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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황반 모세혈관 확장증 진단·치료법 개발에 전념

아주대병원 안과 이기황 교수가 당뇨망막증으로 손상된 유리체를 걷어내는 수술을 하고 있다. 아주대병원 제공
 
아주대병원 안과 이기황 교수


아주대학교병원 안과 이기황(45·사진) 교수는 망막질환 전문가다. 특히 당뇨망막증과 황반 모세혈관 확장증의 조기진단과 치료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McGill)대학교 세포생물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아주대 의과대학에 편입, 의학사 및 석·박사 과정까지 마치고 안과 임상 교수의 길을 걷고 있는 이색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당뇨환자들에게 임상적으로 널리 쓰이는 ‘디펩티딜 펩티다제4’(DPP4) 차단제 계통의 혈당강하제나 스타틴 계열의 고지혈증 치료제가 당뇨망막증 예방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연구해 SCI급 국제 학술지 ‘레티나(Retina)’와 ‘카디오바스큘러 다이아베톨로지(Cardiovascular Diabetology)’에 잇따라 발표, 주목을 받았다.

또 미세혈관질환인 당뇨망막증과 대(大)혈관질환인 당뇨병성 심근증이 각각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관계이므로 혈당조절과 동시에 두 합병증 모두 경계해야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교수는 임상 의사이지만 기초연구 또한 중요하다고 여겨 현재 서울대병원 안과 김정훈 교수와 공동으로 2000년도에 처음 발견된 H4 히스타민 수용체와 당뇨망막증에서 보이는 병적 미세혈관 변화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 연구가 끝나면 H4 수용체 차단제로 당뇨망막증에 의한 황반부종 치료에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교수는 ‘특발성(원인불명) 중심와부근(황반) 모세혈관 확장증’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명 황반 모세혈관 확장증은 눈 속 망막 정중앙에 위치한 황반부 모세혈관에 발생하는 원인불명의 만성 퇴행신경성 질환이다. 주 증상은 사물이 비뚤어져 보이는 변시증과 시력 저하다.

이 교수는 현재 이 질환을 정복하기 위해 강남세브란스병원, 의정부성모병원, 고려대 안암·구로·안산병원, 실로암안과병원, 강릉아산병원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환자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망막학회 지원을 받아 국내 거의 모든 대학병원이 참여하는 연구조직으로 키울 생각이다. 황반 모세혈관 확장증의 발병원인 규명과 적절한 조기 진단 및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이른바 한국형 ‘막텔’ 프로젝트다. 막텔은 세계적으로 이 병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호주와 미국, 영국의 글로벌 네트워크 ‘마큘라 텔란지에타지아(Macula Telangietasia)’의 약칭이다.

이 교수에게 당뇨망막증과 황반 모세혈관 확장증의 발병 및 진행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다.

당뇨망막증

당뇨망막증은 당뇨 합병증 중 하나로 망막을 구성하는 미세 혈관에 문제가 생기는 병이다. 치료를 소홀히 하면 시력을 영영 잃게 된다.

당뇨 환자들이 평상 시 철저한 혈당조절과 더불어 안과 정기검진을 습관화해야 하는 이유다. 이 교수는 “당뇨 진단을 받은 사람이라면 눈에 아무 이상이 없더라도 적어도 1년에 한 차례 이상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혈당조절이 잘 안 되거나 혈압도 높은 당뇨 환자,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고지혈증), 임신한 여성, 담배를 피우는 당뇨 환자의 경우엔 당뇨망막증이 생길 가능성이 더 높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또 당뇨망막증에 의한 유리체 출혈과 견인성 망막박리, 신생혈관 녹내장 등으로 더욱 빠르게 시력을 잃기 쉽다.

당뇨망막증을 막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당뇨의 관리, 즉 혈당 조절이다. 약물 치료와 함께 잘못된 식생활 습관도 바꿔야 한다. 금주와 금연은 필수다.

