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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태원준] 디지털 독재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는 올해 대한해운과 영국 BAE시스템 등 9개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한해운은 환경 피해를, BAE시스템은 핵무기 생산 관여를 문제 삼았다. GPFG는 1118조원을 운용하며 9000개 기업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윤리위원회를 두고 기업을 심사해 환경, 인권 등 기준에 미달하면 투자를 철회한다. 담배회사 석탄기업 무기업체 등 지금까지 200곳 이상을 배제했다.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대상은 애플과 구글이다. 각각 8조원과 6조원이 넘는다.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등 글로벌 IT 기업이 투자액 상위 10곳에 다수 포함돼 있다. 올 초 주주...
입력:2018-09-08 04:10:01
[빛과 소금-노희경] 엘리베이터와 플라스틱
몇 해 전 베스트셀러 시인이자 명강사인 용혜원 목사님을 만났을 때 ‘낯선’ 두 가지 물건에 시선을 빼앗겼다. 요즘 세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구형 휴대전화와 스케줄을 빼곡하게 적은 낡은 공책 때문이다. 목사님에게 좋은 정보랍시고 “스마트폰 플래너나 카카오톡을 이용하면 편리하다”고 귀띔했다. 그때 느릿느릿한 말투로 목사님은 이렇게 말했다. “대화할 때 ‘카톡카톡’ 하고 울리면 어디 신경 쓰여 얘기가 되나요. 펜을 잡고 종이에 글씨 쓰는 이 느낌이 좋아요. 온갖 기기들에서 자유로우니 내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할 수 ...
입력:2018-09-08 04:05:01
[역사 여행] ‘초등 중퇴’ 벤저민 프랭클린
미국 지폐에 등장하는 인물은 대개 대통령들이지만 백악관 리더십의 경력이 없는데도 지폐를 장식하는 인물이 있긴 하다. 100달러 화폐의 벤저민 프랭클린. 그의 삶이 더욱 흥미로운 것은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과 함께 미국독립선언서 작성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그가 초등학교를 중퇴한 것이 학력의 전부라는 사실이다.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이라 할 문서를 초등학교 중퇴의 인물이 작성한 것은 단순히 역사적 우연을 넘어 사회의 중요한 일을 할 사람을 고르는 기준에 대해 시사점을 던져주는 듯하다. 그는 10살 때 집안 형편 때문에 아버지 양초공장 일을 돕기...
입력:2018-09-08 04:05:01
[한마당-태원준] 연설의 점수
사흘간 여야 교섭단체 대표 3명이 국회에서 연설을 했다. 각각 1만자가 넘는 긴 원고를 들고 나왔다. 차이는 뚜렷했다. 정치적 입장이 아니라 연설 방식이 그랬다는 말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치인 연설의 틀을 충실히 따랐다. 첫째, 둘째, 셋째 하면서 당면 과제 5가지를 나열하고 방향을 제시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연설문은 따옴표가 유독 많았다. ‘문워킹’ ‘사람 잡는 경제’ ‘세금 뺑소니 정권’ ‘오지랖퍼’ 등 감정이 듬뿍 실린 조어를 동원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건조한 문장을 택하는 대신 &ldquo...
입력:2018-09-07 04:10:01
[살며 사랑하며-황시운] 휴식 없는 휴게시간
4년 전 부모님 댁에서 독립해 나오면서 장애인 활동 지원 급여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휴일을 제외한 날마다 활동 보조인이 우리 집을 방문해 집안일은 물론 샤워와 배변, 상처 소독 같은 일을 도와준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배변조차 하기 힘든 나 같은 사람에게 활동 보조인은 ‘생존을 도와주는 사람’이다. 말이 쉬워 장애인 활동 보조이지 타인의 배변 과정을 돕고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성인을 씻기는 게 쉬운 일이겠는가. 그런데도 장애인 활동 보조인들은 최저시급을 약간 웃도는 수준의 급여밖에는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 일은 나이...
