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경제인사이드] 보이스피싱에 확 털려라? 은행, SNS '역설적 소통' 어∼ 재밌네!







이름하여 '위험한 뉴스'다. 제목은 '보이스피싱 당하는 법'.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보다 어이없게!"라는 부제가 걸려 있다. 은행 페이스북의 콘텐츠가 맞나 싶어 다시 확인하는데, 분명 신한은행이 만든 거다.

우아한 여성이 수화기를 붙잡고 "제 이름은 최신뢰구요. 집주소는…"이라며 대화를 이어간다. 금융감독원, 경찰, 검찰 등을 사칭한 전화에 정확한 개인정보를 다 털어놓는다. 노트북 앞에 앉은 셔츠와 넥타이 차림의 신사는 "역시 열어봐야 직성이 풀려"라며 기쁨에 차서 두 팔을 뻗는다. 아래엔 "모르는 곳에서 온 메일, 문자의 링크를 눌러 상세정보를 확인하기"라고 적혀 있다. 마지막은 주민등록증, 여권, 보안카드 등을 잃어버리고 난 후 분실신고를 건너뛰는 경우다. 보이스피싱에 당하는 3대 케이스다. 신한은행은 카드뉴스 형태의 이 '위험한 뉴스'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뒤쪽엔 "불법사금융피해 신고센터에 접수된 보이스피싱 및 대출사기 신고건수 한 달 3378건"이라고 경고했다. 영화 엔딩 크레디트처럼 검은 화면에 하얀 글자로 썼다. 맨 뒤엔 이 모든 반어법을 이해하지 못할 1% 미만 사람들을 위해 또다시 주의를 준다. "위험한 뉴스는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재미를 담아 각색한 콘텐츠입니다. 위와 같은 상황 모방 시 재산상의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딱딱한 금융은 가라

딱딱한 금융은 잊어야 한다. 재미와 공감으로 무장한 은행권 소셜미디어가 폭풍처럼 몰려오고 있다. 엄숙함은 은행 창구에 묶어놓고, 페이스북·블로그·카카오스토리 등에서 B급 정서를 집중 공략한다. 젊은 금융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아 팔로어로 만들고 팬덤을 유발한 뒤 오프라인 고객으로까지 모셔가려는 의도다.

최근 페이스북 팔로어 50만명을 넘긴 신한은행 브랜드전략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랩(SNS Lab)팀을 19일 서울 남대문 본점 15층에서 만났다. 신한은행은 지난 7월 기존 2명이던 팀을 6명으로 확대 개편했다. 팀장은 예능 및 코미디 방송작가 15년 경력의 콘텐츠 전문가 이정은 차장, 부팀장은 부산에서 프라이빗 뱅커를 했던 이도현 과장이다. 나머지 팀원도 일선에서 고객 응대를 맡았던 20, 30대 젊은 행원이다. 막내 김우영씨는 1990년생으로 입행 3년차다. 신한은행 전체에서 평균 연령이 가장 낮은 팀이다.

팀원들 복장부터 남달랐다. 은행은 아직도 여성 유니폼이 남아 있을 정도로 보수적이다. 신한은행은 남색 치마정장을 대리 직급까지 입어야 한다. 남성도 흰색 셔츠에 넥타이와 정장, 구두 등이 필수다. 하지만 이 팀은 운동화에 색색의 캐주얼 차림이었다. 매일 아침 9시에 전날 쏟아진 가장 재밌는 소셜 콘텐츠를 모아서 ‘브레인스토밍’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유머와 금융을 접목하는 게 목적이다. 이 팀장은 “내잼남잼, ‘내가 재밌어야 남도 재밌다’가 팀의 좌우명”이라고 했다.

페이스북에선 반어법을 사용한 ‘위험한 뉴스’와 생활 속 절약의 팁을 제시한 ‘절약짤팁’ 시리즈가 호응을 얻고 있다. ‘절약짤팁’ 1회는 버려진 스마트폰으로 돈을 버는 법이다. 무드등, CCTV, 리모컨으로 스마트폰을 환골탈태시켜 1만3000∼16만9000원을 아끼는 방법을 소개한다. 은행 페이스북은 기본적으로 돈 모으고 자산관리 팁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다가온다. 이도현 과장은 “과도하게 재미만 추구하면 고객들이 믿음을 주지 않는다”며 “은행의 생명인 신용과 진정성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늘 좋기만 한 건 아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반응도에 따라 영욕이 교차하는 게 소셜 미디어의 세계다. 카카오스토리는 30∼50대 여성이 주축이다. 주부들이 몰려 있다는 단순한 생각에 신한은행 팀도 ‘장마철 세탁물 잘 말리는 법’ ‘애완견 목욕시키는 법’ 등을 올렸는데, 반응이 별로였다. 굳이 은행 채널에서 생활 정보를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팀장은 “결국 기본은 금융정보”라고 말했다.

류현진 사인볼도 활용

신한은행에 뒤이은 다크호스는 NH농협은행이다. 농협은행은 19일 현재 페이스북 팔로어 수 51만1000명을 기록하며 파죽지세로 팬을 늘리고 있다. 비결은 스포츠마케팅. 농협은행 광고모델인 LA다저스 류현진 선수를 100% 활용하고 있다. 부상에서 재기한 류현진처럼 좌절을 극복한 사연을 응모하면 류현진 친필 사인 모자와 사인볼을 선사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대면거래를 좋아하는지, 비대면거래를 선호하는지를 묻고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형식의 ‘금융취향’ 시리즈도 고객이 쉽게 접근하도록 고안됐다. 오랜 페이스북 사용자인 이경섭 농협은행장의 독려도 한몫을 한다. 이 행장은 “행원 시절 월말 공과금 납기일 때 객장을 가득 메우던 고객들이 생각난다”며 “이제는 소셜미디어가 정감을 나누는 은행 고객의 사랑방으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제2의 카카오를 꿈꾸며 독자 플랫폼인 ‘위비톡’을 출시했을 정도로 소셜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우리은행은 이달부터 소셜팀을 확대 개편했다. 위비팀과는 별도다. 이들의 첫 작품은 B급 정서 가득한 동영상 채용공고. 제목은 ‘고것(그것)이 알고 싶다’다. 소개글엔 개그콘서트 강한 남자 ‘강남’ 캐릭터의 어법을 빌려 “아직도 망설이고 있나? 야개야개(약해 약해)! 강력크한(강력한) 은행권 최초 탈(脫)스펙 채용의 진실!”이라고 적었다. 직전 방송국 리포터, 프로그래머, 주얼리 디자이너였던 실제 현직 행원들이 출연해 출신학교를 따지지 않는 채용방식에 대해 설명한다.

소셜미디어 ‘전통의 강자’는 IBK기업은행이다. 페이스북, 블로그, 인스타그램, 네이버포스트, 트위터, 핀터레스트, 유튜브 등 7대 채널을 모두 활용한다. 퀴즈를 이용해 금융 콘텐츠를 매주 수요일 선보이고 있다. 숫자 ‘5’와 T셔츠, 주차구역을 뜻하는 럓 문자를 그림으로 보여주고 “일회용 패스워드라고 부르며, 고정된 암호 대신 무작위 생성으로 사용자를 인증하는 방식”이라고 힌트를 제시한다. 정답은 ‘OTP(One Time Password)’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온라인 고객과의 소통을 넘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O2O), 즉 소셜미디어를 통해 영업점 방문까지 이어지도록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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