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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안에도 성차별 조장 권위주의 많다”



“우리나라도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대한성공회 대표로 지난 3월 유엔여성지위위원회(UNCSW)에 참석한 이옥경(57·사진)씨는 4일 서울 정동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평범한 가정주부이자 평신도인 그는 성공회 여성활동단체협의회(회장 김택희)의 지원으로 UNCSW에 참석할 수 있었다.

UNCSW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산하 기구로 남녀평등 촉진과 여성의 역량 강화를 위해 설립됐다. 올해는 세계 각국 종교계 및 NGO 단체 여성 200여명이 ‘직업 환경에서의 세계 여성과 소녀의 경제력’을 주제로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씨는 위원회에서 통계가 작성된 1992년부터 2015년까지 24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남녀 임금격차가 가장 심한 우리나라 현실을 지적했다. 이씨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여성 노동이 과소평가 받고 있으며 여성의 기회를 막는 유리 천장, 육아 휴직 후 경력단절, 저임금 일자리 등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UNCSW에서는 ‘여성은 양질의 교육과 의료혜택을 받아야 한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인정받아야 한다’ ‘여성의 사회 참여를 방해하는 모든 문화적 장벽을 철폐하고 여성의 의사결정 참여를 높여야 한다’ 등이 결의됐다. 이 같은 결의가 세계 각국에서 지켜지도록 강제할 수 있는 법제화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성공회에서는 17개국 21명의 여성이 위원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유엔 본부 인근 성공회 뉴욕사무소에서 매일 회의를 열어 교회 내 여성 차별과 경제적 불평등을 이야기로 나눴다.

이씨가 룸메이트로 만난 30대 미얀마 여성인 사르씨는 신학을 공부했지만 사제가 될 수 없었다. 미얀마에서는 여성이 사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토지를 소유할 수 없는 부룬디 여성, 가사노동을 하느라 교육받을 기회가 부족한 수단 여성도 고충을 털어놨다. 이씨는 “한국교회 안에도 성차별을 조장하는 권위주의가 많다”며 “성도 과반수를 차지하는 여성들이 식사 봉사나 꽃꽂이 등 궂은일을 도맡지만 상위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일은 적다”고 주장했다.

김택희 회장은 “대한성공회 여성들은 10년째 위원회에 참석하며 여성 지위 향상의 밀알이 되고 있다”며 “이들은 성공회 내 전국 상임위원회와 교구 대의원 비율을 30%로 늘리자는 목소리를 내는 등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사진=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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