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인터뷰  >  일반

[책과 길] “요즘 청년들 가치관 맑아졌으면…”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원천교회에서 미소 지으며 계단 난간을 잡고 있다. 김 교수는 백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허리가 꼿꼿하고 정정했다. 김지훈 기자




반세기 전에 나온 에세이가 오늘 우리에게도 울림을 줄까. 1961년 처음 출간돼 60만부 넘게 팔렸던 김형석(97)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의 에세이 ‘영원과 사랑의 대화’(김영사)가 최근 재출간됐다. 당시 대학 졸업생이 30만명이 채 안됐던 것을 고려하면 굉장한 베스트셀러다. 김 교수를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원천교회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얘기 중간중간에 ‘소년’처럼 해사하게 웃었다. 백수 가까운 노년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어느 날 군에 입대했던 고교 제자들이 제게 편지를 했어요. 내용이 뭔고 하니 자기들끼리 제 얘기를 나누다 생각이 나서 글을 쓴다고 했어요.” 그는 54년 연세대 부임 전에 7년 동안 서울 중앙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사실 제가 연세대에 일할 기회가 왔을 때 쉽게 결정을 할 수 없었어요. (고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가 되느냐, 대학에서 연구하는 학자가 되느냐를 두고 1년가량 고민을 했어요. 대학에 오면서 내가 키워야할 애들을 다른 어머니한테 맡기고 빠져나오는 것 같아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떠나온 제자들한테 도움주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는 고교생과 대학생이 인생철학을 정립하고 미래를 준비하도록 하는 글을 하나둘 쓰기 시작했다. “쉽고 의미 있는 얘기를 통해 삶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수필을 쓰게 됐지요. 어릴 때부터 독서를 많이 했기 때문에 재미있게 쓸 자신은 있었어요.” 그는 또 해사하게 웃었다. ‘영원과 사랑의 대화’는 행복의 조건과 존재의 의미 등을 주제로 쓴 에세이 모음이다.

“책 제목은 청년들이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무언가 영원한 꿈을 갖고 살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은 겁니다.” 그는 이 책에서 “인격 성장을 추구하고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갖고 고통에 공감하고 예수처럼 희생하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이라고 얘기한다. 또 민족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젊은이들의 비판정신을 가지라고 주문한다.

그렇다고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가르치는 내용이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고민해야할 문제가 있다고 치면 그 문제로 가기 위한 길을 안내하고 그 문제해결을 위해 건너야할 큰 강이나 산을 넘을지는 읽는 사람에게 맡깁니다.” 요즘 청년들도 그때 청년들처럼 이 책에 감동할까.

“돌이켜보면 그때 청년들은 지금 청년들보다 더 순수한 이상을 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세대가 50여년 전 청년들이 공감했던 순수한 가치관에 공감한다면 재출간이 보람된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순수한 이상을 갖고 올바른 가치관을 샘물에 비유했다.

“요즘 청년들은 콜라나 사이다 맛에 길들여 있죠. 취업이나 돈 버는 것과 관련된 것에 관심 기울이고…. 당시의 순수한 가치관은 아무 맛이 없는 샘물 같습니다. 그러나 그 샘물이 우리 몸에 더 좋습니다. 다시 한번 우리 청년들이 잃어버린 그 샘물의 맛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청년들의 가치관이 맑아지면 물질문명에 오염된 이 사회도 투명해질 겁니다.”

그는 바쁘게 지낸다. 지금도 매일 글을 쓰고 매주 두 세 차례 강연을 다닌다. “예전에 친구 김태길 교수가 그런 말을 했지요. 제가 80대에도 여전히 바쁘게 산다고 하니까 ‘아직 철이 없어서 그렇다’고요. 허허.” 100세를 앞둔 지금도 ‘철이 없는’ 노철학자의 인생론을 이번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