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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무 교수 인터뷰] 별종이 된 한국 기독교, 교리부터 다시 배워야



교리에 목마른 한국교회를 위한 책…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펴낸 유해무 고려신학대학원 교수 인터뷰

 
지난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지내며 한국교회는 교리에 대한 목마름이 적잖음을 확인했다. 독일어 원전을 직역한 마르틴 루터의 ‘대교리문답’을 비롯해 다양한 교리 해설서가 출간됐고, 크고 작은 교리 공부 모임도 생겨났다. 이번에 출간된 유해무 고려신학대학원 교의학 교수의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복있는사람)는 평생 교회를 위한 신학에 매진해온 정통 신학자가 이런 한국교회 풍토에 화답한 책이라 할 만하다.
 
책에서 그는 삼위 하나님의 사역을 잘 요약하고 있는 사도신경을 토대로 기독교 핵심 교리를 유려하게 풀어냈다. 한국교회의 교리 교육의 실패 원인을 분석한 머리말로 시작해 삼위 하나님의 자기계시와 성경, 삼위일체론적 신론, 예수 그리스도, 성령 하나님, 교회론과 구원론, 종말론을 다룬 뒤 송영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지난 13일 충남 천안 고려신학대학원 연구실에서 유 교수와 인터뷰를 했다.
 
-1999년 교재로 썼던 동명의 책을 출판사 ‘복있는사람’에서 기억하고 출간을 권했다고 들었다. 거의 20년 만에 새롭게 다시 집필했다고 들었는데 그 때와 지금, 한국교회는 어떤 점이 다른가.
 
“1997년 ‘개혁교의학’을 내고나서 교재로 쓰기 위해 썼던 책이다. 개혁교의학도 그렇고 그 당시엔 교인들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으리라고 높이 평가하고 기대도 컸는데 착각이었다. 한국교회의 허점이랄까. 개인의 주관적 감정과 경험을 중시하는 미국교회의 영향을 받아 한국교회 안에도 설교의 빈곤화와 교리, 공교회적 전통을 무시하는 반지성주의가 생겼다. 그래서 성경을 아무리 공부해도 교리를 모른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교리도 잘 엮어야하는데. 교리 내용의 핵심인 삼위 하나님이 가장 잘 요약된 것이 사도신경이고, 그 틀 위에서 하나님이 우리를 향해 무엇을 베풀어주셨고, 무엇을 요구하시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자연스럽게 확장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교리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한국교회는 양적으로나 질적인 면에서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교리 교육의 실패로 기독교인들이 세상 속에서 제대로 살지 못한다는 지적 같다.

“교회 장로였던 전직 대통령의 검찰 출두 자체가 한국교회의 현재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음모다, 탄압이다 정치권에서 하는 이야기가 있지만 신자 입장에서는 검찰에 불려나가는 빌미를 주어선 안 되는 일이었다. 신자는 죄가 무엇인지 알고 사죄함을 받았으면 감사함으로 다시 죄를 범치 않아야 한다.
미투(#MeToo·나도 당했다)를 계기로 부쩍 동조자냐, 방관자냐 하는 논의가 많이 나온다. 재임 당시 보좌진과 장관들 중에 ‘대통령, 이건 아닙니다. 대통령이기 이전에, 장로이기 이전에 신자입니다’라며 직언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을까. 그가 장로가 되기위해 했던 신앙고백과 훈련이 있었을 텐데, 그 자리에 오기까지 그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다. 한국교회 목사의 문제, 교리의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다.”
 
-책에서 ‘한국교회는 복음으로 한국인의 심성과 삶의 모습을 개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독교는 ‘별종의 기독교’가 됐다. 절묘하게 한국인의 심성에 있는 기복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그것이 마치 기독교의 특징인 냥 강조해 왔다. 학생들에게 ‘한국종교와 철학’을 가르쳤는데 한국 종교의 역사를 보면 비는 대상만 달라졌을 뿐 바라는 내용은 똑같다. 복음이 한국인의 심성을 정복하거나 개혁하지 못하고 더부살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공적개념’이 없다는 것도 한국교회의 특징이다. 남에 대해 무관심하다. 내 영혼만 천국에 가면 된다고 생각하니까 공동선에 대한 관심이 없다. 기독교가 시대의 산물이기 때문에 1960년대 이후 한국사회가 발전하면서 잘 먹고 잘 살게 되자 목사들이 재림에 대한 설교를 하지 않고 교인들도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대하지 않는다.”
 
유해무 고려신학대학원 교수가 지난 13일 충남 천안 고려신학대학원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대원생 윤성민 전도사 촬영.
 
