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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몸짱 되려 무리했더니… 어깨 질환 200만명 시대


 
어깨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한 여성 환자가 진료받고 있다. 날개병원 제공






레저·스포츠 인구 폭발적 급증
어깨 쓰는 운동 인기 속 부작용
작년 어깨 병변 환자 209만명
7년새 38% 증가… 입원환자 4.6배
김장철 주부·황혼육아 환자 부쩍
회전근개 파열을 오십견으로 착각 많아


어깨가 아프면 단순 근육통이나 피로 탓으로 여겨 그냥 지나치기 쉽다. 중년 이후 어깨 통증이 생기면 '오십견' 쯤으로 생각하고 민간요법에 의존하다 치료시기를 놓쳐 병을 키우곤 한다.

실제로는 수술 등 적극적 치료가 필요한 어깨병이 적지 않다. 방치하다 어깨에도 무릎처럼 인공관절을 끼워야 할 정도의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어깨 통증이 지속되면 가볍게 보거나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서둘러 정확한 원인을 찾고 치료해야 하는 이유다.

1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어깨 병변(질병코드 M75)으로 진료 받은 인원은 209만여명에 달했다. 2009년(151만여명)에 비해 38% 넘게 증가했다. 특히 수술 등을 위해 입원한 어깨병 환자는 같은 기간 2만4087명에서 10만9633명으로 4.6배 늘었다.

전체 입원 다빈도 질환 순위가 63위에서 7년 만에 9위로 54계단이나 뛰었다. 계절독감 바이러스질환, 어지럼증에 이어 입원 환자 증가폭이 세 번째로 높았다.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정석원 교수는 “질병코드 M75는 오십견 등 40대 이후 흔히 발생하는 어깨질환들만 해당된다”면서 “젊은층에 많은 어깨 탈구(M43)나 어깨관절와순 손상(S46) 등의 질병코드를 가진 질환까지 합치면 환자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 날개병원이 2010∼2016년 어깨수술 환자 3995명을 조사한 결과 회전근개(어깨힘줄) 파열이 64.3%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어깨관절와순(관절 둘레 연골조직) 손상(10.2%), 오십견(7.9%), 어깨충돌증후군(6.8%), 석회화건(힘줄)염(3.6%) 등 순이었다.

무리한 운동, 어깨병 부른다

어깨병 급증 이유로는 고령화에 따른 퇴행성 어깨질환과 레저·스포츠 인구 증가가 꼽힌다. 40대 이상에서는 어깨 관절과 주변 조직, 힘줄의 퇴행성 변화로 인한 충돌증후군이나 회전근개 파열, 오십견, 석회화건염 같은 질환이 많다. 운동이나 작업, 가사일 등을 하면서 어깨를 과도하게 반복 사용한 게 어깨 관절을 서서히 닳게 하는 원인이다.

건강을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이나 철봉 수영 배드민턴 테니스 배구 등 어깨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운동에 심취하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 교수는 “머리 위로 팔을 뻗는 동작이 많은 운동, 예를 들어 역기나 덤벨, 수영(접영, 자유형) 등을 할 때 잘못된 자세로 반복해서 하면 어깨병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몸짱 열풍을 타고 멋진 몸매를 만들기 위해 헬스장에서 피치를 올리는 중장년들은 어깨힘줄 손상에 주의해야 한다. 이전에는 노화로 인해 어깨힘줄이 약해져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근래엔 헬스 등 어깨를 많이 쓰는 운동 마니아층에서 증가하는 추세다.

야구나 크로스핏, 클라이밍 등 활동적 운동을 즐기는 10∼30대에선 어깨가 빠지거나 관절와순 파열(슬랩병) 등 더 심각한 손상을 입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사과 따기를 많이 하는 과수원 농부, 페인트칠을 하는 작업공, 조리기구를 들고 쓰는 요리사 등의 직업군도 어깨병에 취약하다. 이화여대 목동병원 정형외과 신상진 교수는 “최근엔 자전거 타는 인구가 늘면서 사고로 어깨 쇄골이 부러지거나 어깨가 빠지는(탈구)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면서 “김장철에는 팔이나 어깨를 무리하게 써 충돌증후군이나 오십견이 악화돼 병원을 찾는 주부도 늘어난다”고 했다.

‘황혼 육아’가 어깨병을 부르기도 한다. 정석원 교수는 “종일 아이를 돌보는 60, 70대 어르신들도 적지 않게 찾아온다”면서 “아이를 안거나 할 때 반복적으로 팔을 들면서 발생하는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일부 정형외과에서 불필요한 어깨 수술을 무분별하게 하는 경우도 없지 않아 환자 증가에 일정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 교수는 그러나 “90% 이상의 어깨질환은 약물이나 주사, 재활치료로 회복이 가능하다”면서 “이런 보존적 치료를 6개월 넘게 받아도 효과가 뚜렷하지 않거나 일상생활에 지장 받을 정도로 통증이 심한 경우, 비교적 젊고 활동성 높은 사람들에게만 수술을 권한다”고 말했다.

