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너는 행복하다



한 사람의 유언은 정직하다. 유언은 사람이 살아온 여정을 요약하는 것과 같다. 독일의 음악가 베토벤의 유언은 이렇다. “천국에서는 들을 수 있겠지!”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된 것이 그에게 깊은 상처였던 것 같다. 영국의 정치가 윈스턴 처칠의 유언은 정치가답다. “나는 창조주를 만날 준비가 돼 있다. 다만 창조주께서 나를 만나는 시련에 얼마나 준비돼 계시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마더 테레사의 유언은 “예수님, 당신을 사랑합니다”였다고 한다. 사랑으로 살아오신 분답다. 나치 정권에 사형당한 디트리히 본 회퍼는 “이렇게 끝나지만 내 삶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를 유언으로 남겼다.

이스라엘의 영적 지도자 모세의 유언은 하나님의 종답다. 그의 유언은 신명기 33장 29절 말씀이 될 수 있다. “이스라엘아, 너는 행복하다.” 모세가 이스라엘을 향해 “너는 행복하다”고 선언하는 근거는 어디 있을까. 당시 이스라엘은 이집트 노예생활을 거쳐 40년 광야 생활을 했고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도 전쟁을 해야 하는 상황을 앞두고 있었다.

결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떤 사람은 행복이란 고통이 없는 상태라 믿는다. 이 기준으로 보면 이스라엘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고통이 없는 상태가 행복이라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 “눈물로 씨를 뿌리는 자가 기쁨으로 그 단을 거둘 것이다”(시 126:5)라는 말씀이 있다. 눈물 없이 뿌린 씨는 기쁨도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인생의 목표는 고통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멋지게 통과해 고통이 행복의 일부가 되게 하는 것이다.

그저 즐겁게 살면 행복할 것 같지만 행복은 결코 즐거움 그 자체가 아니다. 의미 없는 즐거움이란 때로 고통스러울 수 있다. 행복이란 즐거움만이 아니라 거기에 의미가 함께 있어야 한다. 의미가 있어야 지속적일 수 있다. 즐거움은 일시적이지만 행복은 지속적이어야 한다. 행복한 것 같다가도 타인과 비교하기 시작할 때 행복은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아들에게 부유함을 자랑하고 싶었던 어느 부자 아빠가 있었다. 부자 아빠는 일곱 살 난 아들에게 아빠가 얼마나 부자인지 알려주기 위해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여주기로 했다. 그는 저택에서 나와 가난한 친구가 사는 작은 시골 농장으로 갔다. 그곳에서 나무로 만든 작고 허름한 집에서 아들과 함께 잤다. 이틀 밤을 보낸 아빠는 아들이 자신의 의도했던 것을 깨달았는지 궁금해 물었다.

“아들아,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잘 보았니. 거기서 무엇을 배웠니.” “네 아빠, 정말 좋았어요. 우리 집에는 개가 한 마리뿐인데, 그 집에는 네 마리나 있었어요. 우리 집 뒷마당에는 수영장이 한 개 있는데 그 집 뒤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개울이 있었어요. 우리 집에는 전등만 있는데 그 집에는 멋진 별들이 있었어요. 우리는 밤에 제각각 텔레비전을 보는데 그들은 모두 둘러앉아 재밌게 놀았어요. 아빠! 우리가 얼마나 가난한지 알게 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행복이란 환경이나 소유에 근거하지 않는다. 심지어 고통이 없는 상태도 아니다. 행복은 누구와 함께,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모세가 이스라엘에 “너는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은 이 두 가지 고백 때문이다. 첫째는 신명기 33장 26절의 고백이다. “여수룬이여 하나님 같은 이가 없도다.” ‘하나님과 같은 분은 없습니다’라는 찬양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둘째는 신명기 33장 29절 고백이다. “… 여호와의 구원을 너같이 얻은 백성이 누구냐….” 하나님께 대해서는 “하나님 같은 분은 없습니다” 하고 날마다 찬양과 영광을 드리고, 자신에 대해서는 “하나님께서 구원하시는 나와 같은 이는 누구인가”라고 감격하며 고백하는 이는 행복하다.

이를 함께 삶을 누리는 배우자나 가족에 적용해 “당신 같은 사람은 없습니다” 하고 칭찬하고, 자신에겐 “당신 같은 이를 곁에 둔 나 같은 이는 누구인가” 하고 고백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공동체에 대해서도 “당신 같은 이는 없습니다” 하고 칭찬하고 “당신과 함께 공동체를 이룬 나 같은 이는 누구인가” 하며 감사하는 이는 행복하다.

이 시대의 불행은 환경과 물질과 성취에서 행복을 얻으려는 데 있다. 하나님과 가족 그리고 이웃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 것이 행복의 시작이며 전부이다.

이재훈(서울 온누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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