-말씀의 참된 설교, 성례의 올바른 집행을 교회의 양대 표지로 제시했다. 한국교회의 설교는 무엇이 문제인가.
“지금 목사들이 교리에 대한 진정한 이해 없이 설교한다. 목사들이 큐티한 걸 정리해서 설교하는 건 직무유기다. 큐티는 교인들이 해야 하는 것이고 목사들은 성경을 문자적으로 히브리어, 헬라어로 제대로 읽어야 한다.
사실 성경말씀 자체가 곧 설교다. 선지자들이 하고, 모세가 신명기에서 한 것도 설교다. 신약도 마찬가지로, 바울서신도 썼지만 처음 사람드에게 전달됐을 땐 낭독함으로써 듣는 것으로 시작하는 설교였다.
그들이 그 시대의 설교를 했듯 지금의 설교자가 필요하다. 모세가 신명기 2장 2절에서 ‘여호와께서 내게 말씀하여 이르시되’라고 하는 것처럼 설교자는 하나님이 파송하신다. 말씀 선포의 내용은 곧 파송받은 자가 파송하신 이에게 받아와서 전해야 하는데, 현재 이게 없는 것이다. 파송 받은 목사는 주일 아침 설교단에 서기 전 골방에서 파송하신 이로부터 선포할 말씀의 내용을 받아서 전해야 한다. 목사이기 이전에 교인이고 양이다. 먼저 양으로서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사역자로 파송받아 가야 하는데, 한 번 목사 안수를 받으면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자세가 가장 큰 문제다.”
 
-결국 신학교육이 문제인 듯하다.
“목사를 잘 훈련시키고, 선배 목사들이 후배 목사를 잘 지도하는 전통이 없다. 강영안 교수와 이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이제는 인문학 자체가 지나친 유행처럼 되어버려서 인문학에 대한 강조를 하고 싶지 않다. 인문학이란 것이 문자적으로 보면 사람을 이해하는 학문이다. 그 점에서 보면 성경 말씀 자체가 인문학이다. 사람이 무엇인지, 무엇을 결핍하고 있는지, 스스로 자기를 구원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나온다.
신학교에서 성경을 제대로 안 가르치고 있다. 교수들이 신학공부를 했기 때문에 자기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신학을 가르치지만, 우리에게 유일한 텍스트는 성경이고 그 외에는 모두 레퍼런스다.
마르틴 루터를 자주 인용하는데, 당시 루터에게 많은 사람들이 전집을 내라고 요구했다. 그때 루터는 유다부터 교회 역사를 보니 온갖 신학책, 교부들의 글, 공회의 회의록 등만 보고 성경은 먼지투성이에 있더라며 거절했다. 결국 나중에 책을 냈지만 그만큼 성경을 안 읽는다는 것이다.
성경을 한 번 읽었다고 해서, 성경을 다 아는 것이 아니다. 성명말씀은 평생 공부해도 소진되지 않는다. 사람이 쓴 책이 아니라, 진짜 달고 오묘한 말씀이다. 매일 아침 그 기쁨을 누리고 있다.”
 
-신대원에서 교리 교육은 다 하는 줄 알았는데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놀랐다.
“신대원에서 요리문답을 가르치는 학교가 거의 없다. 3년 과정 안에서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과 요리문답까지 가르칠 여유가 없다. 역사 아는 것이 중요하고 신조들을 이해하고 가르쳐야 한다. 고신 안에 신앙고백서와 요리문답에 대한 관심이 있는 것은 그동안 신조학을 통해 가르쳐왔던 결실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는 내가 교리 교육을 중시했던 네덜란드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표지로 성례의 올바른 집행을 언급하면서 매주 성찬을 강조했다.
“교회에서 매주 성찬을 하는 것이 옳다. 말씀도, 성례도 우리가 만든 게 아니다. 주께서 주신 것이다. 말씀이 뭐냐. 강론도 훈화도 아니다. 말씀이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삼위 하나님께서 우리를 찾아오신 임재다. 그 임재의 입장에서 가시적인 임재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성찬이다. 말씀과 성례 성찬은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리스도가 없으면 그게 어떻게 교회냐.
한국교회가 지난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면서 ‘교회’가 1517년부터 시작됐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착각이다. 네덜란드 개혁교회 성도들도 칼뱅과 제네바 교회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 안한다. 교부학을 공부하면서 고대, 중세에 대해 알기 위해 몸부림쳐왔다. 한국교회는 중세에 대해 무관심하지만, 중세때도 남겨주신 유산이 많다. 또 고대 교회들은 매주 성찬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지금 가톨릭은 매주 성찬을 하고 있다. 그들이 성찬에 대해 잘못된 도그마를 가르쳐서 문제이지 매주 성찬이라는 형식은 옳은 것이다.”
 
