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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김순영 "뮤지컬과 오페라 자연스럽게 오가고 싶어요"

소프라노 김순영은 14일 "뮤지컬 '팬텀'에 출연했을 때 성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나를 부러워한다"며 "성악계도 좀 더 다양한 장르와 교류하고 관객에게 다가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현규 기자


“오페라와 뮤지컬,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아요.”

클래식 무대에서 활약하던 소프라노 김순영(37)은 2015년 뮤지컬 ‘팬텀’의 여주인공 크리스틴 역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 4월 막을 내린 ‘팬텀’ 재공연에서 한층 물오른 연기력을 뽐낸 그가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의 여주인공 질다 역으로 오는 29∼30일 서울 강동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1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만난 그는 “‘팬텀’으로 팬이 된 뮤지컬 관객들이 내가 나오는 오페라를 보러 왔다가 그 매력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뮤지컬 출연이 오페라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오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밝혔다.

한양대 음대와 독일 만하임 국립음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2011년 귀국한 그는 국립오페라단의 ‘코지 판 투테’ ‘루살카’ 등 다양한 오페라 무대에서 활동했다. 제6회 대한민국 오페라대상 특별상을 수상하며 주목받던 그가 소프라노 임선혜와 함께 뮤지컬 ‘팬텀’에 출연한 것은 파격이었다.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관객이 없으면 아무리 훌륭한 예술이라도 존재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몇 년 전 가곡 뮤직비디오를 찍는 시도를 했는데, EMK뮤지컬컴퍼니에서 그걸 보고 저를 캐스팅한 겁니다. 당시 성악계 지인 대다수가 출연을 말렸죠. 자칫 정통 성악가가 아니라는 낙인이 찍힌다고요.”

성악계 선배 임선혜도 더블캐스팅 됐기 때문에 용기를 낸 그는 뮤지컬 연습에 들어간 직후엔 후회가 밀려왔다. 오페라와 달리 대사를 말하거나 연기하는 뮤지컬에서 그는 다른 배우와 비교해 너무나 경직됐던 것이다. 자신감을 잃은 그는 그만둘 생각도 했지만 연출가와 동료 배우들의 배려 덕분에 힘든 시간을 견뎌냈다. 공연이 거듭될수록 그는 무대에서 빛났고, 당시 뮤지컬 전문 사이트에서 관객들이 뽑은 여우 신인상까지 수상했다. 지난해 11월 개막했던 재연 무대에선 한층 여유와 노련함이 묻어났다.

“뮤지컬은 뮤지컬답게, 오페라는 오페라답게 할 겁니다. 그래서 뮤지컬과 오페라 발성을 자연스럽게 오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어떤 무대든 자연스럽게 소화하려는 그에게는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오는 10월 오스트리아 빈의 뮤직페어라인홀에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11월에는 대전예술의전당 30주년 기념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출연한다. 아직 공개할 수 없지만 내년 또 다른 대형 뮤지컬 출연도 예정돼 있다.

“제가 최고가 아니기 때문에 늘 열린 마음으로 배우려고 합니다. 저처럼 뮤지컬과 오페라의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좀 더 나왔으면 좋겠어요.”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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