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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의 가장 큰 유산은 저항정신… 현실 직시하고 끊임없이 질문해야”

최주훈 중앙루터교회 목사가 15일 서울 용산의 집무실에서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의미에 대해 말하고 있다. 최 목사 오른쪽에 루터 얼굴이 새겨진 나무 조각 작품이 보인다. 그는 “거울을 들여다보듯, 루터를 통해 16세기 기독교인들과 나는 무엇이 다른지 스스로 질문하고 흠이 보이면 이를 닦아내는 용기를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그동안 독일의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에 대한 한국교회의 시선은 크게 두 가지였다. 무관심하거나, 비판적이거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루터에 대한 재조명이 한창이다. 루터는 이번 기회에 오명을 벗을 수 있을까.

지난 15일 ‘루터의 재발견’(복있는 사람)을 쓴 최주훈 중앙루터교회 담임목사를 서울 용산구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교회가 루터에 대해, 그로부터 시작된 개신교 전통에 대해 너무 모른다”며 “루터의 종교개혁은 단순 교리 개혁이 아니라 저항 혹은 반항 정신, 속된 말로 개기는 것이었다(웃음)”고 했다. 자신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질문을 품고, 소통하며 공동체의 답을 찾아 나선 여정이었다는 것이다. 루터 이후 칼뱅, 웨슬리 등 종교개혁자들과 개별 교리의 입장 차는 있을지언정, 그들을 관통하는 정신은 바로 이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 목사는 “크리스천들이 나의 신앙을 교회 목사에게 맡겨놓는 태도는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고 했다. 루터처럼 끝까지 질문하는 삶의 태도가 이 시대에도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최 목사는 루터를 위대한 종교개혁가로 추앙하는 대신 ‘시대의 아들’로 읽을 것을 제안한다. 루터가 살던 시대는 미신이 횡행했고, 일상어인 독일어로 성경 읽기가 불가능한 사회였다. 라틴어가 아니라 영어로 주기도문을 외웠다는 이유로 화형에 처해지는 시대에 루터가 라틴어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한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던 일이다. 이러한 역사적 삶의 자리를 고려하지 않고, 이신칭의나 만인제사장설 등을 지금 그대로 적용해서는 루터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 목사는 “루터가 죽음을 불사하면서도 그 길을 걸었던 것은, 자신이 성경을 읽으며 깨달은 자유함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라며 “1100년 동안 성경이라는 책 한 권을 제대로 못 읽고 속았다는 분노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도서관에서 처음 성경을 마주한 루터는 그동안 교회에서 들어왔던 성경 구절이 단 한 권의 책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교회에서 루터는 ‘95개조 반박문’을 통해 가톨릭의 면죄부를 비판해 종교개혁을 시작했지만, 이내 영주들과 손잡은 기득권 옹호자로 여긴다. 그 근거로 루터가 토마스 뮌처의 농민전쟁을 반대한 것을 든다. 최 목사는 “독일 통일 이전에 동독 사회학자들이 만든 왜곡된 견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루터가 1520년 ‘독일 크리스천 귀족에게 고함’을 쓴 건 평민과 농민의 저항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귀족들에게 당신들도 세례 받은 교인으로서 교황 탄핵에 동참하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뮌처를 반대한 것도 “그가 환상과 예언을 강조하는 등 지나친 열광주의자의 면모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루터의 성찬론과 예배론은 여전히 가톨릭에 가깝다며 루터를 이단으로 여기는 시선도 적잖다. 이는 칼뱅주의가 다수이고 루터교는 소수에 불과한 한국 교단의 지형적 특성이 작용했다. 전 세계적으로 루터교회 교인은 7500만명으로, 성공회와 함께 개신교 최대 교단의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기독교한국루터회 소속 교회는 전국 49개, 목사는 60여명, 교인은 5000여명 정도다. 최 목사가 자신을 소개할 때 ‘천연기념물’에 빗대는 이유가 여기 있다.

최 목사는 한신대를 나와 독일에서 루터신학을 공부했다. 당시 지도교수였던 한스 슈바르츠 교수에게 ‘당신은 뼛속까지 루터교인’이라는 소리를 들었고, 한국에 돌아와서 루터교 목사가 됐다.

그에게 루터는 어떤 존재일까. 최 목사는 “눈이 나빠 안경이 없으면 하나도 못 보는 나에게 안경 같은 존재”라며 “그동안 내가 보지 못했던 성경 속의 흐릿한 글자들, 상황들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도와줬다”고 말했다. 그는 “500년 전 루터가 그랬듯이 지금 한국교회가 극복하고 타파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질문하길 바란다”며 “루터처럼 ‘권위에 대한 믿음’을 ‘믿음에 대한 권위’로 바꾸려는 것, 그것이 바로 개신교의 전통”이라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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