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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길을 묻다] 인하대병원 임종한 교수 “의료협동조합 통해 어려운 사람들 건강 돌볼 것”

임종한 교수는 “의사로서 소신 있게 환자들을 돌보고 환경의학자로 건강한 환경을 만드는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효상 기자


“의료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각종 유해 화합물질과 미세먼지가 생활을 위협하고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는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생활 속 관리와 예방이고 이를 안내하는 주치의입니다.”

임종한 인하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1차 의료의 붕괴에서 각종 의료적 문제가 비롯됐다”며 이에 대한 해결책을 ‘공동체’에서 찾았다. 임 교수는 지역사회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일종의 공공의료 시스템을 운영하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의료협동조합)을 이끌고 있다. 그는 “장애인, 노인, 만성질환자 등 평소 건강관리가 필요한 계층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이들에게는 충분한 설명과 의료적 관리, 나아가 지역사회 복지 서비스의 필요하다”며 “의료협동조합은 마을 공동체 내에서 약물, 주사를 남용하지 않고 도서관처럼 언제든 방문할 수 있는 병원, 필요하면 왕진 등 생활 돌봄 서비스가 함께 이뤄지는 의료서비스의 필요에서 생겨났다. 뜻이 맞는 환자와 의료진이 모여 공동으로 자금을 출자해 운영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1994년 안성에서 처음 시작된 의료공동체는 전국으로 확대돼 현재 21개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임 교수는 “그간 우리나라는 산업화 진행 과정에서 균형발전보다는 대기업 중심의 양적성장이 중요하게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모델은 한계점에 다다른 상태”라며 “생활 속 주치의가 보편화됐다면 가습기살균제 사건이나 메르스 피해 등이 지금처럼 심각하게 발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가습기살균제 사건 초기부터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힘을 싣는 역할을 해왔다. 최근 그는 ‘가습기 살균제 증후군’을 바탕으로 피해자 판정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임 교수는 “새 정부에서는 전향적으로 피해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천식도 가습기살균제 피해대상으로 인정됐고 그 외에도 기업의 구상권을 전제로 일정정도 개연성이 있다면 피해를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방향이 모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우리사회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그간 기업은 화합물질 안전성을 관리하지 않았고 이를 관리해야 할 정부도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 곪아 터진 것”으로 진단하고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기업은 자신들의 역할에 책임을 지고, 환자들도 수동적인 진료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만약 가습기 살균제 피해 초기에 환자들이 담당 주치의를 찾아 꾸준히 상담을 받는 문화였다면 충분히 빠르게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기존의 3분 진료 후 약 처방으로 국한됐던 점이 피해를 키웠다”고 말했다. 결국 주치의 제도가 앞으로 의료의 방향이라는 것이다. 주치의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손 볼 구석이 적지 않다. 임 교수는 “기존 수가체계는 대부분 약 처방과 검사로 이뤄져있기 때문에 왕진, 예방적 관리, 상담 등으로는 수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주치의제도가 정착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의료협동조합이 주민들의 출자로 시작된 이유이기도 하다. 향후 의과 교육에 있어서도 사회적 수요에 맞게 주치의를 담당할 의사도 배출해야 한다. 그 전에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일반의와 전문의의 처우에 있어 균형을 맞추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임 교수는 “가난한 사람들, 어려운 사람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협동이다. 의료협동조합은 이들이 모인 공동체를 바탕으로 작은 공공의료모델을 구축한 것이라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임종한 교수는 “사회적 약자들이 건강을 되찾고 다시 도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의사로서의 보람이다. 앞으로 소신 있게 환자들을 돌보고, 환경의학자로서 건강한 환경을 만드는 데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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