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한국어 AI’ 경쟁… 해외업체들도 한글 열공



한국어 인공지능(AI)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업종을 뛰어넘어 시장 선점을 위해 발빠른 행보에 나섰다. 글로벌 IT 기업들은 언어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AI에 한국어 공부를 집중시키며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다.
 
14일 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상반기 중 AI 스피커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 스피커에는 네이버와 라인이 협업한 AI 플랫폼 ‘클로바’가 탑재된다. 언어는 한국어와 일본어를 이용할 수 있다. 네이버는 음성인식과 자연어 처리 등에서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음성인식, 자연어 처리 등에 대한 연구를 10년 이상 진행해 왔다”면서 “한국어를 가장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를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이달 초부터 네이버 모바일 앱에서 AI 기반의 음성 검색 서비스 ‘네이버아이(i)’를 베타 버전으로 제공 중이다. 또 파파고 번역 기술 등 AI 기능이 포함된 웹브라우저 ‘웨일’ 베타 버전도 이날 공개했다. 네이버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AI 연구소를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8에 ‘빅스비’란 이름의 AI 서비스를 탑재할 예정이다. 지난해 인수한 비브 랩스의 AI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전해졌다. 제품 측면에는 빅스비를 활성화시키는 전용 버튼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빅스비 최적화를 위해 3000명가량의 개발자를 투입했다. 삼성전자가 S보이스 등 자체 음성인식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 기업인 만큼 한국어 서비스가 처음부터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월 출시된 SK텔레콤의 AI 스피커 ‘누구’는 매달 1만대가량 판매되며 누적 판매량 6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업체들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언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시장을 선점해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이다. AI는 정교한 알고리즘 못지않게 데이터양도 중요하다. 국내 업체들은 그동안 축적한 한국어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보다 좋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서비스에서는 데이터가 누적되는 차이가 곧 서비스 품질의 차이가 될 수 있다”면서 “한국어는 배우기 어렵고, 시장도 우리나라에만 한정돼 있어서 글로벌 기업들엔 우선순위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글, IBM 등 AI 선두기업들은 한국어 공부를 본격화하면서 한국 시장 공략 채비에 나서고 있다.
 
구글은 AI 서비스인 ‘구글 어시스턴트’의 한국어 버전을 개발 중이라고 공식화했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현재 영어, 독일어만 제공 중인데 향후 다양한 언어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으며 한국어, 일본어도 포함돼 있다고 구글 측은 설명했다. 단 정확한 출시 시기는 정하지 않았다.
 
IBM ‘왓슨’은 SK C&C와 손잡고 지난해부터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학습은 마친 것으로 전해졌으며 올해부터 한국어 기반의 왓슨 서비스가 본격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