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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내시경 꺼리는 사이… 대장암 씨앗 자란다

대장 내시경 검사 장면. 50세 이상은 증상 없어도 5년마다, 가족력이 있는 등의 고위험군은 50세 이전이라도 대장 내시경 검진을 받고 추적 검사도 1∼3년으로 단축해야 한다. 위 사진은 암으로 자랄 위험이 큰 대장 용종.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작년 대장암 사망률 처음 위암 제쳐
폐암·간암에 이어 3위로 올라
고통스럽다고, 아직 젊다고, 바쁘다고
50대 절반이 대장내시경 안 받아


최근 통계청 발표에서 지난해 국내 대장암 사망률이 위암 사망률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암 사망률 통계가 시작된 1983년 이후 처음이다.

대장암 사망자는 2006년 인구 10만명 당 12.8명에서 지난해 16.5명으로 28.9% 늘었다. 반면 위암 사망자는 같은 기간 21.9명에서 16.2명으로 26% 줄었다. 대장암은 위암을 제치고 폐암 간암에 이어 암 사망률 3위로 올라섰다.

대장암과 위암 사망률의 ‘첫 역전’은 서구화된 식생활과 비만 인구의 증가로 대장암 발생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주방 위생이 좋아져 위암 같은 후진국형 암이 꾸준히 줄고 있는 영향이 더 크다. 위 내시경 검사의 빠른 보편화도 한몫 하고 있다.

손대경 국립암센터 대장암센터장은 6일 “2002년 시작된 국가 암검진사업의 일환으로 40세 이상이면 누구나 증상이 없어도 2년마다 위 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지원(본인 부담 10%)하고 있다”면서 “덕분에 위암의 조기 발견과 치료가 증가해 사망률 감소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장암의 사망률 추월은 위암 사망률이 뚜렷이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장암 국가검진도 2004년 시작됐지만 45∼80세에서 1년 또는 2년 간격으로 분변잠혈검사(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지 검사)로 이뤄지며 이상이 있을 경우에만 대장 내시경 검사를 지원하고 있다.

내시경 검사는 위·대장암을 일찍 찾아내 완치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다. 암의 씨앗이 되는 ‘용종(혹)’ 단계에서 발견해 제거하면 암 발생을 막을 수도 있다. 암이 위·장벽에 머물러 있고 주변 림프절이나 다른 장기로 퍼지지 않은 조기(1, 2기)에 발견할 경우 5년 생존율은 96%(2010∼2014년 기준 위암 95.9%, 대장암 95.6%)에 달한다. 다른 장기에 암이 퍼진 단계에서 발견되면 5년 생존율은 위암 6.3%, 대장암 19.3%로 뚝 떨어진다.

조기 발견이 그만큼 중요하다. 그나마 위암의 1, 2기 발견율은 60.3%나 되지만 대장암은 38.1%에 그친다. 대장암은 암이 림프절까지 번진 3기 발견율이 41.2%로 가장 높다. 위암에 비해 더 늦게 발견된다는 얘기다. 대장 내시경 검사의 활성화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50대 절반, 대장내시경 안 받아

우리나라 30∼50대 5명 가운데 1명(20.1%)은 건강검진 시 위·대장 내시경 검사를 한 번도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본격적으로 암을 걱정해야 할 연령대인 40∼50대는 8명 중 1명꼴(12.6%)로 해당 검사를 안 받았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가 지난 9월 건강검진을 받은 30∼59세 9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대장 내시경 검사의 비율과 인식이 특히 낮았다. 위 내시경 검사 비율은 78.5%인 반면 대장 내시경 검사는 40.4%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소화기내시경학회 등이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5년마다 한 번씩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는 50대의 경우, 2명 가운데 1명(49.2%)이 받지 않았다.

내시경 검사를 하지 않은 이유(복수 응답)에 대해 33.7%가 “고통스러울까봐”를 꼽았고 28.3%는 “나이가 어려서”, 25.7%는 “바빠서”, 20.9%는 “비용이 부담돼서”라고 답했다.

검사시 불편과 고통을 덜어주는 진정 내시경(수면 내시경)이 보편화돼 있지만, 일반 내시경으로 할 경우 어려움이 따르는 게 사실이다.

특히 대장 내시경은 위 내시경에 비해 상대적으로 검사 준비 단계(2∼3일 전 음식 조절, 장세척제 마시기 등)나 검사 과정이 힘들다. 대장 벽이 위에 비해 얇아 검사 도중 장에 구멍이 나거나 출혈, 장세척제 과민 반응 및 쇼크, 심혈관계 부작용 가능성이 없지 않은 점도 검사를 꺼리는 이유다.