입력:2018-09-07 04:05:01
[기고-김영춘] 앨버트로스의 눈물 닦아줘야
영국 BBC방송에서 제작한 해양 다큐멘터리 ‘블루 플래닛(Blue Planet) Ⅰ, Ⅱ’ 시리즈는 수백억원이 넘는 제작비와 해양학자, 탐험가 등 수많은 전문인력이 투입된 대작이다. 심해 촬영을 위해 남극 1000m 깊이의 바다부터 지구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까지 1000시간 이상을 탐사했다고 하니 프로듀서를 비롯한 BBC 제작진의 열정과 집념이 경이롭다. 블루 플래닛을 시청하면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장면은 남대서양의 사우스조지아섬에서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착각해 새끼를 죽게 만든 바닷새 앨버트로스(Albatross)의 안타까운 모...
입력:2018-09-07 04:00:02
[특별 기고] 한국교회여, 아마존의 연합을 배우자
지난 2주 동안 남미의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 브라질에서 집회하는 동안 하나님의 은혜로 아마존 지역을 방문하게 됐다. 아마존 정글은 지구 산소의 30%를 공급하는 거대한 원시림이다. 아마존강은 지구상 민물의 20%를 차지하며 유역 면적을 기준으로 세계에서 제일 큰 강이다. 우기 때는 강폭이 80㎞로 늘어나며 하구의 폭은 240㎞나 된다. 이에 비하면 한강은 강도 아니다. 아마존강의 발원지는 페루의 안데스산맥 기슭이다. 이곳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유빙수가 거대한 강을 이루려면 수만 개의 도랑과 개천이 합류해야 한다. 작은 도랑과 개천이 모여 1100여개의 ...
입력:2018-09-07 00:05:01
[한마당-이흥우] 이용호의 참회록
세상에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산 윤동주도 참회록을 썼다. 윤동주는 시로밖에 일제에 저항하지 못한 문약한 자신을 부끄러워했다. 그는 참회록을 통해 각오를 다잡으며 시인이 걸어가야 할 시대의 양심을 되새겼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참회록을 썼다. 이 의원은 지난해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시절 소득 상위 10%를 아동수당 지급대상에서 제외한 아동수당법 제정을 강하게 주장했다. 고소득자 자녀에게까지 수당을 지급하는 건 비합리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아동수당법은 이 의원 주장대로 만들...
입력:2018-09-06 04:10:01
[한마당-전정희] 송도 주차 사건과 배척 공동체
‘단지 내 주거민 외 외부인의 출입을 금합니다(CCTV 작동 중).’ 여의도 한 아파트단지 정문 옆 담장에 걸린 현수막 문구다. 단지를 둘러싸는 다른 출입문에도 같은 현수막을 걸어 놓았다. 대개의 아파트단지는 외부 사람이라고 해서 출입을 통제하지 않는다. 80%가 외부인에 대한 개방을 택하고 있다. 외부 차량 주차를 막기 위한 자동개폐 장치가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서울 여의도와 마포, 서대문 등지서 외부인 출입을 금하는 현수막을 자주 본다. 다중을 향해 ‘CCTV 작동’ 운운하며 그렇게 엄포를 놓아야 할까. 그 단지 밖 길을 걷는 사람, 대...
입력:2018-09-05 04:10:01
[김명호 칼럼] 이런 경직성으로 20년 집권 하겠나
대통령 지지율의 빠른 추락과 늘어나는 부정 평가는 지지기반이던 중도층이 돌아설 채비를 한다는 뜻 ‘밀리면 안 된다’는 유연성 결핍과 교조주의로는 절대 이들을 붙잡을 수 없다 “이번 정기국회는 치열한 100일의 전투가 될 것이다. 정기국회에서도 최저임금 인상부터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남북 교류까지 모든 분야에서 보수진영의 치열한 공세가 이어질 것.”(8월 31일,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의원 워크숍) “강력하고 지속적인 적폐청산으로 불의의 시대를 밀어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입니다.”(9월 1일, ...
