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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얼굴에 벼락같은 통증, 치통으로 오인 마세요”

김찬병원 김찬 대표원장이 삼차신경통 치료를 위해 환자의 이마 쪽으로 알코올 신경차단술을 시술하고 있다. 김찬병원 제공
 
김 원장의 외래진료 모습. 김 원장은 늘 선 자세로 전공의와 간호사들을 주위에, 환자를 마주 앉혀놓고 진료한다. 김찬병원 제공




경기도 수원 권선구 효원로 김찬병원 김찬 대표원장(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은 삼차신경통, 대상포진 후 신경통, 편두통, 목·허리 디스크, 근막통증증후군, 손목터널증후군 등 각종 난치성 통증 해결 전문가다.

김 원장은 특히 삼차신경통 치료에 쓰이는 알코올 신경차단술 경험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의사로 꼽힌다. 1991년 50대 남자 환자를 처음 돌봐준 이래 지금까지 27년간 시술 횟수가 통산 8000건이 넘는다. 세계 최다 실적이다.

국내에선 환자들이 명의를 찾아 지방에서 서울의 대형 병원으로 상경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삼차신경통 환자들만큼은 사뭇 다른 풍속도가 펼쳐진다. 서울을 포함 전국 각지에서 수원시로 몰린다. 김 원장에게 치료를 받기 위해서다.

김 원장은 14일 “여기저기서 치료를 해보다가 도저히 안 돼서 우리 병원에 오는 환자들이 적잖다. 그만큼 절박한 사정을 알기에 전문가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원장의 왼손 엄지손톱은 기형적으로 두껍게 자라 있다(사진). 삼차신경통 치료를 위해 알코올 신경차단술을 반복 시행하며 방사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탓이다. 방사능 피해를 줄이려는 인체 본연의 자기방어 시스템이 작동, 손톱을 이상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김 원장은 1977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 및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 수련을 마쳤다. 84년부터 94년까지 원주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부교수,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아주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주임교수를 역임했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 통증의학계의 대부로 불릴 만큼 후학 양성 및 학술연구 활동도 열심히 했다. 그간 대한통증학회장, 세계통증학회(IASP) 한국지부장, 대한통증연구학회장 등을 지냈다. ‘EBS 명의 김찬 교수의 통증 이렇게 고친다’ ‘김찬 교수의 통증 치료 건강법’ ‘해부생리학 문제해설집’ ‘통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등 저서도 여러 권 펴냈다. 김 원장에게 속칭 통증의 제왕으로 불리는 삼차신경통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는지 물어봤다.

-삼차신경통은 어떤 병인가.

“안면에 분포하는 삼차신경 손상으로 통증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식사를 하거나 양치질, 대화를 할 때 등 일상적 상황에서 얼굴 한쪽 부위에 전기 쇼크와 같은 통증이 벼락 치듯 순간적으로 수초간 나타났다 잠잠해지기를 반복하는 게 특징이다.

삼차신경은 총 12개의 뇌신경 중 제5뇌신경이며 3갈래로 나뉜다. 제1지(상안지)는 이마와 앞머리 쪽에 분포하고 제2지(상악지)는 윗입술, 위 뺨, 윗잇몸, 입천장에 분포한다. 마지막으로 제3지(하악지)는 아랫입술과 아래 잇몸, 혀의 앞쪽 3분의2 지점, 아래턱에서부터 관자놀이 부위까지 뻗어있다. 이들 3갈래 신경가지 중 어디라도 손상이 되면 해당 신경이 지배하는 부위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통증이 얼마나 심한가.

“흔히 벼락같은 통증이라고 한다. 그만큼 칼에 찔린 듯 날카로운 통증이 순간적으로 발생했다가 곧 수그러든다는 뜻이다. 통증 지속시간은 짧게는 0.5초 내지 수초간, 길어야 수십초 내지 수분 이내다. 발작이 잦을 때는 하루에도 수십회 이상 이런 통증이 발생해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치통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는데.

“삼차신경통은 주로 안면과 턱관절 주위에 발생하기 때문에 치아나 턱관절 이상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발치를 하고 난 뒤에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내게 치료 받은 심차신경통 환자 2명 중 1명꼴로 치아 이상으로 오인, 치과를 방문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하지만 삼차신경통과 치통은 통증의 느낌이나 지속시간이 다르다. 치통은 하루 종일 밤새도록 괴로운 반면, 삼차신경통은 짧게는 1∼2초, 길어도 수분 정도 극심하게 아팠다가 괜찮아지기를 반복한다.”

-다른 안면통과 다른 점은.

“일반적으로 삼차신경통은 비(非)정형 안면신경통과 비교되는 경우가 많다. 얼굴에 나타나는 통증이란 공통점만 있을 뿐, 발병원인과 치료법이 달라 주의가 필요하다. 한 예로 삼차신경통은 대부분 얼굴의 한쪽에만 통증이 제한적으로 나타난다. 반면 비정형 안면신경통은 얼굴 한쪽, 양쪽 모두 발생하고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많이 발생한다. 삼차신경통은 말도 못할 정도로 격렬한 통증이 수초간 발작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반면 비정형 안면신경통은 묵직한 통증이 하루 종일 이어지는 게 다르다.”

-삼차신경통은 약물로 치료할 수 없나.

“삼차신경통은 통증의 강도가 너무 강해 일반 진통제로는 제어가 안 된다. 따라서 뇌전증(간질) 환자들이 복용하는 ‘테그레톨’이라는 항경련제를 처방한다. 문제는 이 처방도 10명 중 7명만 효과를 볼 뿐인 데다 그나마 내성이 생겨 약효가 떨어지고 간과 콩팥 기능저하 등 부작용으로 복용을 중단하기 쉽다는 점이다. 따라서 항경련제를 복용할 때는 반드시 월 1회 피 검사를 받아야 한다.”

-수술이나 시술은 어떤 때 사용하나.

“더 이상 약을 쓸 수 없을 때다. 뇌수술 외에도 감마나이프, 고주파 열 응고술, 알코올 신경차단술 등과 같은 방사선 및 비수술요법이 있다. 피부를 통해 약물을 신경가지에 주입하는 경피적(硬皮的) 신경차단술에는 알코올이나 글리세롤을 주입, 일부신경을 파괴하는 신경차단술, 약물 대신 고주파 열로 신경을 죽이는 고주파 열응고술, 방사선으로 신경을 파괴하는 감마나이프, 풍선 압박법 등이 있다. 그래도 해결이 안 될 때는 두개골을 열어 삼차신경과 뇌혈관 사이를 떨어트려주는 뇌신경감압술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이 중 가장 간단한 치료법이 알코올 신경차단술이다.”

-알코올 신경차단술은 어떻게 시술하는가.

“알코올 신경차단술은 X선 영상 모니터를 보며 통증을 일으키는 신경이 나오는 구멍을 알코올로 봉쇄하는 치료법이다. 시간은 5분 정도면 충분하다. 시술과 동시에 통증으로부터 해방돼 1∼3년간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약발이 떨어지는 1∼3년 주기로 반복 시술해야 하지만 환자들의 만족도는 아주 높은 편이다.”

수원=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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