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보수당 압승이 곧 브렉시트 동력… 메이의 계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6월 8일 조기 총선을 요청하면서 ‘브렉시트 협상을 위한 강력한 리더십 확보’를 이유로 내세웠다. 어차피 브렉시트는 국민투표로 결정이 났고, 유럽연합(EU)과 협상을 해야 하는데 의회가 발목을 잡으니 누구에게 힘을 실어줄지 국민이 판단해 달라는 뜻이다. 의회는 19일(현지시간) 조기 총선안을 찬성 522표 반대 13표로 통과시켰다.

메이 총리가 조기 총선이란 도박에 나선 것은 여론 추이로 볼 때 집권 보수당에 불리할 게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영국 하원은 2015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전체 650석의 과반인 331석을 차지했고 노동당은 232석에 그쳤다.

현재 여론은 보수당에 더욱 유리한 상황이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의 최근 조사에서 정당지지도는 보수당이 44%, 노동당이 23%로 나타났다. 2015년 총선 당시 득표율(보수당 37%, 노동당 31%)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현지 일간 텔레그래프는 조기 총선이 실시되면 보수당은 지금보다 의석이 56석 늘어 노동당과 200석가량 차이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여론조사 결과로만 보면 보수당은 최대 395석(현재 330석)까지 얻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예상대로 보수당이 총선에서 압승해 의회를 장악하면 메이 총리는 자신의 구상대로 협상을 밀어붙일 동력을 얻게 된다. 메이 총리는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동시에 탈퇴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선언했다. EU는 탈퇴하되 단일시장 내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분담금을 내는 소프트 브렉시트를 일축하고 EU에서 완전 탈퇴하겠다는 것이다. 메이 총리는 조기 총선 요청 기자회견에서 “영국은 EU를 떠나 우리의 돈과 법률, 국경에 대한 통제권을 회복할 것”이라며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하드 브렉시트를 강조했다. 야권은 브렉시트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지만 협상 방향을 놓고 메이 총리와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나 ‘질서 있는 EU 탈퇴’를 강조하는 메이 총리에게 민심이 긍정적으로 반응해 줄지는 미지수다. 우선 지난해 브렉시트 이후 확산된 ‘리그렉시트(Regrexit)’ 현상이 어떻게 나타날지 관건이다. 리그렉시트는 ‘후회(regret)’와 ‘브렉시트(Brexit)’를 합쳐 ‘브렉시트를 후회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해 6월 23일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에서 잔류가 48.1%, 탈퇴가 51.9%로 나타났다. 당시 반대표를 던진 측과 브렉시트에 찬성표를 던졌으나 ‘EU 탈퇴’ 진영의 거짓말에 속았다며 분통을 터뜨린 ‘리그렉시트’ 진영을 감안하면 민심은 수치로만 판단하기 어렵다. 이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면 보수당에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보수당의 치솟는 지지율로 보면 브렉시트 공포는 이미 어느 정도 완화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트위터에 “브렉시트를 연출한 건 알프레드 히치콕이다. 처음엔 지진이 일었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글을 올렸다. ‘스릴러 영화의 거장’인 히치콕 감독의 말을 차용해 긴장된 국면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다만 EU는 영국의 조기 총선이 브렉시트 협상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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