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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미, 연기외길 60년 “영원히 철들지 않을 것 같아”

29일 서울 마포구 시네마테크KOFA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우 김지미. 그는 “후배들에게 종종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라’는 조언을 한다. 배우라는 소재가 소중히 다뤄져야 영화라는 상품이 값어치 있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제가 77년을 살았습니다. 영화 나이는 환갑이고요. 근데 아직도 철이 안 났어요. (제가 찍은 영화 중) 완성된 작품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성장과정에 놓여 있죠. 100세를 먹어도, 그 이상이 돼도, 영원히 철이 안 날 것 같아요.”

대중의 시선 밖에서 지내 온 영화배우 김지미(본명 김명자·77·사진)가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섰다. 고운 외모와 꼿꼿한 말씨는 여전했다. 자신의 데뷔 60주년을 기념한 ‘매혹의 배우, 김지미’ 특별 상영전 개최를 앞둔 그는 긴장과 설렘이 뒤엉킨 듯했다.

특별전 개막일인 29일 서울 마포구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지미는 “내가 출연한 영화 시사회에 가보면 항상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인다. ‘저 장면을 왜 저렇게 연기했을까’라는 후회가 늘 따라온다”고 털어놨다.

치열했던 연기 인생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확고했다. 그는 “배우로서 60년 동안 자기 자리를 지켜왔다. 혹자는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라 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내 인생 전부를 걸고 오로지 영화에 매달렸다. 스스로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데뷔한 김지미는 ‘한국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라 불리며 1960∼8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공식 출연작 수만 370여편. 기록이 남지 않은 작품까지 합하면 700편을 넘는다.

이번 특별전은 개막작 ‘티켓’(감독 임권택·1986) 상영을 시작으로 다음 달 12일까지 이어진다. ‘비 오는 날의 오후 3시’(박종호·1959) ‘불나비’(조해원·1965) ‘춘희’(정진우·1967) ‘토지’(김수용·1974) ‘길소뜸’(임권택·1985) 등 김지미의 대표작 20편을 만날 수 있다.

김지미는 “그동안 나를 아껴준 많은 영화 팬들이 계셨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여러분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되는 배우로 남고 싶다”고 전했다.

“제가 700편 이상 되는 작품에 출연했습니다. 700가지 인생을 살아본 셈이죠. 더 해보고 싶은 역할이요? 그런 아쉬움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행복하게 신나게 영화 작업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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