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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칸타타] 욥과 솔로몬처럼… 타인 배려하는 자녀로 키우세요

김인숙 국제아동인권센터 이사가 서울 종로구 사직로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실 앞에서 아동인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유엔에 NGO 보고서 심의를 받기위해 스위스 제네바에 잠시 머물 때 세이브더칠드런을 창설한 영국의 에글렌타인 젭 여사의 묘소를 방문한 적이 있어요. 그분의 묘비명에 적힌 이 말씀을 읽는 순간 가슴이 뛰기 시작했고, 앞으로 어디에서 일하든 그 분의 정신을 살아 내리라 결심했지요.”

세 번의 전환점

그의 ‘가장 작은 자’에 대한 사랑은 세 번의 전환점이 있었다. 66년 이화여대 불문과를 졸업한 후 미국 컴패션 한국지부 사업조정관으로 일하면서 전국 102개 고아원 아동과 미국 후원자의 결연활동을 했다. 그러나 단순한 원조보다는 아동이 처한 환경을 개선해줄 수 있는 개발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78년부터 국제NGO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당시 세이브더칠드런의 슬로건은 ‘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였어요. 물론 당시에 아동의 권리 혹은 인권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인권의 개념이 내재된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아동을 독립된 인격체로 대하고 잠재된 능력을 찾아내 개발 하도록 도왔지요.”

2011년 그는 이젠 우리나라에도 국제사회의 기준, 즉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준수해 아동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세이브더칠드런 부회장이던 김 이사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이양희 대표에게 이런 내용을 제안해 국제아동인권센터가 발족됐다. 국제아동인권센터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의 국내 이행을 위해 연구하고,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아동인권에 관련된 모든 정보와 지식을 나누는 NGO다.

국제아동인권센터는 서울시와 함께 아동인권 강사를 양성하고, 아동·청소년 시설 종사자들과 교사, 부모, 학생, 공무원, 각계 전문가들 4만명에게 아동인권교육과 인권감수성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와 함께 '아동권리포럼'도 해마다 개최하고 있다. 그동안 대한민국인권상 국민포장(2012년)과 대통령표창(2002년) 장관표창(2005년)을 받았다.

욥에게 배우는 인권감수성

그는 현대 아동들에겐 타인을 배려하고 인간에 대한 경외심을 높이는 ‘인권감수성교육’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인간은 누구나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존엄하며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고 실천하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권감수성 교육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작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권감수성이 있는 아동은 내가 소중하고 존엄한 존재이기에 바로 옆 친구 역시 존엄한 존재라는 걸 압니다. 나와 다른 게 틀린 것이 아닌 서로 다를 뿐이란 사실을 알고 내가 듣기 싫은 말은 친구에게 하지 않는 예의를 배운다면 요즘 왕따, 친구 괴롭힘 등의 학교폭력은 예방될 수 있습니다.”

김 이사는 성서의 인물 욥에게 인권감수성을 배우자고 제안했다. “욥기 31장에 나타난 욥의 모습을 살펴보면 그는 자신과 종들이 창조주가 지으신 똑같은 피조물임을 고백하며 평등 정신을 실천하며 살았습니다. 욥은 마음과 뜻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했습니다. 욥과 같은 영성을 가진 자녀로 키워야 합니다.”

그는 인권감수성과 영성은 깊은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영성 훈련은 나 자신이 참된 인간, 진정한 피조물이 되는 것이 목적이기에 나부터 시작하는 훈련입니다. 나의 권리를 알지만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다면 기꺼이 나의 권리를 내려놓는 연습을 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영성 훈련입니다.”

그는 인권교육에 기독교 황금률로 꼽히는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네 이웃을 네 자신같이 사랑하라”(마 22:37∼39)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마 7:1)는 말씀을 근거로 교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들에게 자녀들을 훈계하거나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경청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라고 권면했다. “솔로몬이 지혜의 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부귀영화나 재물을 구하지 않고 단지 ‘듣는 마음’을 구했기에 모든 것을 받게 됐습니다. 들을 줄 아는 마음을 키우는 것은 리더의 근본적인 자질을 키우는 것입니다. “

그는 교회는 아동과 청소년들이 하나님을 알고 인간에 대해 배우는 훈련장인데 대부분의 교회학교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하나님을 가르치지만, 참 신앙인의 삶의 방법을 가르치는 훈련된 교사는 많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인권민감성이 없는 아이들은 영적 민감성도 둔합니다. 영적 지도자의 부재현상은 여기서부터 비롯됩니다. 교회학교에서 인권감수성 교육이 성경공부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가장 작은 자’에 대한 사랑은 증조할머니부터 손녀까지 6대째 이어져 오는 신앙의 힘이 컸다. 부산 피란민촌에 천막을 치고 시작한 평양교회(현재 시온감리교회)에서 온 가족이 신앙생활을 하다 현재는 아들과 며느리가 공동목회하는 작은 개척교회를 섬기고 있다.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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