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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의사 손에 넘어간 LA타임스, 언론자유 첫 시험대

플리바기닝 보도에 법원이 금지명령… 편집인 "뉴스가치 있으면 정당"
 
 
최근 신문재벌 트롱크(트리뷴)로부터 중국계 의사 출신 사업가 패트릭 순-시옹에게로 소유권이 넘어간 미국 6대 일간지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타임스)가 법원의 보도금지 가처분에 맞서면서 언론자유를 향한 시험대에 올랐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16일 언론에 따르면 존 월터 미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지난 14일 LA타임스에 대해 경찰관 비리사건 보도와 관련해 수정보도 및 보도금지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
 
문제가 된 기사는 멕시코 마피아와 연계돼 마리화나 단속정보를 흘려주고 뒷돈을 챙긴 혐의 등으로 기소된 미 캘리포니아 주 글렌데일 경찰서 소속 형사 존 벨리언의 유죄인정협상(플리바기닝)에 관한 보도였다.
 
LA타임스는 재판 과정의 협상 내용이 실수로 한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사이트에 올라오자, 이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보도했다.
 
그러자 벨리언의 변호사가 법원에 보도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월터 판사는 "이 명령 발효 이전에 보도된 기사까지 삭제돼야 하며, 이후에는 보도가 금지된다"고 명령했다.
 
LA타임스는 법원 명령에 따라 일부 기사를 수정했다. 참고 자료 중 일부는 삭제됐다.
 
그러나 LA타임스 편집진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LA타임스 새 소유주이자 캘리포니아 뉴스그룹 회장인 순-시옹에 의해 새 편집 사령탑으로 발탁된 노먼 펄스타인 편집인은 "우리는 한 번 대중의 기록에 공개된 자료에 대해서는 그것이 뉴스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보도하는 것이 정당하며 적절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LA타임스 편집사령탑 노먼 펄스타인.
 
LA타임스 변호사 켈리 세이거도 "이미 공개된 정보는 비밀이 아니며, 그것의 보도에 대한 가처분 명령은 당연히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면서 "기사를 도로 환수하라는 명령은 기사가 의도하는 이익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자유 수호단체인 '수정헌법 1조 연대'의 피터 쉬어 전 사무국장도 "수정헌법 1조 하에서 그 내용에 대해 쓰고자 하는 뉴스 기관의 권리는 보호돼야 한다. 이는 법적 문제가 아니라 보도의 가치 기준, 언론의 윤리 문제"라고 말했다.
 
법원의 명령에 저항하고 있는 펄스타인 편집인은 월스트리트저널(WSJ) 편집국장, 경제전문지 포브스 편집장, 시사주간지 타임 편집장을 거친 경력 50년의 언론계 베테랑이다.
 
순-시옹은 펄스타인을 영입하면서 "최고의 언론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외에 다른 어젠다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서부의 손꼽히는 자산가인 순-시옹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중국계 가정에서 태어난 뒤 미국으로 이주해 외과 의사로 크게 성공했고, 바이오테크 기업을 일궈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재산이 90억 달러로 추정되는 그는 최근 LA타임스와 샌디에이고 최대 신문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 스페인어 일간지 '호이'를 동시에 인수했다.
 
순-시옹은 남아공에서 신문 배달을 하면서 고학해 자수성가한 인물로 신문 배달 소년이 미 유력신문 소유주가 된 스토리가 미 언론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LA타임스를 인수한 패트릭 순-시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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