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크리스천 리더십의 현주소



파기환송심처럼 숙제는 교회에 귀착됐다. 지구 나이가 6000년이라는 주장은 하나님의 나이가 6000살이라는 주장과 같은 걸까 다른 걸까.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의 장관 후보 자진사퇴는 2014년 문창극 중앙일보 대기자의 총리 후보 낙마 건과 맞물리고 비교됐다. 지금은 창조과학회와 뉴라이트 이력이, 그때는 식민사관 및 근현대사에 대한 우(右) 편향 발언이 문제가 됐다.

개인의 실의를 떠나 많은 것을 보여주고 생각하게 한다. 그들의 실패가 교회의 실패처럼 생각되고, 그들의 낙마가 신앙의 낙마처럼 판단받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 교회가 사회 안에서 통용되는 보편 상식이나 역사 인식과 분리된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우리 사회가 교회 안에서 통용되는 보편 신앙과 정치 인식을 자격 미달로 판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회의 패배라고 해야 할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목사인 나는 자기 신념과 이력에 당당하지 못한 후보의 처신을 비난하고 창조과학을 비웃는 것으로 넘길 수가 없다. 청문회장이 교회가 배출한 교회 장학생들의 현주소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가령 ‘젊은 지구론’에 대해 ‘과학적으론 믿지 않으나 신앙적으론 믿고 있다’는 대답은 무슨 말인가. 혹시 가닿지 못한 더 깊은 의미가 들어있지 않을까. 의미를 계속 물으면 뭔가 있을 것도 같다. 과학자로서도, 세상 앞에 선 기독교인으로서도 그의 대답은 치명적이었다. 반론이나 해명을 걱정할 이유가 없어 언제나 반포의 형식으로 유통됐을 진리는 설득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혼자 감당하기에 벅찬 자기모순은 희극적이다 못해 비극처럼 안타까웠다.

그러나 고백건대 내가 알거나 가르친 젊은이 중에 창조과학식 ‘이종 합금’의 신앙을 기독교로 체화(體化)한 교회 장학생은 넘치고 넘친다. 신문사 대기자 출신 대학교수 정도 되는 분이 저럴진대 젊은이들이 겪는 소소한 일상의 청문회들은 어떨까.

그들이 겪는 낙마의 체험은, 아니 세상이 그들을 통해 판단하는 기독교 신자와 기독교는 어떨까. 그런 것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세상을 정복하자. 세상을 경영하자. 리더가 되자.” 교회는 그간 정복주의적 리더십 세미나에 몰두해 왔다. 성장 절정을 지나며 채택된 번영신학의 대주제였다.

청문회가 필요치 않고 반론에 대한 답변을 공식적으로 요구받지 않을 때까지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 이제 세상은 교회의 야망을 알았고 정당성을 묻고 있다. 능력을 인정하고 가치를 묻고 있음이니 기회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교회는 문자주의적 창조과학과 정치적 우익의 결합으로 답변을 해버린 셈이다. 결과적으로 진보주의자들과 무신론을 반교회 반기독교의 기치 아래 뭉치게 했다.

교회는 믿음을 강조해야 하지만 그 믿음은 언제나 의심을 전제로 해야 한다. 의심의 정신을 배우지 못하면 신앙교육은 자가당착과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교리적 신념이든 사회적 선행이든 선교동원이든, 전체적 부정을 거치지 않고 무언가에 대한 추상적 충성으로 설파되고 받아들여지면 그 비현실성은 실제적인 무신론과 비종교의 완전히 닫힌 체계와 체제로 현실화된다. 기독교는 늘 무신론의 반인간적 공허에 대해 우월한 입장을 개진해 왔는데, 도리어 무신론자들에게 기독교의 비인간적 공허를 입증한 꼴 아닌가.

현실을 환기시키자면, 창조과학이든 뉴라이트든 번영신학이든 정복주의 리더십이든 교회는 스스로 판 개구리 우물로 판정받았다. 더 이상 안전하지 않고 안온해서도 안 된다. 이번 사태는 생각하는 교회와 뜻있는 기독청년들에게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교훈이라 생각한다. 지구 나이를 두고 구구한 변명을 왜 해야 하는가. 그렇게 쓰인 성경을 위해서인가, 6000년 먹은 하나님을 위해서인가. 그렇다면 그 6000년의 의미를 좀 더 생각해 봤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젊은 지구론이 아니라 젊은 하나님론이 됐을 것이고, 그것은 적어도 참을 수 없이 모호한 변명이 아니라 진정 새로운 인간의 시대를 선도하는 참신한 사상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청년들이여 구태의연한 설교에 속지 마라. 리더십이 아니라 리더십 세미나가 문제다. ‘여호와여 일어나소서 나의 하나님이여 나를 구원하소서.’(시 3:7)

천정근(자유인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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