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이끄는 강소기업] 실험실 안전 기술력 최고… 세계적 기업 꿈꾼다






㈜CHC랩은 국내 최고 기술력을 갖춘 실험실 안전 분야의 벤처기업이다. 실험실 안전작업대 등의 개발과 제조, 그리고 컨설팅을 통한 실험실 설계와 설비, 시공 등 실험실 토털솔루션 회사다. 대전 유성구 테크노2로에 위치한 대덕테크노밸리 1호 입주 기업이다.

CHC는 차형철(61) 대표이사의 이니셜이다. 랩은 실험실이란 영어 ‘laboratory’의 약자다. 차 대표는 “이름의 이니셜을 따 회사 이름을 만든 것은 최고의 기술력과 서비스로 혼을 담은 제품을 만들어 전 세계로 수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CHC랩의 대표 제품은 생물안전작업대(Biological Safety Cabinet·BSC)다. BSC는 세균 등 생명체를 실험할 때 생명체 시료를 보호하고, 세균 등이 연구자에게 오염되거나 대기권을 오염시키는 것을 방지하는 최첨단 작업대다.

이 기술은 국내 KS인증은 물론이고, 국내 최초로 미국 국가규격(ANSI)과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인증을 획득했다. 두 기관의 인증은 안전에 대한 세계적 품질을 인정받은 것으로 국내에서 인증을 받은 기업은 CHC랩이 유일하다.

질병관리본부는 기관이나 기업들이 실험실을 설치할 때 두 기관의 인증 제품을 사용해야 허가를 내주고 있다. 말하자면 지금까지는 CHC랩이 이 부문 독점 기업인 셈이다. CHC랩은 최근 유럽연합 안전인증(EN12469)도 획득, 기술력 분야에서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함께 생산하는 실험대와 흄후드(Fume Hood)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흄후드는 화학실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를 배출하는 기구다.

CHC랩는 1996년 창업했다. 창업 초기에는 단순히 학생용 실험실 과학교구를 만들었다. 1998년부터 연구실 실험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2004년 국내 시장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1위에 만족하기보다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데 나섰다. 눈길을 돌린 건 바이오 실험대 분야였다.

2005년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했다.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뛰어들었다. 2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쏟아 부었다. 중소기업으로서는 적은 돈이 아니었다.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2009년 BSC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실험실 안전기술 업체로서는 의미 있는 쾌거였다. 당시 국내에선 기술력 부재로 BSC를 전량 수입하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차 대표는 “성능검증과 관리까지도 해외 기술자들에게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비용도 엄청나게 들었고 기술 정보 유출 등의 위험도 높았다”며 “CHC랩이 개발한 BSC로 인해 외화 유출을 막는 등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CHC랩의 BSC 국산화는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국내에는 비교할 기업과 제품이 없다는 것이었다. 두바이와 싱가포르, 독일 등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빠지지 않고 찾아다녔다. 기존 제품의 디자인과 기능, 콘셉트 등을 눈으로 보고 익혀야만 했다. 주위에서는 굳이 많은 돈을 써가며 해외까지 나가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CHC랩은 좁은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을 개척해야만 미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CHC랩은 회사에 수익이 생기면 오로지 연구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에 투자했다. 2015년 2월 두바이 지사를 설립했고, 그 해 ‘100만불 수출의 탑’도 수상했다.

지난 4월 두바이에서 열린 ‘아랍랩 전시회’에 참여, 전 세계 관계자들로부터 기술과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수출 상담이 급격히 늘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대규모 병원 및 대학 프로젝트와 관련, 2000만달러 수출 계약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유럽, 싱가포르 등지에서도 제품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엔 국내 대기업의 사이언스파크 입찰에 참여, 동종 업계에서 세계 1위를 자처하는 독일 모 업체를 제치고 당당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CHC랩의 지난해 매출액은 210억원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300억원이다. 임직원은 105명이다. 하지만 CHC랩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다. 연구개발에 매진하며 실험대와 흄후드, 생물안전작업대를 위한 새 기술 개발에 박차를 하고 있다.

CHC랩은 2021년 1월 1일과 2025년을 매우 의미 있는 날과 해로 만들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2021년 1월 1일은 CHC랩이 세계 최고 기술의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세워놓은 목표일이다. 2025년은 매출 1000억원 목표의 해다.

CHC랩는 연구개발(R&D) 단지인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지하 1층, 지상 6층 4552㎡ 규모의 서울사무소를 세우고 있다. 이달 중 착공해 연말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실험실 설계분야 세계적 권위자이자 CHC랩 고문인 장택현씨(61·전 뉴욕 HOK 기술책임자)는 “CHC랩의 기술력은 현재 세계 5위권 수준”이라며 “지금처럼 연구개발을 꾸준히 한다면 조만간 세계 1위 수준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 차형철 대표 "직원이 행복한 회사 모두가 행복한 세상 만드는 게 소망"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제 마지막 직업은 레스토랑 웨이터가 될 겁니다. 저를 찾은 고객이 인상 깊은 서빙을 받았다고 오래 기억할 수 있는 그런 웨이터를 꼭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세계적 실험실 안전기술 기업을 꿈꾸는 ㈜CHC랩 차형철(사진) 대표이사의 마지막 꿈은 의외로 웨이터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최선을 다한 서비스로 고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의미로 읽혔다. 어쩌면 차 대표의 이 같은 꿈은 현재진행형인지도 모른다. 그는 더불어 함께 하는 기업을 운영하고 더불어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말 뿐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11월 대전아너소사이어티클럽에 가입했다.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 이상을 기부했기 때문이다. 차 대표는 "환갑을 맞아 뜻 깊은 일을 하고 싶었는데 실천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 매년 전 직원이 참여하는 연탄배달봉사도 빼놓지 않는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그에게 주변에서 붙여준 별명은 '차 향기'다. 그에게는 향기가 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사재를 털어 대전 서구 둔산동 주은오피스텔 19층에 갤러리C를 개관하기도 했다. 차 대표는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문화사업을 해보고 싶었는데 기회를 갖게 됐다"며 "청년 화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줌으로써 이들에게 창작의 힘을 불러 넣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원들을 위해 대기업 못지않은 사내 복지제도도 실천하고 있다. "직원들이 행복해야 회사가 발전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차 대표는 "직원들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며 "더불어 남을 배려하고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하는,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글·사진 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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