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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도 한국사랑 새긴 선교사들(영상)


원두우 모삼율 혜론. 한국에 복음의 씨앗을 뿌린 19세기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들은 자신들의 한국 이름마저 허투루 짓지 않았다. 영어 발음을 의식하면서도 글자 하나하나에 한국인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았다. 기독교인이라면, 아니 이들에게 의료·교육 혜택을 직간접으로 입은 한국인이라면 한번쯤 되새겨볼 이름들이다.

3일 찾아간 서울 마포구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제일 안쪽에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1859∼1916) 목사가 안장돼 있다. 그는 연세대 전신인 연희전문학교와 한국 최초의 장로교회인 새문안교회를 세웠다. 묘비엔 ‘대미국인원두우목사, 부인호돈씨지묘(大美國人元杜尤牧師, 夫人好敦氏之墓)’라고 새겨져 있다.

원두우는 언더우드 목사의 한글 이름이다. 으뜸 원(元) 막을 두(杜) 허물 우(尤)다. 나쁜 것을 막는 힘의 원천이란 뜻이다. 암흑과도 같았던 구한말 한국선교를 위해 이 땅에 발 디딘 심정을 암시한다. 연세대는 지난해 새로 증축한 신과대 건물 이름을 원두우 신학관으로 명명해 그를 기리고 있다.

원두우 목사의 부인은 여덟 살 연상의 호톤 언더우드(1851∼1921) 여사다. 미국 시카고여자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였다. 선교사가 되려고 의학을 공부했다. 명성황후의 진료를 담당하기도 했다. 한글 이름은 ‘서로 좋아하고 돈독하게 한다’는 호돈(好敦)이다. 원두우 호돈 부부의 아들은 원한경(元漢慶)으로 ‘한양에서 태어난 경사’란 뜻이다. 그는 캐나다 토론토의대 교수였던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와 함께 일제의 제암리교회 학살 사건을 외부에 알렸다. 스코필드 박사는 석호필(石虎弼)로 불렸다.

이날 양화진선교사묘역 새뮤얼 F 무어(1860∼1906) 목사 묘비 앞에는 경기도 수원의 기독 대안학교 다니엘아카데미 학생들이 현장 활동을 하고 있었다. 하진(9)군은 수첩에 “차별 없는 교회를 만들 수 있을까”라고 또박또박 적었다. 새뮤얼 무어의 한국식 이름은 모삼율(毛三栗)이다. 동물의 털(毛)을 성씨로 가져다 쓴 이유는 그가 가축을 잡던 백정의 친구이자 전도자였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천대받던 계급인 백정도 양반과 함께 예배를 드리도록 강권했고 백정들을 규합해 20개 넘는 교회를 개척하다 장티푸스로 사망했다.

양화진선교사묘역에 최초로 묻힌 존 W 헤론(1856∼1890)도 의사였다. 주님의 은혜를 전파하기 위해 혜론(惠論)이라고 작명했다. 그는 세브란스병원 전신인 광혜원에서 진료했으며 과로한 데다 이질까지 걸려 선교 5년 만에 사망했다. 그의 묘비엔 갈라디아서 2장 20절 “하나님의 아들이 나를 사랑하사 자신을 내게 주셨다”가 새겨져 있다.

글·사진=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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