다만 숙련된 전문가나 시설을 갖춘 곳이면 이런 염려를 덜 수 있다. 병·의원 선택시 소화기내시경학회 홈페이지에서 ‘우수 내시경실 인증’을 받은 곳을 검색해 방문하면 안심할 수 있다. 학회는 내시경 시설이나 의료진 숙련도(용종 등 병변 발견율)를 평가해 일정 수준을 넘는 병원만 선별해 인증하고 있다.

소화기내시경학회 김용태 이사장은 “내시경 검사는 전문의가 위장 내부를 직접 관찰하며 이상이 있을 경우 바로 조직을 떼어내 암 여부뿐 아니라 조기 암인지, 진행 암인지까지 판단할 수 있다. 위나 대장 점막 혹은 바로 아래에 위치한 암의 경우, 내시경 검사를 하며 곧바로 90% 이상 제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위·대장암은 초기에 자각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미 증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을 땐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은 만큼, 무증상이어도 위·대장 내시경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게 좋다.

내년 국가 대장내시경 검진 시범사업 추진

보건당국이 대장암 검진율을 높이기 위해 이르면 내년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국가 암검진사업으로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분변잠혈검사를 이용한 현재의 대장암 국가검진의 수검률은 26.9%(2015년 기준)로 위암(41.7%) 간암(42.7%) 등에 비해 매우 낮다. 대변 채취의 번거로움, 검사에 대한 낮은 신뢰도, 개별적으로 대장 내시경을 받는 경우가 많은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손대경 센터장은 “분변잠혈검사로도 대장암 사망률을 20∼30%, 대장 내시경 검사까지 받으면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면서도 “2014년 분변잠혈검사 양성자(5.5%)의 절반 가량만 실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고 했다. 분변잠혈검사로 이상이 발견돼도 대장 내시경 검사까지 이어지는 비율이 높지 않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국가 대장암 검진을 대장내시경 검사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은 전문 학회로부터 이런 의견을 듣고 시범사업을 검토 중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시범사업의 구체적 시기나 대상 지역 선정, 프로토콜 설계 등이 이뤄져야 하고 국가암검진질관리위원회 승인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필요성을 인정하고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대장 내시경 검사의 안전성이나 비용 효과성 측면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대장내시경 ‘1-3-5’ 수칙 지켜라

소화기내시경학회 등은 일반적으로 40세 이상 2년마다 위내시경 검사, 50세 이상 5년마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위·대장암 가족력이 있는 등 고위험군이라면 해당 연령이 되기 전이라도 전문의 상담을 받고 필요한 경우 내시경을 받아야 한다. 위암 위험이 큰 만성(위축성)위염 환자,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 보균자, 흡연 및 음주자 등이 해당된다.

대장암은 부모나 형제·자매 중 환자가 있을 경우 발생 위험이 2∼3배 증가하는데, 가족의 대장암 진단 연령보다 10년 앞당겨 대장 내시경 검사를 시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부모 중 한 명이 45세에 대장암 판정을 받았다면 35세부터 검사받으면 된다. 대한대장항문학회는 특히 대장 내시경 추적 검사의 ‘1-3-5 수칙’을 권고하고 있다. 한번 검사에서 발견된 용종(특히 암으로 자랄 위험이 큰 선종성 용종)이 1㎝ 이상이거나 3개 이상, 세포 변형이 많은 유형이라면 매 1년으로 검사 주기를 앞당겨야 한다. 용종 크기가 1㎝ 미만이고 1∼2개이면 3년마다 한 번씩 추적 검사해야 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차재명 교수는 “최근 연구결과로 볼 때, 50세 미만 젊은층도 50세 이상과 똑같이 대장암 고위험군에 해당된다면 3년마다 추적 검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위·대장과 달리 소장 내시경은 정기 검사가 필요하지 않고 의심 증상이 있을 때 시행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통이나 설사, 빈혈이 반복되고 체중감소, 혈변 증상이 있어 위·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았지만 아무런 원인을 찾지 못할 때 소장 전용 내시경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소장 크론병 등 염증성 장질환이 원인이거나 드물지만 소장에서 악성 암(림프종, 신경내분비종양 등)이 발견되기도 한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양동훈 교수는 “구불구불하고 좁은 소장은 위·대장 내시경을 넣을 수 없어 알약 크기 ‘캡슐 내시경’을 삼키도록 해 장착된 카메라로 소장 내부를 찍어 병변을 찾거나 특수한 이중풍선 소장 내시경을 직접 넣어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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