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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선희 소망교회 원로목사 “하늘나라 소망 두고 살아가는 종말론적 신앙 회복해야”

곽선희 소망교회 원로목사가 지난 14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그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한국 교회가 ‘종말론적 신앙’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현가 인턴기자


"교회가 세상 문화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주체가 되느냐, 아니면 세속 문화에 빠져들어 허우적대느냐. 한국교회는 지금 개혁의 전환점에 와 있다고 봅니다."

지난 12일 여든 네 번째 생일을 맞은 곽선희(서울 소망교회) 원로목사가 내린 한국교회에 대한 진단이다. '설교의 대가' '설교의 달인'으로 불리는 그의 교회사랑과 목회사랑, 설교사랑은 여전하다. 14년 전 담임목사에서 은퇴했지만 지금까지 설교를 하지 않은 날이 거의 없을 정도다. 요즘도 전국 방방곡곡과 세계 각처를 두루 누비며 말씀 선포를 이어가고 있다.

2017년은 그에게 특별한 해다. 교회사적으로는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이면서 그의 목회 사역에 있어선 소망교회를 개척한 지 40주년이 되는 해다. 11명의 성도들로 시작해 6만명이 넘는 신앙공동체로 우뚝 선 소망교회의 부흥을 경험한 곽 원로목사는 늘 “한국 교회의 부흥은 계속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는 특히 세속화 물결 속에서 교회와 목회자가 위축돼 가는 현실을 복음의 본질인 ‘종말론적 복음 신앙’으로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다음 달부터 현직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교회부흥 아카데미도 준비 중이다. 주제는 ‘교리적 설교’다. 14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곽 원로목사를 만났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많은 목회자들이 ‘교회 부흥’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하지만 교회 안팎의 상황은 여의치 않은 것 같다.

“오늘날 교회 부흥이 쉽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복음의 진리를 철저히 고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언제나 복음의 진리를 선포해야 한다. 특히 사회·문화적 상황 속에서 복음의 진리를 주체적으로 적용해나가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세속 문화에 편승하면서 교회가 복음의 본질을 서서히 잃어버리고 있다. 그것이 문제다.”

-한국교회가 갖는 종교개혁 500주년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나.

“130년 정도 되는 한국교회 복음의 역사 가운데 36년간의 일제 식민지 치하와 6·25 전쟁이라는 수난사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한국교회사는 곧 수난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고난 속에서 얻어진 복음이 한국교회를 이끌어 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삶의 형편이 나아지고 소위 ‘먹고 살 만큼’ 되자 한국교회가 고난 속 복음의 메시지를 망각하게 된 것이다. 그저 ‘예수 믿으면 잘 산다’ ‘예수 믿으면 복 받는다’는 식의 기복사상이 만연해졌다. 그러면서 자본주의적 기독교로 변질됐다는 비판까지 받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변화와 갱신을 통해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변화와 갱신의 주체는 현장 목회자들이다. 무엇을 어떻게 갱신할 수 있을까.

“예수의 마음과 예수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교리적 설교에 다시 충실해야 한다. 근래 들어 목회자들이 전하는 설교 메시지에서 순수한 복음적 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보다 윤리학, 한 발 더 나아가 사회학에 가까운 내용이 쉽게 눈에 띈다. 성경에 이런 개념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수 복음의 핵심은 하늘나라, 즉 ‘종말론적 신앙’이다.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종말론적 신앙의 핵심은 무엇인가.

“하늘나라에 소망을 두고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다. 축복과 만사형통이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 돼선 안 된다.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하나님 나라가 이뤄질까’에 초점을 두는 종말론적 복음 신앙을 지니고 사는 것이다. 어떻게 믿느냐에 따라서 어떻게 사느냐에 대한 답은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게 복음의 힘이다.”

-그런 신앙을 품고 성도들에게 전하기 위한 목회자의 자질은 무엇인가.

