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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호 “멜로디는 마음 속 이야기… 귀 기울여 주실래요”

생애 첫 콘서트를 앞둔 은성호씨가 연습을 잠시 멈추고 공연 포스터 앞에서 어머니 손혜숙씨와 얘기하고 있다. 성남=신현가 인턴기자
 
드림위드앙상블 단원들이 경기도 성남시 연습실에서 각자 악기를 연주하며 화음을 맞춰 보고 있다. 성남=신현가 인턴기자


지난달 2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백현로길 한 빌딩 지하 연습실. 클라리넷의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왔다. 국내 최초 발달장애인 클라리넷 연주단인 ‘드림위드앙상블’ 단원들이 지도 선생님들과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자폐성 발달장애인들임에도 서로 눈을 마주보며 화음을 맞추고 있었다.

지도를 맡고 있는 고대인(36)씨는 “앙상블은 프랑스어로 ‘함께, 같이’라는 뜻”이라며 “자폐성 장애인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 바로 타인을 배려하고 화음을 이루는 앙상블인데, 우리 단원들이 그 일을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은 상대방과 눈을 마주 보는 일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타인과의 관계를 끊고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버린 이들이 드림위드앙상블로 다시 서로를 쳐다보게 된 것이다.

2015년 창단된 드림위드앙상블은 단원인 은성호(34)씨의 생애 첫 번째 콘서트에 같이 무대에 선다. 수천번 반복해 연습하면서 화음을 만들어내는 중이다. 은씨의 콘서트는 9일 오후 6시 서울 양천구 목동서로에 위치한 KT체임버홀에서 열린다. 포항아트챔버오케스트라, 최훈락 피아니스트가 함께한다.

은씨는 자폐성 장애(2급)에 해당하는 중증 장애인이다. 어머니 손혜숙(60)씨는 “생후 30개월 됐을 때 대학병원에서 ‘전형적 자폐’란 진단을 받았다”며 “의사는 전형적 자폐는 자폐 중의 자폐로 결혼도 불가능하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우연히 은씨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양한 음악을 듣고, 건반 10개를 동시에 눌러도 한 음 한 음 분별해내는 절대 음감이 있었다. 악보도 컴퓨터처럼 읽어냈다. 초등학교 1학년 음악시간에 선생님의 오르간 연주를 따라하는 아들을 보고난 뒤 어머니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피아노학원에 보냈다.

“3초 동안 눈 맞춤 하는 것도 어려워서 학교 다니는 것조차 힘들었던 아들이 음악이라는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겁니다.”

무대에서 피아노를 치고 클라리넷을 부는 은씨는 ‘발달장애’의 옷을 벗고 세상과 소통하고 있었다. 무대에서만큼은 어떤 프로 음악인도 그를 당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은씨에게 세상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부모가 이혼하면서 은씨는 단독으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그렇게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손씨는 아들을 위해 자립의 길을 열어주고자 했다. 삶의 의미를 느끼고 가치 있게 살아가길 바라서였다. 201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등록해 예술인 번호를 받았다. 드디어 전문 직업인으로 등록된 것이다. 2004년부터 소속돼 수석까지 했던 하트하트오케스트라에서 2015년 나왔다. 이 오케스트라는 초등학생부터 23세까지 학생에게만 장학금이 지원됐기 때문이다. 때마침 성남시에서 사회적 협동조합을 시작한다고 해 지원해 선발됐다.

“성남시에서 2500만원의 지원을 받고 엄마들이 출자금을 내 협동조합을 갖추고 연습실을 마련했죠. 전문연주단체로 인가받아 사회적기업이 됐어요. 이 모든 건 사람이 한 게 아니라 하나님이 하신 것이란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드림위드앙상블 단원들의 부모는 가장 큰 숙제를 해결했다. 부모가 없어도 전문 직업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줬다. 협동조합을 통해 한 달에 70만원의 월급을 받게 됐다. 사람들이 인정해주고 자녀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며 이제는 음악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다시 힘을 모으고 있다.

손씨는 “콘서트에서는 오직 무대 위에서만 홀로 자립하고 소통하는 성호만의 음악 인생을 펼쳐보려 한다”며 “소중하고 감동적인 한 인생의 음악 이야기에 여러분이 함께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성남=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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