오래된 어깨통증, 단순 오십견 아니다

연구기관에서 일하는 이모(48·여)씨는 최근 어깨통증으로 밤에 잠을 못 이뤄 병원을 찾았다. 이씨의 어깨는 단추를 잠그거나 물건을 집지 못할 정도로 나빠진 상태였다. 업무 집중이 힘들고 신경이 곤두서서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내는 일도 많아졌다고 한다.

그간 단순 오십견으로 알고 약물과 물리 치료를 받아왔는데 병원에서 생각도 못했던 회전근개 파열 진단을 받았다. 힘줄 일부가 끊어져 어깨가 계속 아팠고 통증 때문에 어깨 사용을 줄이다 보니 어깨가 굳는 오십견까지 찾아온 것이다.

이씨가 겪은 회전근개 파열은 흔히 오십견으로 오인된다. 오십견(동결견 혹은 유착성 관절낭염)은 어깨 관절을 둘러싼 조직(관절낭)에 염증이 생기고 오그라들고 굳어져서 어깨 움직임이 힘들어지는 질환이다.

회전근개는 어깨를 움직여주는 4개의 힘줄을 말한다. 나이 들면서 힘줄이 약해지거나 반복적인 손상, 마모로 찢어지면서 어깨통증을 일으킨다. 회전근개와 견봉(어깨뼈)이 맞닿아 마찰을 일으키는 어깨충돌증후군은 회전근개가 찢어지는 주된 원인 중 하나다. 어깨힘줄 손상의 경우 X선 촬영으론 나타나지 않아 알아차리기 힘들다. 관절내시경을 넣어 속을 들여다봐야 알 수 있다.

오십견은 어떤 방향으로 팔을 올리거나 돌려도 어깨 전체가 아프고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 자지러질 정도로 고통스럽다. 어깨가 굳어져 아무리 팔을 올리려 해도 올라가지 않고 통증으로 밤잠을 설치기 십상이다. 반면 회전근개 파열은 아프긴 해도 반대 팔로 아픈 팔을 올리려 하면 올라간다. 하지만 파열로 인해 힘이 약해져 올린 팔을 유지하지 못하고 아픈 팔이 툭 떨어지거나 어깨통을 호소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조남수 교수는 “오십견은 대부분 꾸준한 스트레칭이나 약물 치료로 나아질 수 있지만 완전히 찢어진 회전근개는 수술로 봉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열된 회전근개를 그대로 놔두면 관절염으로 악화돼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한다.

남녀를 불문하고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석회화건염을 겪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는 어깨에 연결된 힘줄에 석회(칼슘 결정)가 쌓이고 염증이 생겨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석회는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커지는데, 보통 콩알 크기가 가장 흔하다. 목동힘찬병원 정형외과 유순용 원장은 “야구나 테니스 등 어깨 움직임이 많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힘줄이 손상돼 자주 나타나고, 어깨를 많이 쓰는 사무직이나 주부에게도 자주 발생한다”고 했다.

유 원장은 “오십견의 경우 팔을 바깥쪽으로 돌리거나 위로 드는 것이 힘든 데 비해 어깨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면서 “반면 특정 부위(석회 염증 지점)가 거의 꼼짝도 못할 정도로 심한 통증이 생기면 석회화건염을 의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층, 어깨관절 연골 손상 ‘슬랩병’ 증가

어깨관절와순 손상은 어깨 위쪽 관절 가장자리의 연골(관절와순)이 찢어지는 것을 말한다. 야구 선수 등 팔을 주로 사용하는 이들에게 많이 발병한다. 메이저리거 류현진 투수가 이 어깨병으로 수술을 받았다. 최근 사회인 야구를 즐기는 젊은층이 늘면서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야구공을 세게 던지거나 무거운 물건을 잡을 때, 무거운 아령을 들거나 반복적으로 잡아당기는 운동을 할 때 잘 생긴다. 평소 운동을 안 하던 회사원이 갑작스럽게 야구 테니스 등 어깨 관절을 많이 쓰는 운동을 할 경우 오랫동안 굳어 있던 근육이나 인대에 무리가 가면서 발생할 위험이 높다.

어깨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거나 팔을 밖으로 돌렸을 때 뚝뚝 소리와 함께 통증이 동반되지만 다른 어깨질환과 구별이 쉽지 않다. 심한 통증이 아니면 불편이 없어 그냥 넘어가다가 병을 키우거나 엉뚱한 치료를 받기도 한다. X선상으론 이상이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전문의 진료 후 MRI 촬영이나 관절내시경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오랜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 잘못된 자세 등으로 근육이 딱딱하게 굳는 근막통증증후군이나 목 디스크를 어깨질환으로 잘못 아는 경우도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날개병원 이태연 원장은 “두 질환 모두 목이나 목덜미에 통증이 나타나는데, 어깨 통증과 헷갈릴 수 있다”면서 “꼭 전문의로부터 감별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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