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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도시의 재구성’ 출간 음성원씨 “도시 문제 논의의 장 더 많이 마련됐으면”



어쩌면 책을 쓴다는 건 한 채의 집을 짓는 일과 비슷할 것이다. 글쓰기는 터를 잡고 땅을 고른 뒤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올리는 과정과 유사하다. 그렇다면 최근 출간된 ‘도시의 재구성’(이데아)은 어떤 집에 비유할 수 있을까. 서울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을 담아낸 이 책은 독창적이면서도 근사한 설계와 시공이 돋보이는 신간이다.

저자는 한겨레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다 지난 3월 글로벌기업이자 공유경제의 대명사인 에어비앤비로 이직해 이 회사 미디어정책을 총괄하는 음성원(39·사진)씨다. 그는 기자 시절 서울시를 출입하면서 도시 문제에 몰두하기 시작해 지난해 초부터 연말까지 이 책을 썼다.

최근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도시 재생에 대한 논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있다”면서 “책을 통해 나만의 관점을 정리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옆에 어떤 건물이 들어서고 어떤 공원이 생기면 삶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도시 문제를 논하는 건 그 자체가 우리사회의 복지를 얘기하는 것” 이라고 했다.

‘도시의 재구성’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도시재생’ ‘코리빙(co-living)’ ‘테크놀로지’라는 4개 키워드로 서울을 해부하고, 우리네 도시의 미래를 내다본 신간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대한 접근이다.

저자는 고령화·저성장 사회로 접어들면서 부동산 투자의 타깃이 아파트에서 상가로 바뀔 수 있는 단독주택으로 넘어갔음을 실증해낸다. 젠트리피케이션은 흔히 예술가나 실력 있는 상인의 유입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서울의 경우 ‘뜨는 동네’를 향한 부동산 투자 쏠림 현상이 근본 이유였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 현상을 설명하려고 서울 상수동 연남동 서촌 등 대표적인 젠트리피케이션 지역의 등기부등본 400여장을 분석한다. 수많은 건물주와 세입자를 인터뷰했고, 누가 이 같은 투자 열풍을 이끄는지 들려준다.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다룬 내용이 눈길을 끌지만 핵심은 ‘원래의 용도를 다한 동네에서 새로운 용도를 찾아내고, 그 용도에 맞게 건물과 동네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일’을 일컫는 ‘도시 재생’이다. 개발과 보존,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냉철하게 문제를 들여다보려는 태도가 인상적이다.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생)의 등장으로 인한 공유주택의 부상 등을 면밀하게 살핀 내용도 담겨 있다. 음씨는 “도시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편”이라며 “이 문제에 대한 논의의 장이 많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했다.

“기회가 된다면 공간심리학에 대한 책을 쓰고 싶어요. 예컨대 도시에 어떤 건물이 들어설 때 시민들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행정 당국은 무언가를 설계할 때 어떻게 접근해야하는지 쉽고 친절한 언어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글·사진=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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