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슬픈 열대’와 ‘미스 프레지던트’



‘슬픈 열대’는 프랑스 사상가이자 인류학자인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다큐멘터리 기행문학이다. 여기에는 1937년부터 2년간 저자가 수집한 브라질 내륙의 카두베오족, 보로로족, 남비콰라족, 투피카와이브족 등 네 부족에 대한 인류학적 보고를 영상처럼 기록했다. 이제는 사실상 사라져버린 것들을 탐구할 수밖에 없는 비애와 분노가 제목에 담겨있다.

이는 선교사, 농장주, 식민주의자, 정부 관리들이 원주민 사회에 침투해 그들의 정신세계를 황폐화시킨 현실에 대한 탄식이다. 또한 문명인임을 자처하며 다른 삶의 방식을 비합리적인 야만이라 낙인찍는 서구인들의 오만에 대한 냉소다.

원주민의 세계를 낙원처럼 회상하며 역사의 진보에 회의하는 입장 때문에 보수적 이데올로기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저자의 장엄한 염세주의는 하나의 초월적 태도이자 영성으로서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문명의 비전을 역설한다.

김재환 감독은 세 편의 전작을 연출했다. ‘트루맛쇼’(2011)는 공중파에 나오는 맛집들이 대박을 이룬 것이 브로커와 제작진의 연출이라는 사회 고발을 담았다. 가짜 식당을 개업한 뒤 브로커에게 1000만원을 주고 방송에 소개되는 과정을 생생히 담아 화제가 됐었다.

‘엠비의 추억’(2012) 역시 정치와 언론에 의해 만들어진 성공신화와 공약(空約)의 이미지로 꾸며진 ‘이명박 시대’를 되돌아본 영화다. 웃다가 무서워지는 고골의 소설처럼 돈을 숭배하는 세속종교의 괴기스러운 실체를 보게 된다.

대형교회의 속물적 부패와 야망을 다룬 후속작 ‘쿼바디스’(2014)는 감독의 카메라가 목표에 정조준했음을 보여줬다. 쿼바디스를 교계에 국한된 영화로 보는 것은 크나큰 오해다. 감독의 카메라는 대중의 믿음이라는 영성의 본질과 실체를 일관되게 직시한다. 그리고 그 근원이자 정점인 한국 현대사의 신격화된 거짓과 우상숭배를 이제 막 개봉한 영화 ‘미스 프레지던트’(2017)에서 묵시(默示)로 밝혀 보인다. 마치 온 나라 사람들이 대대로 그 앞에 절하고 분향하던 모세의 구리뱀을 훼파하고 그것이 ‘느후스단(놋조각)’에 불과하다고 선언했던 히스기야처럼 말이다.

그러나 미스 프레지던트는 놋조각에 불과한 우상을 믿는 거짓 종교를 경멸하기보다는 연민하는 잔잔함을 담았다. 온 국민이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며 광화문광장에 결집했을 때 감독의 카메라가 차벽 너머 박사모의 집회를 기록한 이유는 뭘까. 박정희 신화에 대한 종교적 숭모와 그 일가에 대한 비이성적인 사랑에 대해 감독은 평가를 내리지 않고 진지하고 사려 깊게 경청하며 따라간다.

신화의 근원이 파헤쳐질수록 그 과정은 사이비 종교의 구조처럼 충격적이다. 집권자를 비롯한 측근들이 가공해낸 위선과 거짓의 사악함, 다 떠나고 슬픈 열대에 남겨진 마지막 숭모자들이 그 가짜 또는 스스로에게 바치는 연민이 그렇다. 정작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프레지던트와는 상관이 없다. 단지 그들에 대한 ‘인간적 연민을 가집시다’로는 불충분한 그 숙제가 뭔지를 발견하기까지, 감독과 영화는 계속 우리를 불편하게 할 것이다.

김 감독은 시사회 전에 숭배자와 반대자 양쪽으로부터 질타 받았던 곤혹에 대한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가령 배경음악인 ‘즐거운 나의 집’은 백년 지배를 끝내고 중국을 떠날 때 영국인들이 연주하던 것과는 감회가 다르다. 숭배하든 혐오하든 종교와 같은 박정희 신화의 지배를 받던 것을 끝낸 우리 모두가 돌아갈 ‘즐거운 나의 집’은 어디일까. 영화는 그 애도의 조종(弔鐘)과 허무의 본질을 비춰주지만 결론은 누군가의 몫으로 아낀다.

종교개혁 500주년 플래카드가 무색하게, 명성교회 세습의 호사다마(好事多魔)로 교계가 들끓고 있다. 한 사람의 목사이자 성도로서 ‘슬픈 열대’와 같은 교회들과 신자들이 처한 이질과 고립에 직면해 드는 생각은 예언의 생산능력이다.

그것이 비애의 기록일지라도 분노와 회의에 찬 시선일지라도 우리가 직면한 시대를 거울에 비추듯 정직하게 직면해 나가는 완성된 콘텐츠인 ‘미스 프레지던트’는 지난 100년 동안의 책임을 일깨워준다. 청년들과 나누고 싶다. 사무엘상 9장 9절을 보면 예전 이스라엘에서 어떤 사람이 하나님을 구하러 갈 때 이렇게 말했다. “가자, 우리가 선견자에게 가자.”

천정근(자유인교회 목사)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