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 경쟁심이 아시안 인종범죄 원인" '모범' 이미지에 타소수계가 주로 공격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자경단이 뉴욕 플러싱에서 아시안을 향한 인종범죄 순찰에 대비해 순찰에 나서고 있다. <사진=AFP 연합> 


 
아시안을 대상으로 삼는 인종범죄의 배경에는 아시안 아메리칸의 ‘모범생’ 이미지에 대한 ‘시기’와 ‘경쟁심’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아시안을 공격하는 인종 혐오 범죄자의 대다수가 백인이 아닌 소수인종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흑인이나 히스패닉을 상대로 한 인종범죄 가해자가 주로 백인인 점과 뚜렷하게 구별된다.
 
ABC방송 등 주요 언론은 최근 미형사사법저널(American Journal of Criminal Justice)의 ‘아시안 증오범죄 보고서’(Hate Crimes Against Asian Americans)를 인용해 이처럼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1992년부터 2014년 사이에 신고된 모든 인종범죄 사례 가운데 아시안 증오범죄와 흑인 및 히스패닉 증오범죄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비교해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아시안 아메리칸은 전반적으로 ‘모범적인 소수계’(model minority)로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를 곱게 보지 않는 타인종 범죄자의 경우 아시안을 공격할 빌미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모범적인 소수계’라는 평가는 지나치게 성공지향적이며 이기적인 사람들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비뚤어진 생각은 다른 소수계와 반이민 성향의 사람들에게 아시안을 향한 경쟁심, 위협, 반감을 부추기고, 결국 범죄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일부 정치인들은 이런 상황을 악용하고 있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몰고 간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아시안 인종범죄의 피해자는 18~34세 사이의 젊은 층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노약자와 여성이 피해를 받고 있으며, 갑자기 낯선 사람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아시안 인종범죄는 집 밖에서 벌어지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면서 특히 학교에서 범죄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아시안 주민의 대응에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번 조사는 경찰에 신고된 자료를 바탕으로 삼았지만 아시안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있어 연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시아계의 범죄 신고는 타인종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에 실제로 얼마나 많은 범죄가 발생하는지는 반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보고서는 소수계 이민자들은 언어나 문화적 차이로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주저하는데 그만큼 범죄의 대상이 되기 쉽다고 경고했다.
 
한편 전국의 주지사 26명이 26일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폭력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한국계 아내를 둔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와 찰리 베이커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공화당 소속이고 나머지는 전부 민주당 소속 주지사다
 
이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그야말로 비미국적"이라고 비판했다.
 
또 "우리는 아시아계 커뮤니티에 대한 인종주의와 폭력, 증오를 규탄하며 (그들을) 보호하고 일으키며 지지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교통장관을 지낸 일레인 차오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을 지낸 개리 로크,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에서 교통장관을 지낸 노먼 미네타 등 고위직 출신 아시안 아메리칸들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수백년 동안 아시아계는 이 나라의 활력과 성공에 많은 기여를 했으나 우리는 아직도 외국인이나 덜 미국적으로 여겨지고 타자로 대우받는다"고 지적했다.
 
유정원 기자 news@kukminusa.com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