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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무한긍정 “옥자 논란? 좋은 상황” [인터뷰]

오는 29일 ‘옥자’를 넷플릭스와 극장에서 동시에 선보이게 된 봉준호 감독. 그는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차지한 건 (할리우드 배우) 제이크 질렌할, 틸다 스윈튼도 아닌 옥자”라며 “사실적인 특수효과를 위해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NEW 제공






“지금 약간 재개봉하는 느낌이에요(웃음). 칸영화제 전 국내 기자회견부터 국내외 인터뷰를 거의 100개 넘게 했어요. 말만 무성하고 아직도 개봉을 안 한 거죠. 그래서 일단은 ‘빨리 개봉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우여곡절 끝에 ‘옥자’를 세상에 내놓게 된 봉준호(48) 감독의 솔직한 심경이다.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 이래 가장 적은 스크린에서 신작을 선보이게 된 현 상황에 대해서도 그는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스트리밍 영화 중에선 역사상 가장 많은 스크린에서 상영하게 된 거잖아요. 다행이죠.”

개봉을 이틀 앞둔 2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봉 감독에게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프랑스 칸, 영국 런던, 미국 로스앤젤레스(LA)·뉴욕, 호주 시드니, 일본 도쿄를 찍고 돌아와 곧바로 한국 홍보 일정에 뛰어들었다. “머리는 약간 멍한데, 익숙한 곳에 오니까 되게 기분이 좋네요(웃음).”

온라인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의 전액(약 580억원) 투자를 받아 제작된 ‘옥자’는 가는 곳마다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았다. 칸영화제 경쟁 진출 당시 현지 반발에 부딪힌 데 이어 동시개봉 불가 방침을 내세운 국내 3대 멀티플렉스로부터 보이콧을 당했다. 결국 CGV·롯데·메가박스를 제외한 전국 79개 극장, 103개 스크린에서만 개봉하게 됐다.

작품 외적인 논란 탓에 마음고생이 컸을 법한데도 봉 감독은 특유의 ‘긍정 마인드’를 잃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좋은 상황이 아닌가 싶다. 배급 등 기술적인 문제가 회자되면서 영화 내용은 덜 알려지지 않았나”라며 미소를 지었다.

‘옥자’는 강원도 산골소녀 미자(안서현)가 소중한 친구인 슈퍼돼지 옥자를 다국적기업 ‘미란도’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언뜻 인간과 동물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비인간적인 공장식 축산 시스템과 자본주의에 대한 강렬한 비판의식이 깔려있다.

봉 감독은 “인간의 기준으로 동물을 식용과 애완용으로 구분 짓지만 그들은 사실 ‘하나의 존재’라는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그런 메시지를 지닌 우스꽝스러운 소동극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와 손잡은 건 이 영화를 제작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아무 제한 없이 5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해줄 기업은 넷플릭스가 유일했다. 아시아·유럽 투자사의 경우 그만한 규모를 기대하기 어렵고, 자금 여유가 있는 미국 투자사의 경우 감독의 통제권을 온전히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작 ‘설국열차’(2013)는 국내 투자사에서 전액 투자를 받았어요. 다른 감독들이 만들 수 있는 50∼60억원 규모의 영화 8∼10편 제작이 멈춰진 거였죠. 그때 후배 감독들에게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감독은 해외로 나가서 하시라’는 농담 섞인 얘기도 들었어요. ‘옥자’까지 민폐를 끼치진 말자는 생각이 있었죠.”

적은 상영관에도 불구하고 ‘옥자’는 예매율 상위권을 달리며 선전하고 있다. “휴대폰이나 태블릿PC 말고 되도록 화면이 큰 TV나 프로젝터로 보시길 권합니다. 웬만하면 극장에서 보셨으면 좋겠어요. 4K 고화질 상영관이면 더 좋고요. 초청받은 영화제들도 꽤 많아서, 지구상 어디에선가는 ‘옥자’가 계속해서 큰 화면으로 상영되고 있을 겁니다.”

두 편 연달아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한 봉 감독은 작은 영화를 구상 중이다. 차기작 제목은 ‘기생충’. 투자·제작·배우·스태프·대사까지 100% 한국산으로 만들어진다. 주연배우로는 송강호가 유력하다. “기차에 4년, 돼지에 4년. 솔직히 저도 되게 지쳤거든요(웃음).”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해서 영화를 찍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봉 감독은 “다음 영화를 생각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개봉 즈음엔 심적으로 불안하고 힘든 점이 많지만 차기작을 떠올리면 왠지 모를 기대감이 생긴다”고 웃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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