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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라는 이름으로도 세상에 도전할 수 있어요”


이성숙 씨가 자신이 쓴 책 ‘고인물도 일렁인다’라는 책에 대해 설명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50대 초반 한인 주부의 반란(?)이 화제다. 두 딸을 키우면서 굽히지 않고 자신을 개발해 ‘고인물도 일렁인다’ 라는 수필집을 낸 이성숙 씨. 첫째 아이는 변호사 합격을 기다리고 있고 둘째 아이는 미대 장학생으로, 성공적인 자녀교육과 스스로의 가치 실현을 모두 일궈낸 억척스러운 중년이다. 쉽지만은 않았다. 암으로 투병생활을 해야 했고 자신의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못하면서 쌓여간 가슴앓이와 외로움을 글로 풀어내야 했다.


이성숙 씨가 낸 ‘고인물도 일렁인다’


삶, 흐르기 시작한 물

이성숙 씨의 책을 출판한 출판사 소소담담에서 온 소개의 앞부분은 “내 안에도 나를 향한 요구가 있었다. 고인물이 세상을 향해 흐르기 시작 한다”는 말로 시작한다. 이성숙 씨 책의 메인 카피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씨의 책을 대학을 졸업 하자마자 아버지의 중매로 지리산 밑 산골로 시집가고, 자녀들을 키우는 일에만 전념해 온 50대 주부의 반란을 담은 수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씨는 미국에 이민하기 전까지 만 해도 짧은 기간 동안 가진 사회교육강사 경력 외에는 이렇다 할 사회 생활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주어진 상황을 거부하지 않고, 저항하지도 않은 채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왔다. 그러면서도 내면에 일렁이는 욕구와 삶의 순간들, 느낌들, 아련하게 잦아든 아픈 추억들의 자락들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 씨는 이런 자신을 보면서 “내 안에도 나를 향한 요구가 있었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내면에서조차 채 인식하지 못했던 스스로를 향한 요구를 작가는 50세가 넘은 중년의 나이에 비로소 찾았다. 그리고 그것을 처음 풀어내면서 맘 속 깊은 곳에 쌓아둔 고백들과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들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수필집 ‘고인물도 일렁인다’는 이 씨가 세상을 향해 흘려보낸 첫 물줄기가 됐다.

평범한 만남에서 온 기회

세상으로 흘려보내기 시작한 물 줄기는 평범한 만남에서부터 시작됐다. 미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난 후 직장생활과 함께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했다. 착한 딸로, 아내로, 현명한 엄마로서의 삶이 아닌 스스로를 찾아가려는 도전이었다. “변변한 직장이라고 다녀보지 못한 상황이었어요. 그래도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글쓰기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결된 것이 신문사 일이고, 지역의 문인들과 만나기 시작했어요.”
크리스천 헤럴드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거의 비슷한 시기에 재미수필문학가협회와 미주기독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글 쓰는 사람들과의 친분을 쌓고 서로의 문학세계를 확인해 가는 모임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했다. “한국에서 교수님 한 분이 수필 강의를 하러 오신분이 계셨어요. 같은 협회에서 활동하는 분이 교수님께 글을 한 번 보여 주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 왔고 그 일이 책을 출판하 게 된 계기가 됐어요. 그렇게 의도하지 않았던 추천으로 출판사에 글을 보낸 것이 출판사에 서 긍정적인 답이 왔다. 글들을 모아 출판사에서 비용을 내는 기획출판으로 하자는 것이다. 처음 책을 낸 무명의 작가에게 출판비용을 지원하면서 책을 내겠다고 한 것은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큰 도전이었다.
이 씨에게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학교를 졸업하고 못내 떨쳐 버리지 못한 30여 년 간의 습작들이 하나 둘 빛을 보기 시작했다. 미국 살면서 흩뿌렸던 삶의 이야기를 모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쓴 칼럼을 다듬었다. 그렇게 많은 날을 지새우며 퇴고를 했다.

