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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이경원] 달려라 이민혜
  이경원 기자 2006 도하아시안게임 3㎞ 개인추발과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35.6㎞ 도로독주의 금메달리스트인 전 여자 사이클 국가대표 이민혜(33)가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병상에 누워 있다. 힘차게 페달을 밟던 그의 두 다리는 암세포로 부어올랐고,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의사는 “국가대표의 몸과 정신이라서 버티는 것”이라고 이민혜의 가족에게 말했다. 슬그머니 꼬리를 물던 상대 선수처럼, 백혈병은 2016년 8월 이민혜에게 다가왔다. 기를 쓰고 달아나도 병은 나가떨어지지 않았다. 14번의 입원, 12번의 방사선치료, 9번의 항암치료...
입력:2018-09-15 04:10:01
[빛과 소금-송세영] 저출산 극복과 공감적 경청
둘째는 갖지 않기로 했다는 젊은 부부가 주위에 또 하나 늘었다. 아이는 사랑스러운데 첫째를 키워보니 둘째를 갖기가 두렵다고 했다. 잘 키울 자신도 없단다. 정부에서 이런저런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부부가 정말로 필요한 것들과는 거리가 있었다. 둘째까지 키우면 평생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할 것 같다는 우려도 한몫했다고 한다. 부부 모두 육아휴직이 자유롭고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는데도 그랬다. 육아휴직이 곧 사직을 의미하는 직장에 다니는 이들은 오죽할까.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직이나 저임금 근로자들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12년 전인 2006년 우리...
입력:2018-09-15 04:05:02
[논설실에서] 레지스탕스의 적
중절모를 쓰고 양복을 걸친 남장 여인이 담을 넘는다. 긴 저격용 총이 작은 체구를 더욱 작게 만든다. 그런 여인이 일제의 앞잡이 외무대신의 침실로 들어가 격렬히 반항하는 그를 가차 없이 사살한다. 역사와 백성의 이름으로 민족 반역자를 처단했을 것이다.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여주인공 고애신(김태리). 한복 차림의 고애신은 양반집의 가녀린 아씨이지만 총만 잡으면 특공대원을 방불케 한다. 고애신과 동지들은 총격전을 벌여 일본군을 사살하는가 하면 일본군에 붙잡혀 모진 고문을 받고 갇혀 있는 동지들을 구출한다. 조선을 위기에서 구하...
입력:2018-09-15 04:05:02
[한마당-김명호] 지구를 구하는 작은 영웅들
모처럼 반갑고 기분 좋은 뉴스를 봤다. 2년 전 이맘때 이 난을 통해 ‘놀라운 바다 청소’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21세의 네덜란드 청년 보얀 슬랫은 비영리단체 ‘오션클린업(OceanCleanUp)’을 만들어 태평양에 형성된 한반도 7배 크기의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2년 전 북극해에서 자신이 고안한 수거 장치를 시험 가동을 했다. 그게 현실이 됐다. 지름 1.2m, 길이 600m의 U자형 띠 형태의 수거 장치가 지난 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했다.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거대 ‘쓰레기 섬’ 주변에 도착하면 이 장...
입력:2018-09-15 04:05:02
[한마당-김용백] 고령사회 1인 가구
‘혼밥(혼자 먹는 밥)’ ‘혼행(혼자 하는 여행)’ ‘혼영(혼자 보는 영화)’ 등등 나 홀로 하는 행위 관련 신조어가 늘고 있다. 홀로 사는 20, 30대가 급속히 증가하면서부터다. 고령사회가 되면 노인층 1인 가구는 증가하기 마련이지만 한국의 경우 20, 30대 1인 가구 비율이 60세 이상의 경우를 앞질렀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2017년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가구 수는 지난해 11월 1일 기준 2016만8000가구였다. 1인 가구는 28.6%를 차지했다. 2인 가구(26.7%)나 3인 가구(21.2%)보다 많았다. 한국도 65세 이상 인구가 711만500명...
