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건강

[And 건강] 유방암 키우는 ‘치밀유방’… 치밀한 검사로 잡자


 
건강검진에서 흔히 찍는 X선 영상에선 치밀유방이 하얗게 나타나 그 뒤에 숨어있는 유방암을 놓칠 수 있다. 국립암센터 제공
 
치밀유방 진단을 받았다면 경험 많은 영상의학 전문의에게 초음파 검사를 추가로 받을 필요가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이미지를 크게 보려면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여기를 클릭하세요

40세 이상 여성 절반 치밀유방이라는데…

국립암센터 연구진, 국내 여성 대상
치밀유방-유방암 상관성 연구 결과
다른 요인보다 최대 위험요인 꼽혀
40대 고도 치밀유방은 9.4배나 높아
폐경 후 위험도는 3.8배로 낮아져
젊은 여성·폐경 전일수록 더 위험

치밀유방의 경우 초음파 검사 해야
X선에서 안 보이던 병변 확인 가능


직장인 유모(39)씨는 9년 전 병원에서 치밀유방이라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왼쪽 가슴 아래 멍울이 잡혀 부랴부랴 병원을 다시 찾았다. 유방 X선 촬영에서 유방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 ‘미세 석회화’가 발견됐다.

유씨는 12일 “아이도 3명이나 낳았고 모두 1년 이상 모유수유를 했기 때문에 유방암은 나와 먼 얘기로 알았다”면서 “치밀유방에 미세 석회화까지 나와 염려된다”고 했다. 얼마 전 방송에서 치밀유방이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는 뉴스를 접한 터라 걱정은 더해졌다.

유씨뿐 아니라 건강검진에서 치밀유방 소견을 듣고 불안해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한 여성은 포털사이트의 지식인 코너에 “지난해 10월 엄마의 유방검사 결과지에 ‘이상소견 없음(단순 치밀유방 포함)’으로 돼 있어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얼마 뒤 자세히 보니 초음파 검사를 받으라고 돼 있어 헷갈린다”는 글을 올렸다.

40세 이상 여성 절반, 촘촘한 유방

최근 우리나라 여성을 대상으로 치밀유방과 유방암의 상관성을 밝힌 대규모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유방은 모유를 만드는 유선과 이동 통로인 유관 등 실질 조직, 유방 형태를 유지해 주는 결합 조직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지방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실질 조직과 지방의 비율에 따라 4가지 유형(실질 조직 25% 미만, 25∼50%, 51∼75%, 76% 이상)으로 나뉜다. 실질의 양이 51%를 넘으면 치밀유방에 해당된다. 유방 조직이 촘촘하고 단단하게 뭉쳐져 있다.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 여성은 서구 여성에 비해 치밀유방이 흔하다. 특히 한국 여성은 폐경(50세 전후) 전에, 젊을수록 치밀유방 보유율이 높고 나이 들며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국립암센터가 2015년 40세 이상 국가 유방암 검진자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50.5%가 치밀 유방에 해당됐다. 연령별로 보면 40∼44세 80.9%, 45∼49세 76.2%, 50∼54세 61.1%로 50세 전후 연령의 절반 이상이 치밀 유방을 갖고 있었다. 이후 55∼59세 44.4%, 60∼64세 32.1%, 65∼69세 21.7%, 70∼74세 14.8%, 75세 이상 7.4%로 보유율이 떨어졌다.

서울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 한원식 교수는 “나이 들수록 유방 실질이 지방 조직으로 대체되기 때문에 점점 치밀유방 빈도가 줄어든다”면서 “할머니들 유방이 힘이 없고 늘어지는 것은 이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고범석 교수는 “유방 실질 조직은 여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많은 변화를 보이는데, 여성 호르몬이 풍부한 시기에 치밀유방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동·서양 여성의 유방 치밀도가 다른 이유는 인종적 차이가 가장 크지만 체질량 지수(BMI), 출산력 등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도 치밀유방, 유방암 위험 5배 높여

그간 국내 여성을 대상으로 유방 밀도가 유방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는 드물었다. 서구에서는 오랜 연구를 통해 치밀유방이 유방암 발생을 4∼6배 증가시킨다는 사실이 확립돼 있다.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주립대(UCSF) 연구진은 유방암감시단 조사에 참가한 여성 20만여명을 대상으로 치밀유방이 유방암의 최대 위험 요인임을 재차 확인했다. 연구에 따르면 치밀유방은 유방암 가족력, 유방 양성종양(혹) 병력, 30세 이후 첫 출산 등 널리 알려진 다른 위험요인 가운데 유방암으로 이어질 위험이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암센터 연구진이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 박보영 교수팀은 2007∼2009년 국가 유방암검진사업 참여자 중 2011년까지 유방암을 진단받은 1561명과 발생하지 않은 여성 6002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유방 실질조직이 전체의 76% 이상 차지하는 고도 치밀유방을 가진 여성은 실질량이 25% 미만인 지방유방 여성에 비해 유방암 발생 위험이 5배 증가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특히 40대 고도 치밀유방 여성의 유방암 위험은 지방유방 여성에 비해 9.4배 높았다. 또 폐경 전이며 고도 치밀유방을 가진 여성의 유방암 위험은 지방유방 여성에 비해 8.5배 증가한 반면, 폐경 후 위험도는 3.8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40대 중등도 치밀유방(유방 실질조직 51∼75%)을 가진 여성의 유방암 발생 위험은 지방 유방 여성보다 5배 높았으나 70대의 중등도 치밀유방 여성에서는 2.5배 증가했다.

