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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칸타타] 왕년의 테니스 여왕, 선교 현장 누빈다

‘19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 여자 테니스 2관왕 김남숙 목사가 25일 서울 강동구의 한 카페에서 간증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1980년대 페더레이션컵 테니스대회에서 백핸드 스트로크를 구사하는 김 목사.
 
김남숙 목사가 지난 10일 서울 성동구 할렐루야선교교회에서 ‘2018 스포츠선교 대상’을 받은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남편 배창근 집사, 김 목사를 강건한 신앙으로 인도한 이광훈 목사, 김 목사.
 
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뒤 함께한 신순호 김남숙 선수, 장영보 감독, 설민경 김수옥 선수(왼쪽부터).


테니스 선수가 되고픈 소녀가 있었다. 하얀 반바지를 입고 공을 치며 땀 흘리는 테니스 선수가 멋있어 보였다. 키가 작고 시력이 좋지 않아 불리한 신체 조건이었지만 소녀는 열심히 테니스장을 들락거렸다. 결국 그는 국가대표 선수가 됐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어려움이 밀려왔다. 신앙으로 하나님을 굳게 의지해 꿈을 견고하게 지켜낼 수 있었다. 19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 2관왕으로, '테니스의 여왕'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김남숙(61·서울 샘터교회 협동) 목사의 이야기다.

김 목사는 지난 10일 서울 성동구 할렐루야선교교회(이광훈 목사)에서 세계스포츠선교회(대표회장 임석순 목사)로부터 ‘스포츠선교 대상’을 받았다.

그가 각종 경기에서 받은 금·은·동메달을 체육인 복음화를 위해 헌금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 헌금은 체육인교회(현 할렐루야선교교회) 건축설계비로 사용됐다.

“국내외 테니스 경기에서 받은 메달을 모두 바쳤어요.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신 값진 메달이니 감사한 마음에 헌금한 것뿐입니다.”

25일 서울 강동구 카페에서 만난 그는 공교롭게도 메달을 바친 할렐루야선교교회에서 이번 상을 받게 됐다고 귀띔했다. “이곳에 오면 옛날 생각이 많이 나요. 경기가 잘 안 풀리고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이 교회에 들러 말씀과 기도로 다시 일어서곤 했거든요.”

그는 중학생 때 학교 테니스부에 가입했다. 피부가 거무스름해 운동 잘하게 생겼다는 게 체육교사의 선발 이유였다. 하지만 그의 선수생활은 평탄하지 않았다.

먼저 작은 키가 문제였다. 156㎝였던 키는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상대방 공이 올 곳에 미리 가 있어야만 했다. 난시도 심해 안경을 끼고 운동해야 했다.

6개월 뒤 코치는 “운동을 그만두라”고 충고했다. 공을 받는 타이밍을 잘 못 맞췄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너무 운동이 하고 싶었던 그는 “열심히 할 테니 그만두란 말은 하지 마세요”라고 울먹였다.

이후 그는 더 열심히 공을 쳤다. 밥 먹는 시간 외에는 라켓과 공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비가 오면 대신 탁구를 했다. 공을 받는 타이밍을 맞추는 훈련인 셈이었다.

기량은 날로 향상됐다. 각종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백핸드 슬라이스와 드롭 샷이 그의 주무기였다. 국가대표 선수로도 발탁됐다. 태릉선수촌에서 축구 이영무 선수의 인도로 예배에 참석했다. 기도하고 말씀을 읽으니 마음이 평안해졌다. 늘 지켜주시는 하나님이 마냥 좋았다.

하지만 그에게도 예외 없이 슬럼프가 찾아왔다. 몸이 약해지고 무기력한 상태가 계속됐다. 무엇보다 후배들과의 경쟁이 두려웠다. 하나님께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하나님이 함께하시면 능치 못할 일이 없습니다. 우승이 아니더라도 낙오하진 않게 해 주세요.”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 하나님이 힘들지 않게 하셨다. 경기할 때 지혜도 주셨다. 이에 힘입어 그는 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에서 단체와 복식부문을 석권해 2관왕에 올랐다. 당시 26세, 대한민국 테니스 여자 국가대표 선수 중 가장 나이가 많았다.

88년 은퇴한 그는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안수를 받았다. 세계스포츠선교회에서 2010년 스포츠선교사로 임명돼 태릉선수촌교회에서 사역했다. 매달 춘천교도소에서 수용자들과 함께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에서 선교활동도 펼친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복음을 전할 예정이다. 힘들어하는 선수들을 위해 기도해주고 영육이 건강하도록 돕는 것이 그의 사명이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왔다면 하나님을 찾으세요. 그리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묵묵히 전진하다 보면 시련의 시간은 어느 새 힘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김 목사가 남긴 말이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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