-한국교회 안에 성령의 능력과 은사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성령 하나님의 사역을 가시적으로 이해하는 것 자체가 성령의 사역을 제한하는 것이다. 성경영감설을 주장하면서 정작 믿지 않는다. 성령 하나님은 성경을 쓴 저자이지, 책에 갇혀있는 분이 아니다. 자꾸 성경에 맞춰 성령 하나님의 사역을 제한하려 해선 안 된다.
성령 사역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교회 역사에서 영적 엘리트로서 교회 분열을 조장한 이들이 많다. 성경공부하면서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하나님의 무궁무진하심을 깨닫는 것, 채워도 채울 수 없고, 또 아무리 회개해도 하나님을 닮을 수 없는 내가 깨닫고 회개하는 것도 모두 성령 하나님의 사역이다.”
 
-교리학자로서 삼위일체 신학에 정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학자가 아니라 신앙인으로서 삼위일체 교리를 언제 어떻게 깨닫는가.
“기도할 때다. 내가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를 수 있는 것 자체가 예수님 덕분이다. 십자가에 달리셨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지 않고는 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는데 그 사건 자체가 성령께서 해 주신 것이다. 신학의 방법으로 나는 기도와 선교를 이야기한다. 전통적인 한국교회의 기도와는 좀 다르다. 기도를 자꾸 간구로 제한하는데, 기도 자체가 삼위 하나님의 임재라고 생각한다. 기도는 교제의 순간이고 언약의 계속이다.
기도엔 나와 너만 있고 3인칭은 없다. 원초적으로 내가 하나님을 부르기 전에 하나님이 나를 불러주셨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지속적으로 부를 수 있는데 이건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다. 기도는 일종의 튠(tune), 주파수를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 전까지 주님과 맞추는 것이다. 주님은 우리를 보고 계시고, 하나님을 떠나 살 수 없다.”
 
-책 제목의 ‘우리는’ 누구를 지칭하나.
“백성, 하나님의 언약백성이다. 부름 받아 교회에서 형성되고,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세상에 파송 받아 세상을 하나님 나라, 영광의 현장으로 만들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유해무 고려신학대학원 교수가 지난 13일 인터뷰 전 잠시 교정에서 포즈를 취했다. 신대원생 윤성민 전도사 촬영.
 
그는 한국교계에서 탁월하다고 손꼽히는 교의학자(교리학자)다. 유럽에서 교의학이라 칭하지만 미국 영향을 받은 국내 신학계에선 조직신학이란 용어를 더 많이 쓴다. 그는 고신대와 고려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1980년대 네덜란드 유학길에 올랐다. 네덜란드 캄펜 개혁교회신학대학원에서 J. 캄파이스 교수의 지도 아래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부터 고려신학대학원에서 교의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후 28년간 한국교회의 신학적 자립과 토착화를 꿈꾸며 연구와 학생 교육에만 매진해왔다. 때로 한 학기에 10여명씩 신학석사(Th.M) 과정을 밟는 학생들이 그에게 교의학을 배우기 위해 찾아왔다고 한다. 다른 장로교단 출신은 물론 심지어 오순절파 교단에도 그에게 교리를 배운 학생들이 있다.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유 교수가 유난히 따뜻하고 학생들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교수라고 했다.
 
이렇게 강단에서 쌓아올린 명성과 달리 유 교수는 자신을 알리기 위한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휴대전화도 없고, 페이스북 활동도 하지 않는다. 사무실로 걸려오는 전화도 잘 안 받기로 유명하다. 언론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아서 이번 인터뷰 자체가 매우 드문 일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교단에 속한 신학자는 교회를 위한 신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한 듯 했다. 교단지에 일부 기고를 제외하곤 교단 밖 활동은 많지 않았다.
 
-교회를 위한 신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해 보인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네덜란드 유학 시절, 지도교수는 학자로서의 위치를 포기하면서까지 교회를 위해 일했다. ‘교회를 위한 신학’을 해야 한다고 배웠다. 교회에 분쟁이 생기면 가서 중재해야 한다. 그렇게 배우는 동안 네덜란드 개혁교회로부터 7년간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했다. 처음에 책 두 박스를 가지고 갔다가 들어올 때 책 백 박스를 갖고 들어왔다.
네덜란드 교회에서 받은 사랑을 한국교회에 나눠야 한다는 생각이 철저하다. 나를 추천해서 보내준 것이 고신이었기에 이 교단 교회를 위해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사하게도 명예나 누가 날 알아주는 것에 대해 무감각하다. 하나님만 알아주면 전혀 두렵지 않다.”
 
인터뷰 내내 엄밀하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던 유 교수는 이 대목에서 순간 목이 메는 듯, 잠시 숨을 골랐다. 학문하는 자세에 있어서는 엄격하지만, 학생과 한국교회를 향해 강직한 사랑을 품고 있는 신학자의 모습을 보았다.
 
천안=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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