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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 뜨거운 진심으로… ‘박열’이 남긴 사명감 [인터뷰]

‘박열’에서 불덩이처럼 뜨거운 연기 열정을 발산한 이제훈. 그는 “작품을 끝낼 때마다 지치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픈 욕심이 있다. 끊임없이 나를 채우고 계발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아직은 혈기왕성하니 문제없다”고 했다.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자유가 말살됐던 일제강점기. 독립을 위해 애쓰신 수많은 위인들. 그 역사의 많은 부분을 모르거나 외면하고 살지 않았나, 자기반성을 했습니다. 제게 ‘박열’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준 작품이에요. 그런 마음이 관객에게도 온전히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독립운동가 박열(1902∼1974)의 생애를 조명한 영화 ‘박열’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 이제훈(33·사진)은 어느 때보다 차분하고 진중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일본 제국주의의 심장부에서 자신의 신념을 저버리지 않은 박열을 연기하는 데 있어 막중한 사명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박열’은 간토(관동) 대학살이 벌어진 1923년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한 박열(이제훈)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인 가네코 후미코(최희서)의 실화를 다뤘다. 역사 속에서 주목받지 못한 이들의 숭고한 삶이 이준익 감독의 철저한 고증을 통해 스크린 위에 되살아났다.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는 ‘우와, 내게 드디어 이준익 감독님과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오다니’ 생각하며 마냥 들떴죠. 그런데 시나리오 보고 나니 걱정이 되더라고요. 일단 일본어 대사가 반 이상이었어요. 일본어를 할 줄 모르는데 그 긴 대사를 숙지해야 하는 게 부담스러웠죠.”

박열이라는 실존인물에 녹아들기까지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먼저 각종 사료와 서적을 두루 섭렵했다. 일본어 대사는 현지인이 녹음한 음성을 밤낮없이 들으며 익혔다. 촬영 기간 동안 단식까지 했다. 투옥 당시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단식을 감행했던 박열의 결연함을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이제훈은 “영화를 찍으면서 음식을 끊은 건 처음이었는데 몸 상태가 정말 안 좋아지더라”며 “단식이라는 게 결코 가벼이 여길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고 했다. “촬영이 끝난 뒤 떡볶이를 먹었는데 그렇게 맛있는 떡볶이는 난생 처음이었어요. 탄수화물이 주는 강렬함이 뇌리를 자극하더라고요(웃음).”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서 눈물을 펑펑 쏟았을 만큼 부담감이 큰 작품이었다. “촬영장에 갈 때마다 무게감에 짓눌려 있었다”는 이제훈은 “내가 헛발질해서 영화를 망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보통 출연작들을 돌아보면 아쉬움이 남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다시 촬영해도 이만큼 해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그릇 안에서 후회 없이 다 쏟아낸 것 같아요.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가치 있게 기억될 영화를 찍은 것 같아 뿌듯합니다.”

‘파수꾼’(2010) ‘고지전’(2011) ‘건축학개론’(2012)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 온 이제훈은 그간 작품 외 활동에는 다소 소극적인 편이었다. 작품 속 캐릭터로서만 대중을 만나는 것이 배우의 본분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배우인생에 ‘박열’은 선명한 전환점을 찍어줬다. 이제훈은 “배우로 살면서 대중에게 받는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인지 많이 느끼고 있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자로서 성장하는 것 외에도 사회적으로 보탬이 되는 활동에 적극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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