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하는 설교] 하나님나라 기쁨을 먼저 누린 사람들



성경은 하나님나라를 ‘잔치(banquet)’로 쉽게 이야기하고 있어요. 잔치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기쁨을 서로 나누는 것이에요. 하나님나라는 무엇보다 아무도 빼앗지 못하는 기쁨을 모두가 누리는 곳이죠. 예수님은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눅 17:21)”고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안’이란 ‘네 마음’이 아니에요. 바로 예수 그리스도가 계신 곳이에요. 예수님으로 인해 기쁨을 누리는 곳이 바로 하나님나라예요.

누가 하나님 나라에 초대받았을까요. 오늘 말씀 본문을 읽어보면 이미 잔치에 초대받은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러나 그들은 그 잔치에 참여하지 않았어요. 왜 그랬을까요. 그들은 다른 곳에서 기쁨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죠. “밭을 며칠 전에 샀으니 이해해주세요.” “방금 구입한 소를 잘 키워야 합니다.” “장가를 든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이해할 만한 내용이지요. 그러나 알고 보면 이들은 천국(이 세상에서 예수를 믿은 사람이 죽은 뒤에 갈 수 있는, 영혼이 행복한 나라)에서 누리는 기쁨을 애타게 원하지 않았어요. 이들에겐 천국이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데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천국에 초대를 받았는데도, 참여하기 싫어했어요.

천국의 기쁨을 먼저 만난 사람들은 누구였을까요. “종이 돌아와 주인에게 그대로 알리니 이에 집 주인이 화가 나 그 종에게 말하되 빨리 시내의 거리와 골목으로 나가서 가난한 자들과 몸 불편한 자들과 앞 못 보는 사람들, 걷기 불편한 자들을 데려오라 하니라.”(21절) 뱟천국 잔치의 기쁨을 가장 먼저 맛본 사람은 가난한 사람, 몸이 불편한 사람, 시각장애인, 지체장애인, 청각장애인,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 등이었어요.

오늘날 이 기쁨은 주님이 세우신 교회에서 맛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교회가 오늘 말씀과 같이 장애인들을 초청하고 있습니까. 장애인들이 예배당을 스스로 찾아갔을 때 몸이 불편함(장애)을 겪지 않고 다닐 수 있을까요. 혹은 예배당에 들어갔지만, 그곳이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환영해 함께 하나님나라의 기쁨을 누리는 곳이란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요. 예수님은 지금도 “빨리 시내의 거리와 골목으로 나가서 가난한 자들과 몸 불편한 자들과 앞을 못보는 사람들과 저는 자들을 데려오라”고 명령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회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예수님은 우리를 대신해 십자가에 매달렸어요. 그때 손과 발에 못이 박혔죠. 예수님은 이것 때문에 손과 발에 장애를 갖게 됐어요. 그러나 부활하신 예수님은 장애가 없었어요. 이 부활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곳이 하나님나라입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하나님나라는 신체적 장애, 정신적 장애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하나님의 아들, 딸로서 초대받아 그리스도의 사랑을 느끼며 기쁨을 나누는 곳입니다. 오늘 우리가 아끼는 교회, 바로 그곳이 이러한 하나님나라가 되기를 간절하게 원합니다.

이계윤 목사(지체장애인 선교협의회 회장)

◇이 설교는 장애인을 위해 사회적 기업 ‘샤프에스이’ 소속 지적 장애인 4명이 필자의 원고를 쉽게 고쳐 쓴 것입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