내 필명은 구아

“나와 남동생은 해외에 사는 날이 더 많고 서울에 사는 여동생은 직장 생활하느라 자주 찾아오지 못하고 있다. 비워 놓은 주차장에 차가 들어오기를 고대하지만, 명절에도 자식들 얼굴보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어머니의 가슴에는 벌써 우울감이 도사리고 있던 참인데…” 이성숙 씨의 작품 ‘어머니의 상실감’ 중 일부다. 이 씨의 어머니 사랑은 남다르다. 딸아이에 대한 사랑으로 대학시절 연예 한 번 못하게 한 아버지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그 분과 함께 살아 온 어머니에 대한 애환은 그대로 세상을 보는 장녀 이 씨의 마음 됐다. 그래서 그의 필명은 어머니의 이름인 ‘구아’다. 시집 온 이후 제대로 한 번도 불려 보지 못했을 어머니의 이름을 이 씨 는 자신의 글을 통해 불리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름이 불리우면서 존재가치가 인정된다면 글을 낼 때 마다 어머니의 존재가 되살아났으면 하는 꿈이다. “구아라는 이름이 어감도 좋잖아요. 글들이 엄마의 이름으로 알려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젠 엄마가 내 글들을 통해 다시 불리어지는 거잖아요”

북 콘서트 & 출판기념회

이성숙 씨는 욕심이 많다. 자신이 하는 일에 있어서만큼은 완벽해지고 싶은 욕심이다. 글도 그렇지만 출판기념회도 그렇다. 출판기념회가 딱딱한 형식에서 벗어나 누구나 편 하게 와서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다. 참석해 준 사람들 모두 무엇인가 마음에 담고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만 든 것이 북 콘서트다. 4월 6일 오후 6 시 LA 드림 웨딩 홀(3255 Wilshire Blvd)에서 갖게 된다.
“수필협회 회원들과 이야기하던 중 아이디어어가 나왔어요. 책을 읽은 사람이 작가를 이해하고 나면 더 재미있을 수 있고, 작가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알 수 있고, 책 속에 나오지 않은 이야기들도 들을 수도 있고요”
북콘서트는 한국 연예프로그램의 한 장르로 자리한 토크 콘서트 형식 이다. 이 씨의 책을 읽은 3명의 패널들이 사회자와 함께 작가에게 묻고 답을 듣는 식으로 이어진다. 책을 읽게 되면 그 책에서 중요한 내용을 줄을 긋고 생각나는 부분을 메모해 두었다가 그 내용을 모두 컴퓨터로 작성해 파일화 시켜두어야 직성이 풀리는 오래된 이 씨의 독서 습관부터 사물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반복되는 일상의 삶이 어떻게 글로 다가오게 되는지 등에 대한 경험담을 풀어 놓을 예정이다. 사회는 제레미 송 씨가 하게 된다. 칼럼니스트 이보영 씨와 수필가 성민희 씨, 여준영 씨가 패널로 참 석해 이씨의 고백을 돕게 된다. 토크쇼가 끝나면 이성숙 씨의 시에 노래를 입힌 ‘님’이 사라정 씨의 노래로 들려지게 된다. 참석자들에게는 다양한 상품도 나눠 줄 예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고 있어요. 단순히 책을 소개하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고 얼마든지 ‘주부라는 이름으로도 세상에 도전할 수 있 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어요. 소녀 시절 꿈을 버리고 아내로 엄마로만 살아 온 사람들에게 그 꿈을 다시 찾으라고 권하고 싶어요. 그런 의도가 북콘서트에서 잘 드러났으면 해요. 정말 애를 써서 준비한 건데 사람들이 안 올까봐 걱정이랍니다. 많이들 와 주세요”
한편 이성숙 씨는 중학교 국어시간에 좌우명을 정했다. ‘서두르지말고, 그러나 쉬지말고’ 그리고 그렇게 살았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6년 전 돌연 미국으로 왔고 지난해  국의 시와 정신을 통해 신인으로 등단했다.
책은 세종문고((323)7357374)와 기독서적센터((323)7377699)에서 구입할 수 있다.
 
신정호 기자 jhshin@kukmin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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