입력:2018-09-05 04:05:02
[청사초롱-조윤석] 북극 빙하가 다 녹아 없어지면
그토록 기다리던 선선함이 돌아왔다. 올여름 내내 혼미했던 정신이 이제 좀 돌아오고 있다. 올여름이 덥긴 더웠다. 지난 2만년 동안 한 번도 녹아 본 적 없는 북극의 빙하가, 절대로 안 녹을 줄 알았다는 최후의 빙하가 녹아버렸다니 덥긴 더웠나 보다. 2030년이면 북극에 얼음이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여름이 올 수도 있다고 한다. 예견한 바이긴 하나 막상 2030년이라는 그리 멀지 않은 특정 연도까지 거론되니 놀라움을 넘어 약간 두렵다. 기후학자들은 북극 빙하가 사라지는 시점을 지난 10년간 계속 발표해 왔는데, 처음에는 금세기 이내라고 했다가 2070년, 2050년, 그리...
입력:2018-09-05 04:05:02
[살며 사랑하며-하주원] 잘 헤어지는 것
직원이 둘인 작은 병원에서 2년간 열심히 일해주신 직원께서 이제 그만둔다고 한다.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운 뒤에 병원 일을 시작해서, 자격증을 딴 후 이곳이 첫 직장이었다. 내가 ‘어른이 처음이라서 그래’라는 책을 쓰는데 있어서도 큰 영감을 주신 분이다. 원래의 자리를 지키면서도 새로운 발전을 멈추지 않아 늘 공부했고, 기계적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늘 정성으로 고객들을 대했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많이 놀랐고 늘 배웠다. 떠나는 것은 아쉽고 내가 무엇을 서운하게 했을까 별 생각을 다 했다. 그러나 나도 예전에 직장을 옮길 때...
입력:2018-09-05 04:05:02
[길 위에서] 기억과 저항
초기 프랑스 개신교도인 위그노 후예 1만여명이 지난 2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앙뒤즈 지역 야외 언덕에 모여 ‘사막 집회’라는 이름으로 예배를 드렸다. 프랑스 전역을 비롯해 주변국가에 흩어져 살던 후손들은 매년 9월 첫 주일이면 어김없이 모여 예배를 드린다. 조상들의 고난과 신앙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이날 20m 높이의 나무 숲 아래에서 예배를 드리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가족이나 친척별로 모여 앉아 성경을 읽고 찬송을 불렀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경건하게 예배를 드렸다. 예배에 앞서 10여명이 세례를 받았고 예배 후엔 떡을 먹고 포도주를 ...
입력:2018-09-05 00:05:02
[박형준 칼럼] 왜 새로운 국가 전략을 짜야 하나
역사에선 종종 외부의 패권 질서 변화로 나라 운명이 갈리기도 한다. 지금 우리는 그 갈림길에 서 있다. 한국이 의지했던 미국의 세계전략이 변하는데 우리만 이념과 낭만의 우물 속에 갇힌 것 아닌가 역사에는 종종 위험한 갈림길이 나타난다. 외부의 패권 질서 변화에 의해 나라의 운명이 천당과 지옥으로 갈리는 길이다. 우리는 근대사에서 그런 큰 갈림길을 두 번 만났다. 구한말이 첫 번째였다. 당시 조정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몰랐고, 자강에 무기력했다. 일본이 세계질서의 대변화를 간파하고 안으로 체제 혁신을, 밖으로 패권 경쟁의 틈새 전략을 통...
입력:2018-09-04 04:05:01
[한마당-이흥우] 전직 대통령의 품격
39대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재임 1977∼81년)는 재임 시 인기가 없었다. 임기 중 발생한 이란 이슬람혁명과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도 막지 못했다. 임기 내내 초강대국 미국의 자존심을 심하게 훼손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반대파는 ‘가장 허약한 대통령’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고 결국 그는 재선에 실패했다. 선거에서 참패한 카터는 알거지나 다름없었다. 고향 조지아로 돌아온 그에게 남은 거라곤 100만 달러가 넘는 빚더미뿐이었다. 그는 저서 ‘나이 드는 것의 미덕’에 ...
