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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종의 환자샤우팅] 더 이상 신생아 중환자실 사망사고 없어야



작년 12월16일 오후 5시44분부터 10시53분까지 5시간 동안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4명의 환아에게 동시다발적으로 심정지가 발생했고, 의료진의 심폐소생술에도 모두 사망했다. 중환자실에서 함께 치료받았던 12명의 환아 중 4명은 퇴원했고 8명은 타 병원으로 옮겨졌다.

집단사망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설치된 의료사고전담팀이 의료진 소환과 두 번의 압수수색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이 아닌 경찰과 보건소를 통해 17일 새벽 1시경 사건을 알게 된 질병관리본부는 즉각대응팀을 파견 17일 오전 9시부터 역학조사에 나섰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18일 오전 12시20분 부검을 실시했다. 반면 의료기관평가 국내인증과 국제인증(JCI)을 받은 이대목동병원은 경찰이 보건소에 한 보고를 마치 자신들이 한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가 들통났다. 또 함께 치료받던 12명 환아들의 타 병원 전원도 유족 요청으로 이뤄졌다. 질병관리본부는 사망한 환아 3명에게서 항생제 내성이 의심되는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된 사실과 염기서열 분석에서 내성유전자가 모두 일치한 사실, 지질영양 주사제에서도 사망한 환아 혈액에서 나온 것과 동일한 유전자형의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된 사실을 종합해 주사제 준비단계에서의 감염 가능성을 발표했다. 전원 및 퇴원한 신생아 12명 중 9명의 환아, 사망한 신생아 4명 중 1명의 환아, 신생아 중환자실의 환경검체에서 로타바이러스가 검출된 사실도 공개됐다. 지난 12일 발표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결과에서도 사망원인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나와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유족들은 신생아 중환자실에 근무해야할 당직의료인 5명 중 실제 근무한 당직의료인은 2명에 불과해 중환자실에서 신생아에 대한 집중 관찰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 위생에 철저해야할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의료진들이 감염관리를 소홀히 한 점, 로타바이러스 감염사실을 집단사망사건 이전에 의료진이 알았음에도 격리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신생아들에게 동시다발적으로 심정지와 사망사건이 발생했는데도 병원에서 보건소, 질병관리본부,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 보고하지 않은 점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는 병원에서 환자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삼중사중으로 만들어 놓은 안전장치 모두에 큰 구멍이 생겨 발생한 전형적인 예방가능한 적신호 사건이다.

재작년 10월 두 살배기 중증외상환아 김민건군 사망사건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사망사건은 병원의 유족에 대한 대응 미숙, 당직의료시스템의 미작동, 예방이 가능했던 환자안전사고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김군 사망사건을 계기로 복지부는 ‘전북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중증외상환아 사망사건 사례검토위원회’를 구성해 응급의료와 중증외상 관련 제도·정책·법률을 개선했다. 이번에도 국회와 정부기관이 중심이 돼 전문학회, 민간전문가, 시민·소비자·환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집단사망사건 사례검토위원회’를 구성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와 유족들에게 슬픈 기억으로만 남지 않고 우리나라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제2, 제3의 사망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생아 중환자실 치료환경 개선, 의료관련감염 예방 및 관리체계 강화, 당직의료인 시스템 개선,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기관에서 피해자나 유족에게 먼저 설명하는 절차 마련 등 관련 제도·정책·법률이 개선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안기종<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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