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존중받는다는 느낌 들어야" 양로보건센터 15년 운영 김재왕 원장

퍼시픽 양로보건센터 김재왕 원장(맨왼쪽)은 매주 토요일 새벽 '예수 일터'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팬더믹 기간 중에 격리돼 있다가 건강하던 분이 시름시름 앓고 돌아가신 분들이 엄청 많았어요. 사람은 사람들끼리 소통해야죠. 혼자 떨어져 있으면 없던 병도 생깁니다. 신체 뿐 아니라 정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년에 대여섯 번씩 앰뷸러스를 타고 응급실로 실려 가시던 분이 양로보건센터에 나온 이후로 한 번도 안가게 된 사례도 있습니다. 이건 본인의 간증이에요.”

퍼시픽 양로보건센터 김재왕 원장은 시니어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시대에 노령층을 영육 간에 케어하는 게 남의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노령화 시대에 양로보건센터 운영은 비즈니스이자 동시에 사역이 될 수 밖에 없다. 
 
“친구들하고 어울리고 기분 전환하시고, 또 센터에 나오시면 매일 간호사가 건강을 체크합니다. 드시는 약도 증상에따라 주치의에게 연락해서 복용량도 조절해 드리고요. 응급실 갈 일이 아무래도 많이 줄어들지요.”
 
김 원장은 아직도 양로보건센터에 대해서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국의 노인정하고 비슷한 거 아니냐, 정부 돈 타먹고 남용하는 거 아니냐”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바보가 아니거든요. 정부가 정확한 의학적,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양로보건센터를 만든 것입니다. 양로보건센터의 목적은 어르신들이 양로병원 등에 가지 않거나 그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겁니다. 보다 건강하고 보람있게 노후를 보내는 게 오히려 정부 잎장에서도 사회비용과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죠. 꼭 필요한  프로그램입니다.”

의료 증상이 있는 메디칼 보험 소지자는 양로보건센터에서 무료로 모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의사, 간호사, 영양사, 소셜워켜, 영양사 등이 점검한뒤 일주일에 며칠씩 양로보건센터에 나와도 되는지 결정한다. 

“아침에는 오시는 대로  죽과 과일을 드리고요 간식과 점심을 제공합니다. 간호사가 당, 혈압, 몸무게 등을 재고 밤 사이에 건강상태를 점검하지요. 만약 이상이 있다 싶으면 의사와 연결해  향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의논해 적절한 조치를 해 드립니다.   
간단한 게임을 매일 다르게 하면서 평소 안 쓰시는 근육과 신경을 골고루 풀 수 있도록 도와 드리고 있어요. 게임을 하다보면 기뻐하고 신이 나시고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밖에도 퍼즐 처럼 치매 예방에 좋은 테이블 위에서 하는 활동을 비롯해 라인댄스, 노래교실, 노래방, 합창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매일 빙고 게임을 한 뒤에는 다양한 생필품을 상품으로 나눠준다. 

“한달에 한번 생일잔치도 열어 드리고 추석에는 떡도 돌립니다. 일년 내내 꼬박꼬박 명절을 챙기다 보니까 어르신들이 타향에서도 고향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좋아 하십니다.“

김 원장이 양로보건센터를 운영한지 15년이 흘렀다. 퍼시픽 양로보건센터는 LA 한인타운과 밸리 두 곳에 자리잡고 있다. 시니어들이 사는 곳에서 가까운 장소를 편하게 선택할 수 있다.

퍼시픽 양로보건센터는 월요일마다 예배를 드린다. 교회에 가서 주일예배를 드리고 싶어도 연로하거나 아파서 교회를 출석 못 하는 어르신들을 위해서다. 예전에는 제자훈련도 하고 수료증서도 수여하며 신앙생활을 적극 지원했다..

“왜 교회 다니냐, 구원의 확신이라든지, 이런 의문이 있으신 분들도 있으시더라고요. 제자훈련은 팬더믹 이후에 못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르신들의 신앙생활을 도울 수 있도록 다양한 생각들을 하고 있습니다. “

양로보건세터에 나오는 시니어 가운데 가끔 짜증을 부리는 경우가 있다. 치매 증상이 있거나 몸이 아프고 불편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터져 나오는 감정이다. 김 원장은 절대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라고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운영의 원칙이라면, 최대한 어르신들이 존중을 받는다고 느끼실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연세가 들면 본인의 역할에 대한 상실감 같은 게 있을 수 있고, 이민생활이 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친구나 지인이 돌아가시면 슬픔이나 우울감 등으로 힘들어 하실 때도 있고요. 게다가 언어 문제가 있으니까 사회생활에도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죠.  그러니까 저희가 더 잘 해 드려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퍼시픽 양로보건센터는 출석하는 노인들을 직접 방문하는 일종의 심방 같은 시간을 갖고 있다. 꼭 해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비즈니스 기능을 넘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실천하려는 몸부림이다.

“가능하면 많이 어르신들을 찾아 뵈려고 해요. 병원도 가고 아파트도 찾아가고 양로병원을 갈 때도 있고요. 제가 전문가도 아니고… 전문적인 도움이 되지도 않겠지만 사시는 곳을 찾아가 그저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거죠. 
아프실 때는 특히 찾아 뵈려고 신경을 씁니다. 나이가 들어 아픈데 집에 홀로 계시면 얼마나 서러우시겠어요? 이런 때 두유나 죽 같은 것이라도 들고 병문안을 가면  좋아하세요. 우울해서 누워 계실 때 꽃을 사들고 방문하면 환하게 웃으십니다.”

김재왕 원장은 매주 토요일 새벽마다 ‘예수 일터’라는 크리스천 모임에 참석한다. “어떻게 하면 신앙을 일터에서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는가”를 놓고 독서와 나눔을 통해 영적 성장을 꾀하는 자리다. 

“우리 표어가 ‘행복한 노후, 건강한 웃음’이에요. 미래를 위한 거창한 계획은 없어요. 그런 것보다도 LA와 밸리 두 곳에서 저희에게 오시는 어르신들이 노후를 조금이라도 행복하고 건강하게 웃으면서 지내시길 바랄 뿐입니다.”

문의: (818)776-8700 pacificadhc.com

유정원 기자 news@kukminusa.com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