“세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티칭’(teaching) ‘터치(touch)’ ‘감동’이다. 먼저 가르쳐야 한다. 가르치려면 먼저 배워야 할 것이다. 상대방과 교감하고 상처를 어루만질 줄 알아야 하는데 이게 터치다. 마지막으로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예수님은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추신 분이다.”

-다음 달 현직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회 부흥 아카데미’를 개강한다.

“종교개혁의 정신 속에서 교리적 설교의 필요성과 실제를 전수하고 공유하고자 한다. 많은 목회자들이 사람들의 표면적 필요와 이생의 문제에만 초점을 두고 설교하려 한다. 그러다보니 설교가 인생의 근본적 문제를 만지지 못한다. 교양 강연처럼 식상하게 들릴 때가 많다. 복음의 진리가 명확하게 전달될 리가 없다. 이런 문제들을 이론적, 신학적, 성경적으로 현직 목회자들과 함께 대화하고 토론하고 해답을 찾도록 돕고 싶다. 아카데미를 통해 본받을 만한 모델 교회도 제시할 수 있으면 좋겠다.”

-‘교회 성장’이 아닌 ‘교회 부흥’에 초점을 두는 이유는.

“성장이란 단어는 기업 등에서 쓰는 용어다. 양적인 개념이 짙다. 부흥이란 단어는 교회에서만 쓸 수 있는 용어다. 성장은 인간의 계획과 방법을 통해 인위적으로 이룰 수 있다. 하지만 부흥은 하나님의 역사로 임한다. 부흥은 오직 하나님이 하신 일, 곧 복음의 재발견과 헌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아카데미를 섬기는 일이 한국교회의 부흥을 위한 내 인생 마지막 사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곽선희 소망교회 원로목사는

1933년 황해도에서 출생했다. 단국대 영문학과와 장로회신학대를 졸업했다. 미국 프린스턴신학대학원과 풀러신학대학원에서 각각 신학 및 선교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7년부터 2003년까지 서울 소망교회 담임목사로 시무했다. 장로회신학대 교수, 숭실대 이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군선교기독교연합회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미련한 자의 지혜(2001), 신앙인의 신앙(2004), 선으로 악을 이기라(2014) 등 90여권의 책을 썼다.

■ 목회자들이 말하는 곽선희 원로목사의 설교
"청중에겐 감동… 목회자들엔 설교의 모범"


"그의 설교는 마음의 변화를 이끌고 용기를 불어넣는다. 청중에게는 감동을 주고, 목회자들에겐 설교의 모범이 된다. 신학자들의 연구 대상이다."

곽선희 소망교회 원로목사의 설교에 대해 김외식 전 감리교신학대 총장이 남긴 평가다. 강단에 서는 수많은 목회자뿐 아니라 신학자들은 곽 목사 설교에 대한 특별한 소회를 간직하고 있다. 영성과 지성을 겸비하면서도 현실과 본질을 놓치지 않는 설교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은준관 전 실천신학대학원대 총장은 "성경 내용을 현실의 삶과 구체적으로 연결시킨 설교를 시도한다"고 평가했다. 고 하용조 온누리교회 목사는 "교파와 연령, 신분을 초월하는 설교로 늘 감동을 선사하는 설교"라고 회고했다.

김홍기 전 감신대 총장은 "지나친 비합리적 신앙과 지나친 합리적 신앙 모두를 넘어선 '신앙을 전제로 한 이성적 이해를 추구하는 설교'"라고 평했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는 "곽 목사의 설교는 한국교회 강단 수준을 여러 단계 업그레이드했다"고 밝혔다.

곽 목사의 설교를 다년간 연구하면서 관련 저서를 발간한 문성모 전 서울장신대 총장의 분석도 인상적이다. "그의 목회에서는 특별한 제목의 예배를 찾아볼 수 없다. 특별한 프로그램도, 전도운동도 없다. 그의 목회와 선교 동력은 설교에서 나온다. 설교에 대한 강한 사명을 갖고 피나는 노력으로 헌신한 열매가 그를 '설교의 대가'로 만들어 낸 것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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