입력:2018-09-14 04:10:01
[살며 사랑하며-황시운] 그 남자의 사랑법
남자가 태어나기 석 달 전, 아버지가 죽었다. 아버지 없는 인생은 신산하고 외로웠다. 남자는 다섯 살 터울의 형이 먼 친척 집에서 머슴을 살아 보내주는 보리쌀로 죽을 끓여 먹으며 유년 시절을 버텼다. 지친 몸을 뉠 방과 죽을 끓일 장작은 어머니가 밤낮으로 품을 팔아 마련했다. 남자의 어머니는 언제나 남자가 먹고 남은 죽에 물을 한 대접 더 부어 끓여 먹곤 했다. 남자에게 머슴을 살러 집을 떠난 형과 묽은 죽만 먹던 어머니는 가슴에 박힌 가시처럼 내내 아픈 존재였다. 형처럼 머슴을 살진 않았지만, 남자도 지게를 질 수 있게 된 이후로는 산, 들, 바다, 가릴 것 없...
입력:2018-09-14 04:10:01
[데스크시각-맹경환] 조부상과 외조부상의 차별
최근 후배가 외조부상을 당했다. 처음에는 조부상인 줄 잘못 알았다. 덕분에 조부상과 외조부상의 차이를 알게 됐다. 조부상으로 처음 인사팀에 규정을 문의했다. 화환과 장례용품, 경조금 등과 함께 유급휴가 3일이 주어진다는 답변이 왔다. 나중에 외조부상이라고 정정하자 단지 유급 휴가 3일뿐이라고 했다. 노조와 사우회 규정도 차별은 마찬가지다. 노조와 사우회가 휴가는 줄 수 없으니 경조금일 텐데 조부(모)상은 있고 외조부(모)상은 없었다. 혹시 이런 차별이 다른 곳에도 있나 싶어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나마 경조휴가 3일이 있는 것만으로도 다른 회사에 비...
입력:2018-09-13 04:05:01
[살며 사랑하며-하주원] 아이 돌보는 것
유치원 건물이 기울고 일부 철거한다는 소식을 보며 밤에 발생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씨랜드, 세월호와 같은 대형 참사를 피한 것만으로도 일단 다행이다. 하지만 갑자기 아이들이 갈 곳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엄마들이 얼마나 발을 동동 구를지 상상하니 안타까웠다. 이런 비상시 아이들을 돌보아 줄 수 있는 기관이나 시스템이 부족할 테니까. 첫째를 낳았을 때 갓 전문의를 취득한 임상강사였다. 그 시절 아침 6시에 출근, 밤 10시쯤 퇴근이 반복됐고, 가끔 밤에 응급실로 달려가기도 했다. 그 시간 동안 갓난아기를 맡길 곳이 없으니 시부모님과 합...
입력:2018-09-12 04:10:01
[청사초롱-손수호] 도서관, 노인복지의 최전선
지난여름에 한 노인복지관에 들렀다가 적이 놀랐다. 지상 4층짜리 큰 규모인데도 혼잡이 심했다. 3500원을 받는 식당은 줄이 길었고 탁구장, 물리치료실, 서예실도 붐볐다.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채 빈 의자에 망연히 앉아 있는 어른도 많았다. 유난스러운 폭염 때문이 아니라 그냥 그곳에 출근하는 것이었다. 복지관 관계자는 “어디든 비슷한 현상”이라고 했다. 복지관과 더불어 요즘 노인들이 많이 찾는 명소는 공공도서관이다. 아침 개관 이전에 복도에서 기다린다. 노인들이 먼저 찾는 것은 책이 아니라 신문이다. 직원이 그날 치의 신문을 철하기가...
입력:2018-09-12 04:05:02
[한마당-라동철] 출산이 축복인 사회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출산주도성장’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출산을 국가 성장을 위한 도구로 여기는 인식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그렇다고 출산과 육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확대하자는 취지까지 싸잡아 비난할 건 아닌 것 같다. 신생아 1인당 출산장려금으로 2000만원을 지급하고 20년간 매월 33만원씩 총 1억원을 지원하자는 제안인데 실행된다면 저출산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언의 진정성을 입증해야 하는 건 김 원내대표의 몫이다. 저출산이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회 문제라는 ...
입력:2018-09-12 04:05:02
[한마당-김명호] 나는 레지스탕스다
익명의 기고가 백악관과 워싱턴 정가를 들쑤시고 있다. ‘나는 트럼프 행정부 내 레지스탕스 일원이다’는 제목의 뉴욕타임스 기고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도덕적이고 반민주주의적이라고 공격한다. 언론들이 앞다퉈 제각각 2∼5명의 고위 관리를 기고자로 압축해 보도하자, ‘나는 아니다’고 적극 해명하는 이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 미국 정치에서 사례가 거의 없던, 재미있는 현상이다. 하기야 보기 드문 대통령이 출현했으니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겠다. 그저 미국 정치의 새로운 현상에 또 하나의 목록이 추가됐다고나 할까. 레지스...