당뇨망막증이 진행 중일 때는 범망막 광응고술, 국소 레이저 광응고술, 항체 주사치료, 유리체 절제술 등과 같은 수술요법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들 수술요법이 당뇨망막증의 진행을 억제하는 치료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근본 원인인 당뇨가 사라지지 않는 한 망막 부위의 신경 손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진단은 형광 안저촬영과 빛 간섭단층촬영(OCT) 검사로 한다. 형광 안저촬영이란 팔 혈관을 통해 무해한 형광물질을 주입한 뒤 안저(안구 내부의 뒤쪽에 있는 망막 부분) 내 혈관 사진을 찍는 것이다. 당뇨망막증 진행 정도 및 혈관 이상 여부를 판정하는데 필요하다.

OCT는 일명 ‘눈CT 촬영’으로 불리는 검사다. 망막 단층을 찍은 영상을 보고 황반부종 등 이상 유무를 알 수 있다. 당뇨망막증 치료에 잘 반응하고 있는지 관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 교수는 “일반인도 당뇨와 관계없이 노안이 본격화되는 45세 이후엔 몸소 시력저하를 느끼기 전에 적어도 1년에 한 번 이상 안과검진을 받는 것이 눈 건강관리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황반 모세혈관 확장증

황반 모세혈관 확장증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명확하게 원인 및 치료법이 알려지지 않은 희귀질환이다. OCT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2006년 이후에야 안과 의사들의 관심을 끌게 된 안질환이다.

이 교수는 “환자 수 자체가 적기 때문에 특정 병원 한 곳의 연구만으로는 실체에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어 컨소시엄을 통한 공동연구가 필요하다. 아직도 환자들을 위해 새로이 밝혀내야 할 부분이 많아 집중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반 모세혈관 확장증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1형은 선천성으로 한쪽 눈에만 발생하며 혈관이 확장되면서 풍선처럼 변하는 소형 동맥류를 만들고, 여기서 누출된 액체가 황반부를 부어오르게 하거나(황반부종) 손상시키는 병증이다.

반면 2형은 후천적으로 양쪽 눈에 모두 발생하는 것이 1형과 다른 점이다. 또 중심와(상이 맺히는 망막중심부 황반의 오목한 부위) 주위 신경세포 및 모세혈관의 변성으로 황반이 손상되는 식으로 진행된다. 황반 모세혈관 확장증의 90% 이상은 2형이다.

국내에서 발견되는 2형 황반 모세혈관 확장증 환자는 연령이 대부분 50∼60대다. 눈 검사를 해보면 시력저하와 함께 특유의 이상 소견이 관찰된다. 두 눈 모두에서 황반 부위 모세혈관의 확장, 망막의 투명성 소실, 모세혈관 주행방향 변화, 기름기(지방) 침착, 망막색소상피 증식, 신생혈관 등이 발견되는 경우다.

역시 형광 안저촬영과 OCT로 진단한다. 모세혈관이 확장돼 있고 혈관 누수 현상, 황반부 색소 소실로 인한 과(過)반사 현상, 외측 망막 손상 등이 눈에 띈다.

이 교수는 “망막신경세포의 변성에 따른 혈관의 손상이 주요 원인이며 그 중에서도 뮬러 (Muller)세포의 변성이 방아쇠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뮬러세포는 망막구조 유지에 기둥 역할을 하는 세포로 망막 전(全)층에 걸쳐 분포한다. 망막 내 모든 세포와 교신하며 시세포의 광색소 재활용, 황반색소 대사, 세포외 전해질 및 수소이온 농도 유지, 혈액과 망막 사이 장벽 유지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이 교수는 “결국 뮬러세포와 시세포의 손상에 이어 황반 모세혈관의 변성으로 발전하는 게 아닌가 여겨진다. 이를 조기에 감지, 신경영양인자(Ciliary Neurotrophic Factor)를 투약하는 방법으로 병의 진행을 막으려는 임상시험연구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원=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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