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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가득한 시간여행으로 청장년 취향저격… 뮤지컬 ‘서른즈음에’ 리뷰

뮤지컬 ‘서른즈음에’ 주연 배우들. 왼쪽부터 젊은 이현식(백형훈) 옥희(러블리즈 케이) 중년 이현식(조순창). 에그플랜트 제공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가수 고(故) 김광석의 ‘서른즈음에’ 노랫말처럼 우리는 돌아오지 않는 시간과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다. 청춘과 사랑은 한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떠나고 보내는 것에 익숙해져 너무 멀리 와 버린 것을 잊고 있다가 불현 듯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난 20일 개막한 뮤지컬 ‘서른즈음에’는 그럴 때 어울리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김광석의 대표곡 ‘서른즈음에’를 작곡한 강승원씨가 만든 곡으로 채워져 있다. 성시경의 ‘태양계’, 이적의 ‘나는 지금’, 윤도현의 ‘오늘도 어제 같은 나는’ 등이다. 이야기는 중년 세대의 눈높이에 맞췄고, ‘실화냐’ ‘칭찬해’ ‘말이야 방구야’처럼 유행어와 신조어를 잔뜩 넣어 젊은 세대도 쉽게 받아들이도록 꾸몄다. 극 중간에는 콘서트장에 온 것처럼 관객들이 소리를 지르고 곡을 따라 부를 수 있는 시간도 마련했다.

극 중 49세 이현식(이정열 조순창)은 대기업 만년 차장이다. 아들은 카드를 긁어대고 아내 옥희(유주혜 케이)는 이혼 도장을 찍자고 한다. 그날 밤 그는 귀가 중 교통사고를 당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다시 살 기회를 얻게 된다. 시계는 1997년 대학캠퍼스로 돌아간다. 29세 이현식(백형훈 산들)은 이번에는 꼭 짝사랑 혜원(정예지 김려원)에게 고백하고 포기했던 음악을 하며 살자고 다짐한다.

29세와 49세 이현식, 1997년과 2017년, 꿈과 현실은 끊임없이 교차된다. tvN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지나간 세월을 느낄 수 있도록 아나운서 안나경 전현무의 목소리로 시대의 뉴스를 번갈아 들려준다. 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대량해고 사태부터 2017년 대통령 탄핵 인용, 세월호 인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까지.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의 ‘노룩 패스(No Look Pass)’ 패러디를 비롯해 극 전반에 풍자와 유머도 흐른다.

객석에는 젊은 관객뿐 아니라 중년 관객도 눈에 많이 띄었다. 조승욱 연출가는 25일 “동시대 대한민국에 밀접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어린 친구부터 어르신까지 전 연령층이 즐길 수 있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오는 12월 2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삼성홀. R석 7만7000원 S석 5만5000원.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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