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이끄는 강소기업] “中 현지 생산공장… 한국제품과 똑같이 만들어요”




2007년 인천남동공단에서 창업한 작은 네일 전문기업이 2013년 법인 전환 후 고도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트리샤가 주인공이다. 황인자(62·여) 대표이사는 2007년 3월 ㈜트리샤를 개인기업으로 설립했다. 첫해 매출은 2억5000만원에 불과했으나 불과 5년 후인 2012년 매출액은 100억원을 돌파했다. 이 회사의 사업영역은 네일 에나멜, 네일 케어, 네일 리무버 등 네일 메이크업 제품 생산이다. 프탈레이트, 톨루엔,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성분이나 발암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네일 전문회사로도 유명하다. 불황으로 인해 내수 매출이 대폭 줄었음에도 중국 현지공장의 성장에 힘입어 연 매출액을 75억원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트리샤의 중국공장은 산둥성 웨이하이시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 중국공장에서는 ㈜아모레퍼시픽 중국법인의 물량 100%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허가가 나온 뒤 지난달부터 본격가동에 들어갔다.

중국에서 외국인 기업으로서 네일 사업을 하는 것은 ㈜트리샤가 처음이다.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중국에서 네일 제품 생산허가를 갖고 있어 유리한 점이 많다. 세계 3위의 화장품 시장인 중국시장은 한국화장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트리샤 전재형 전무(경영총괄 및 연구소장)는 “파트너사에서 한국 제품과 똑같이 만들어달라고 요청해 원료를 전량 한국에서 가공해 중국법인으로 수출하고 있다”며 “한국에 오지 않고도 한국과 동일한 품질의 매니큐어를 중국 현지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변화가 빠르고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은 한국에서의 경험이 중국시장에서도 통하면서 개발능력이 있는 업체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친환경 네일 베이스 제조능력을 갖춘 ㈜트리샤는 국내 유명 화장품 브랜드에 네일 제품을 공급하는 한편 올해부터는 일본 브랜드 제품을 남동공단 제2공장에서 직접 생산하고 있다. 인체에 무해한 성분으로 다양한 컬러를 만들 뿐만 아니라 네일 베이스까지 직접 생산한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얻은 성과다.

일본 다이소에서는 ㈜트리샤의 제품을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제조하고 있다. 일본제품 ‘피카소’는 1000만개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산이기 때문에 수출실적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일본 시장에 ㈜트리샤에서 생산된 제품이 전달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현재 추진 중인 제2공장 신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연매출은 150억∼200억원 수준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화장품 시장에서 네일 산업은 연평균 7.85%의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트리샤의 제품은 네일살롱에서 일부 연예인들이 애용할 정도로 고급화되어 있는데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신제품도 속속 내놓고 있다. 물로 만든 수성 매니큐어 시대를 개척하고 있는 것도 ㈜트리샤고, 뜨거운 물이나 비누에 버티면서도 광택을 유지하는 제품도 이 업체가 내놨다. 화장품 대표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의 동반성장 중소기업 15개 기업 중 한 곳이 바로 ㈜트리샤다.

이 업체는 신규영업을 별도로 하지 않으면서도 매출신장을 이루어내고 있다. 입소문을 듣고 이직해오는 직원들이 거래처를 연결하는 등 기술력을 갖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것이다. ㈜트리샤는 색깔을 선점한 회사라는 명성을 얻은 결과 대기업을 포함 30여 곳으로부터 주문을 받고 있으며 수성 신제품이나 어린이 제품 시장까지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조만간 미국과 인도 시장으로의 수출도 예정하고 있다.

현재 ㈜트리샤는 월 200만∼300만개의 매니큐어를 생산하고 있다. 중국공장이 확장되고 한국공장이 신축되면서 향후 네일산업 선진국인 프랑스나 미국과도 당당하게 겨룰 수 있는 글로벌 업체로 성장하고 있다. 내년이면 신축공장 물량까지 합해 월 500만개의 매니큐어를 생산하는 양산체계를 갖추게 된다.

㈜트리샤는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다른 네일 업체들이 일반 컬러 제품에 주력할 때 반짝이 컬러에 집중하는 식이다. 네일 원재료에 대한 노하우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원재료 기준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더욱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업체는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가발업체에서 암환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매니큐어를 지원하는 등 업체가 성장하는 만큼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황인자 대표 “독창적인 자체컬러 개발… 세계시장 선점”

“중국 웨이하이시 인근 3만3000㎡(1만평) 규모의 매니큐어 공장에서 한국에서 생산한 것과 똑같은 제품이 생산돼 중국 전역에 한국브랜드를 달고 유통되고 있습니다.”

황인자 ㈜트리샤 대표이사는 기술력과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다. 2012년 이후 ‘트리샤’라는 브랜드를 표시하지 못하게 되면서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품 개발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황 대표는 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유일한 경쟁사는 ‘미래의 트리샤’라는 생각을 갖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승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매니큐어 사업가가 된 것은 남편과의 인연에서 비롯된 것이다. 1979년 국내 최초로 대기업에서 매니큐어 기술도입 담당으로 일하던 남편 전대환(2009년 8월 작고)씨와 사내결혼을 했고 이후 매니큐어 색조에 대한 고민은 그의 일이 됐다.

황 대표는 공장에서 승용차로 1분 거리인 기업 부설 연구소를 사랑한다. 남편의 땀과 흔적이 배어있는 곳일뿐더러 트리샤의 전성기를 구가하게 한 원동력을 이끌어낸 곳이기 때문이다. 연구소 내부에 있는 트리샤 갤러리에는 매니큐어 색깔을 보기 위해 외국인 바이어들과 화장품 대기업 관계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황 대표는 “자체적인 컬러를 만들 수 있는 실력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네일 전문기업으로 선두를 유지하는 비결은 한국산 원료를 고수하는 것”이라며 “중국 공장에서도 똑같은 원료로 한국산과 똑같이 만들기 때문에 현지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덧붙였다.

개인사업체로 시작한 ㈜트리샤는 지난 2013년 법인으로 전환했는데 가족들이 주요 업무를 맡아 끈끈한 팀웍을 자랑하고 있다. 큰 아들 전재형(38)씨가 전무이사로 가업을 잇고 있고 둘째 아들 재광(36)씨도 영업 및 마케팅 담당으로 사세확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황 대표는 “수인선 호구포역 역세권에 연면적 1500평의 공장을 신축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곳에서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젖히겠다는 각오다. 황 대표는 여성기업인으로 3년째 인천상공회의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인천시 투자유치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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