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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주일에 함께 부를 찬송가 12곡 선사합니다”

전희준 신촌성결교회 원로장로가 18일 서울 은평구 자택에서 종교개혁500주년 기념 칸타타 ‘일어나 빛을 발하라’ 악보집을 들고 작사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한국교회가 종교개혁 주일에 부를 수 있는 찬송은 마르틴 루터가 작사·작곡한 ‘내 주는 강한 성이요’ 밖에 없어요.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2011년부터 종교개혁 찬송가 12곡을 썼습니다. 그걸 여의도순복음교회 찬양대가 조만간 선보일 겁니다.”

18일 서울 은평구 자택에서 만난 전희준(82) 장로는 귀가 약간 어두웠지만 목소리엔 힘이 넘쳤다. 1974년부터 계간 ‘교회음악’을 발간하고 한국찬송가위원회 위원장과 한국찬송가공회 회장을 역임한 전 장로는 한국교회 찬송가의 산증인이다. 찬송가 467장 ‘높으신 주께서 낮아지심은’은 94년 그가 작곡했다.

전 장로는 “한국교회는 하나의 찬송가 사용이라는 자랑스러운 전통을 지니고 있다”면서 “따라서 찬송가는 성경과 함께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찬송가의 교리·번역가사 논쟁이 벌어지고, 편집주도권과 출판권을 놓고 분열 될 때면 어김없이 한국교회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고했다.

중앙대 음악학과와 연세대 교회음악과를 졸업한 그는 75년 강남대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했으며, 84년부터 서울기독대에서 교회음악을 가르쳤다. 67년부터 98년까지 31년 간 신촌성결교회 성가대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찬송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는 그의 인생에도 큰 고난이 있었다. 2000년 초 직장암 판정을 받은 것. 하지만 이마저도 찬송의 힘으로 극복했다. 매일 그의 입에선 찬송이 끊이지 않는다. 제일 좋아하는 찬송은 412장 ‘내 영혼의 그윽히 깊은 데서’다.

“찬송을 하면 마음이 편해져요. 한번 생각해보세요. 찬송을 부르면서 화내는 사람을 본 적 있습니까. 찬송가는 곡보다 가사가 좋아야 합니다. 바른 신앙생활을 하려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바른 찬송’을 불러야 합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요즘 복음성가들은 성도 자신을 위한 것이 많아서 마음에 와 닿지는 않아요.”

전 장로는 “찬송은 크게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예배찬송과 전도용 복음성가, 신앙을 북돋우는 부흥성가로 구분된다”면서 “문제는 최근 한국교회 안에 하나님을 높이는 예배찬송이 아닌 가요풍의 전도용 복음성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다보니 예배 영성이 살아나지 않고 그게 누적되다 보니 영적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한국에 복음이 들어온 지 13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번역 찬송가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찬송가 작가들이 힘을 합해 한국인의 정서와 심성에 맞는 찬송을 하나님께 올려드릴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전 장로는 2008년부터 ‘사철에 봄바람 불어 잇고’(559장)를 작곡한 구두회 장로, ‘어서 돌아오오’(527장)를 작곡한 박재훈 목사 등 작곡자 60여명, 작사자 120여명과 함께 한국찬송가작가총연합회를 만들었다. 이후 매년 ‘바른 찬송가’를 펴내고 새 찬송가 40여곡을 발표하고 있다. 지금까지 만든 순수 민간 찬송가만 400곡이다.

그의 마지막 숙제는 무엇일까. “좋은 찬송가 가사를 많이 남기고 싶습니다. 후학들을 위해서 그동안 수집한 교회음악 자료를 정리해 출간하는 것도 과제입니다.”

‘60년 찬송가 인생’의 결과물은 오는 27일 오후 9시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드려지는 ‘종교개혁500주년기념 칸타타 음악예배’ 때 칸타타 ‘일어나 빛을 발하라’로 빛을 본다. 전 장로가 작사한 가사에 이동훈 단국대 명예교수가 곡을 붙였다.

글=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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