한마디로 젊은 여성, 폐경 전일수록 치밀유방이 유방암 발생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한원식 교수는 “서양 여성은 폐경 후, 치밀유방인 경우 유방암 위험의 증가가 더 컸는데 한국에선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는 데 연구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보영 교수는 “국내 30, 40대 여성은 치밀유방이 매우 많으나 연령이 증가하면서 빠르게 감소해 70대에서는 서구와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고 말했다. 서구에서는 젊은 여성의 치밀 유방은 많지 않고 유방 밀도의 감소 속도도 완만하다. 박 교수는 “국내 젊은 여성에서 많은 치밀유방이 높은 유방암 발생률에 기여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치밀유방이 유방암 위험을 높이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알려져 있지 않다.

지난해 말 발표된 2015년 중앙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대부분의 암이 감소 추세인 반면 유방암은 1999년 이후 16년째 증가했다. 주요 암 가운데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세인 암은 유방암뿐이다. 유방암 환자의 70% 정도는 40∼50대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 연령대의 높은 치밀유방 보유율과의 상관성이 있을 수 있다. 박 교수는 “유방암의 지속 증가세는 고지방식 식사 및 육류 섭취, 비만 증가, 과거에 비해 이른 초경, 늦은 결혼과 출산, 저출산, 짧은 모유수유력 등이 우선 원인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이런 요인들은 치밀유방과도 관련이 있다”고 했다.

최근 미세먼지 노출이 치밀유방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도 발표됐다. 미국 플로리다의대 연구진은 미국 여성 27만9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10㎍/㎥씩 증가할 때마다 여성이 치밀유방을 가질 위험이 4%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유방 밀도가 높은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많은 양의 미세먼지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20%가량 높았다. 고 교수는 “미세먼지에 들어있는 화학성분이나 환경호르몬 등 내분비계 교란 물질들이 유방 내 세포 성장을 방해하고 섬유질(실질)조직의 상대적 양을 증가시켜 치밀유방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유방 초음파 검사 추가로 받아야

문제는 건강검진시 흔히 찍는 유방X선(가슴을 눌러 촬영)의 경우 유방암을 놓치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X선 사진에서 유선·유관 등 실질 조직은 하얗게, 지방 부분은 검게 나온다. 즉 치밀유방일 경우 유방의 절반 이상이 하얗게 보이는 것. 그런데 유선 등에 생기는 암이나 양성 혹도 하얀 덩어리로 나타난다. 다시 말해 유방X선 촬영으로는 유방암이 있어도 치밀한 유방 조직에 가려져 발견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현재 국가유방암검진 가이드라인은 40∼69세 여성을 대상으로 유방X선 촬영을 2년마다 한 번씩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20∼30대와 70세 이상 연령의 경우 비용 효과성이 떨어져 국가검진으로는 권장하지 않는다.

40세 이상 치밀유방 여성이라면 유방X선 촬영을 기본으로 하고 유방초음파 검사를 추가로 받는 게 좋다. 유방X선은 가루 형태 암인 미세 석회화 병변을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검사다. 초음파에서는 치밀유방 때문에 X선에선 보이지 않았던 암 등 병변을 찾아낼 수 있다. 양쪽 유방의 대칭이 맞지 않거나 멍울이 잡히고 통증이 있거나 젖꼭지에서 피가 나오는 경우에도 초음파 검사를 추가로 받아봐야 한다. 한 교수는 “단, 초음파는 비용이 많이 들고 불필요한 병변을 많이 찾아내 조직검사로 이어져 암이 아닌데도 불안감이 커지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또 정확한 초음파 판독을 위해선 경험많은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받아야 한다.

20, 30대 여성은 특별한 증상이나 가족력이 없다면 병원 검사를 할 필요 없이 매달 유방을 만져보는 자가검진이 권장된다.

다만 특별한 증상이 있거나 가족력(BRCA 유전자 가진 경우)이 있다면 20, 30대라도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때도 유방X선 촬영보다 초음파 검사가 권장된다. 박보영 교수는 “최근 해상도를 높인 디지털유방촬영기가 보급돼 있어 이를 이용한 검진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