입력:2018-09-04 04:05:01
[한마당-지호일] 다시, 공화주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국체(國體)를 언급한 헌법 제1조 1항은 ‘민주’와 ‘공화’의 절묘한 결합으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짓누르는 무게 탓이든, 박정희 군사정권 아래의 ‘공화당’이 막연한 기피증을 키운 탓이든 한국 사회에서 공화주의는 화석화된 정신 최급을 받거나 무관심, 반감 속에 자리하고 있다. 마치 질주하는 민주에 기생하는 부속물같이. 동양에서 공화(共和)라는 말이 등장한 건 거의 3000년 전이다. 중국 주나라의 려왕이 폭정을 일삼자 제후들이 왕을 쫓아내...
입력:2018-09-03 04:10:01
[살며 사랑하며-신용목] 구월의 마음과 달
대지를 잃어버린 인간이 화분을 키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아파트에 살면서 17층 공중까지 화분을 여럿 가져다놓았다. 말하자면 땅을 잃고서 그 땅을 겨우 한 삽씩 떠 모셔온 것인데, 나무와 꽃들이 제 크기를 찾아 자라는 틈엔 돌멩이만 포개놓은 것도 하나 있다. 딴에는 숲과 수풀 사이 바위 계곡도 곁들이겠다는 심사여서 언젠가 궁금한 방문자 앞에서 나름의 해설을 곁들일 준비도 마쳤다. 나는 그들의 집사로 일한다. 원래 그들의 가지를 쳐주는 것은 바람의 일이고 물을 주는 것은 구름의 일이었으니, 일주일에 한 번꼴로 나는 바람과 구름이 되어 자연의 일을 ...
입력:2018-09-03 04:10:01
[뉴스룸에서-민태원] 자해가 놀이라니
팔뚝에 선혈이 낭자하다. 손목 안쪽에는 수십 개의 베인 상처가 바코드처럼 죽죽 그어져 있다. 바닥에도 피가 흥건하다. 범죄 현장도,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도 아니다. 전 세계 8억명이 이용하는 대표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는 일명 ‘자해(自害) 인증샷’이다. 이런 끔찍한 게시물을 올리는 이들이 어린 학생들이라니. 그래서 더 충격적이다. 인스타그램에 ‘자해’를 검색하면 3만 건 가까운 인증샷들이 쏟아져 나온다. 대부분 커터칼로 자신의 팔을 그은 다음, 피가 뚝뚝 흐르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게시한 것들이다. ...
입력:2018-09-03 04:05:01
[김진홍 칼럼] 김정은, 공동번영의 길로 나오라
교착 국면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의 장기화는 김정은에게 도움 안 돼 남북 정상의 평양회담이 꼬인 비핵화 실타래 푸는 전환점 되기를 북한 비핵화 협상이 단단히 꼬인 형국이다. 종전선언이 먼저라는 북한과 비핵화가 먼저라는 미국의 신경전이 뜨겁다. 북한은 종전선언이 체결되면 자신들을 괴롭혀온 대북제재 완화와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을 대놓고 요구할 태세이고, 미국은 비핵화의 진전 없이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한·미 방위체제가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간극이 크다. 또한 상대의 양보만이 교착국면에서 벗어날 유일한 해결책이...
입력:2018-09-03 04:05:01
[한반도포커스-양기호] 결코 대등하지 않은 미·일관계
지난 6월 7일 워싱턴 미·일 정상회담에 참석한 인사들은 귀를 의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신조 총리에게 “나는 진주만을 기억하고 있다”고 일갈한 것이다. 일본이 적국이라는 말이나 진배없다. 1941년 12월 7일 하와이 공습에 미군 2400명이 전사한 뒤 ‘진주만을 잊지 말자(Remember Pearl Harbor)’는 미국인들의 대일 전쟁 구호였다. 트럼프의 머릿속에는 적어도 동맹보다 통상이 우선순위가 높은 것처럼 보인다. 6월 8일 캐나다에서 열린 G7 회의에서 통상문제로 언쟁하던 트럼프는 더 심한 말을 던졌다. “(아베) 신...
입력:2018-09-03 03:4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