포자 남아 균 증식 퍼프린젠스균 식중독 위험 급증
봄철 야유회·가족 나들이 많고 축제장서 집단 발병 위험 높아
상처있는 손으로 조리하거나 뜨거운 음식 냉장고 바로 넣으면 내부 온도 올라 다른 음식도 위험


곳곳에서 지역축제가 열리고 있다. 규모에 따라 하루 수십만명의 나들이 인파가 몰리기도 한다. 지역축제에서 빠지지 않는 게 먹거리다. 그런데 봄 정취를 느낄 새도 없이 이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축제장마다 식중독(급성 장염) 비상이 걸렸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커지는 때에는 조리식품의 보관과 섭취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낮 기온은 높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해 음식물 취급에 대한 경계가 느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이맘때 식중독 사고가 급증하는 이유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14일 “야유회나 가족 나들이가 많아지면서 급식이나 도시락 등으로 인한 집단 식중독 사고가 일어나기 쉽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말부터 지역청별로 주요 축제장과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식중독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캠페인은 이번 주말까지 계속된다.

5월부터 세균성 식중독 기승

식약처에 따르면 해마다 300여건, 5000∼7000명의 식중독 발생 신고가 접수된다. 지난해에도 336건, 5649명이 식중독에 걸렸다. 1∼4월 16∼26건이던 것이 5월부터 40건 넘게 발생했다.

올해도 지난 4월 기준 122건, 2321명이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80건, 765명)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1, 2월 각 19건이던 것이 3월 53건(1316명), 4월 31건(524명)으로 급증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 노로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식중독 신고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은 건조하고 추운 겨울에 많지만 3, 4월에도 이따금 발생하는 등 계절을 가리지 않는 추세다. 식약처 관계자는 “기온이 올라가는 5월부터 세균성 식중독이 기승을 부린다”면서 “특히 식품 위생이 허술할 수 있는 지역 축제장에서의 집단 발생이 우려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봄철에는 특히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균에 의한 식중독이 자주 발생한다. 최근 5년간(2013∼2017년) 이 균에 의한 식중독은 총 91건, 3117명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발생의 54.9%(50건), 환자의 53.5%(1669명)가 3∼5월에 집중됐다.

동물 분변과 토양 등 자연계에 널리 분포하는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균은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도 생장이 가능하며 열에 강한 포자(균들의 씨앗)를 만든다. 포자 생성 과정에 독소를 만들어 식중독을 일으킨다. 독소는 열에 약해 75도에서 파괴된다. 하지만 포자는 100도에 1시간 이상 가열해도 죽지 않고 60도 이하에서 깨어나 증식한다. 포자가 남은 조리 식품을 잘못된 온도에서 보관하면 균이 증식하면서 만들어지는 독소에 의해 식중독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대형 용기에서 조리된 수프나 국 카레 등을 방치할 경우 이 식중독 위험이 크다. 대량으로 조리하는 장소에서 발생하기 쉬운 만큼 지역축제나 먹거리 장터, 학교 등 집단급식소, 대형음식점 등에서 특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일교차가 큰 봄철에는 낮 기온은 높지만 아침과 저녁에는 쌀쌀해 음식물을 상온에 그냥 놔두는 경우가 많다”면서 “많은 음식을 한꺼번에 조리해 상온에 그냥 두면 균이 잘 증식해 대형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육류 등 식품은 중심 온도 75도 이상에서 1분 넘게 조리해야 하고 조리된 음식은 가능한 한 2시간 내에 섭취해야 한다. 조리 음식을 보관할 때에는 따뜻하게 먹을 음식은 60도 이상, 차갑게 먹을 음식은 빠르게 식혀 5도 이하에서 보관해야 한다.

조리 음식은 섞이지 않도록 여러 개 용기에 나눠 담아 냉장보관하는 게 좋다. 뜨거운 음식을 냉장·냉동고에 바로 넣으면 냉장고 내부 온도가 올라가 보관 중인 다른 음식도 상할 수 있으므로 식혀서 넣어야 한다. 보관된 음식을 섭취할 경우 75도 이상에서 재가열해야 한다.

음식은 상온에 10분 이상 두지 말아야

이 밖에 살모넬라균, 병원성대장균(O157), 장염비브리오균, 황색포도상구균 등도 식중독을 많이 일으킨다. 전체 식중독의 3분의 2가 세균성이다. 아메바 등 원충(기생충)이나 자연 독(복어 버섯 감자 독)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병원성대장균의 경우 대부분 가벼운 배앓이 정도로 지나가지만 장출혈을 일으키는 유형은 심하면 급성 심부전을 일으키기도 한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약자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분쇄용 가공육 등을 덜 익혀 먹을 경우 잘 걸린다.

살모넬라균은 육류 계란 우유 버터 등에 균을 포함한 동물의 분변이 오염될 경우 사람에게 옮아 식중독을 일으킨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우준희 교수는 “최근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과 녹색 거북이가 살모넬라균의 중요한 오염원으로 주목받고 있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바닷물에 존재하는 장염비브리오균에 의한 식중독은 조개 굴 낙지 생선 등 어패류를 날로 먹어 발생하거나 도마 칼 행주나 조리자의 손 등을 통해 2차 오염되곤 한다. 어패류는 수돗물로 깨끗이 씻고 횟감용 칼 도마 등은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

식중독 예방의 지름길은 철저한 개인위생에 있다. 외출 뒤, 더러운 것을 만지거나 화장실에 다녀온 뒤 손씻기는 필수다. 손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음식을 조리해선 안 된다. 황색포도상구균에 오염돼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림대 이재갑 교수는 “흔히 잘못 알고 있는 게 냉장보관된 음식은 안전하다고 믿는 것인데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음식이나 음식 재료가 요리 중이나 이동 중에 오염됐다면 냉장고에 넣어 두더라도 음식물 속에 균이 그대로 살아있고 계속 자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차게 먹어야 하는 음식도 끓인 후에 식혀 먹는 게 좋다. 냉장 또는 냉동해야 하는 음식은 상온에서 10분 이상 방치하지 말고 냉장실 보관도 하루 이상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글·사진=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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