입력:2018-09-11 04:05:01
[돋을새김-남도영] 다들 듣고 싶은 얘기만 듣는다
일부 여권 인사들에게 ‘정규재 TV’가 화제인 모양이다. 직무정지 상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단독 인터뷰를 했던 경제지 출신 보수 언론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이다. ‘펜앤드마이크 정규재 TV’라는 이름으로 유튜브에 매일 방송된다. 최신 영상물 제목을 찾아보니 ‘가짜뉴스를 폭로한다 ①김의겸’ ‘문 정권, 내부 분열 시작됐나’ ‘임종석은 누구에게 훈시하나’ 등이었다. 여권 인사들이 걱정스러운 눈길로 정규재 TV를 바라보는 것은 심상찮은 인기 때문이다. 구독자는 24만명, 영상물당 조회수는 10만&si...
입력:2018-09-11 04:05:01
[한마당-김현길] 1998년과 2018년
“전후방에서 젊음을 바쳐 조국을 지키는 장병들에게 감사드리고 존경한다.” 1999년 11월 6일, 4주의 기초 군사훈련을 마치고 32사단 훈련소 정문을 나온 만 26살의 박찬호는 이렇게 말했다. 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로 병역 특례 혜택을 받게 된 박찬호로선 동년배에 대한 미안함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가 병역 특례를 받은 1998 방콕아시안게임은 프로야구 선수의 참여를 처음으로 허용한 대회다. 최강 드림팀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아마추어 선수들이 출전했던 관례에 따라 프로(12명)와 아마(10명)로 팀이 꾸려졌다. 특이한 건 아마 ...
입력:2018-09-10 04:10:01
[조용래 칼럼] 한반도 대전환의 불씨 키워가려면
중국에 역할 맡겨서 적극 활용하도록 하고 한·일 관계도 한반도 분단 극복 차원에서 보강돼야 표피적 현상에 휩쓸리지도 않으면서 섣부른 판단 경계하고 더 크고 넓게 멀리 내다보는 지혜 절실하다 한국 현대사는 산업화·민주화 과정으로 흔히 요약되나 추가돼야 할 게 더 있다. 바로 분단 극복이다. 예컨대 1987년 민주항쟁 직후 민주화 세력을 중심으로 통일 논의가 고조됐다. 이에 호응하듯 노태우 대통령은 88년 7월 7일 ‘민족 자존과 번영을 위한 특별선언’(7·7 선언)을 발표한다. 이른바 북방정책, 분단 극복을 위한 외교정책이다. 7&...
입력:2018-09-10 04:05:01
[살며 사랑하며-신용목] 사랑이라면 충분하다
누가 직업을 물으면 난감하다. 내 이름 뒤에는 대개 ‘시인’이라고 씌어 있지만 그걸 직업이라고 해도 좋을지 모르겠고, 시 쓰는 일을 ‘노동’이라고 말하기에도 좀 애매하다. 천상병 시인은 ‘가난이 직업’이라고 말했지만 이제 그런 낭만을 멋으로 받아줄 만큼 우리는 여유롭지 않은 듯하다. 최근엔 주로 ‘백수’라고 말하고 살짝 미소를 곁들이는데, 그러고 나면 짧은 순간 상대방도 나도 슬쩍슬쩍 서로의 표정을 살핀다. 인정하기 싫어도 백수라는 정체성 속엔 묻는 사람을 미안하게 만들고 답하는 사람을 주눅 들게 하...
입력:2018-09-10 04:05:01
[한반도포커스-김재천] 김정은의 답답증 해소하려면
기대를 모았던 대북 특사단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변함없는 비핵화 의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무한한 신뢰만 확인하고 돌아왔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가 확고한데 진심을 몰라줘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한다. 그가 답답증 해소를 원한다면 다음과 같은 조치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 우선 종전선언에 상응하는 비핵화 조치를 미국과 협상하고 합의해 조속히 실행에 옮겨야 한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이 핵시설이나 핵물질 일부를 신고하겠다는 확약만 한다면 종전선언을 먼저 할 수 있다는 입장...
입력:2018-09-10 0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