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nd 라이프] 2위 청정원 ‘맛깔난 뒤집기’



식구들이 여러 명인 집은 물론 혼자 사는 이들의 찬장에도 소금 간장 고추장 정도는 갖추고 있게 마련이다. 음식 재료를 손질한 뒤 어느 정도 조리된 상태에서 가공·포장된 HMR 상품을 이용하거나 배달음식을 주로 먹어도 각자 입맛에 맞도록 간을 맞추기 위해서다. 기본양념 중 간장은 크게 국간장, 양조간장, 진간장으로 나뉜다. 국간장은 재래식 간장으로 이름 그대로 국의 간을 맞출 때 주로 쓴다. 양조간장과 진간장은 콩과 소맥(밀)을 원료로 만들고 맛과 향, 빛깔 등이 비슷하지만 쓰임새는 다르다. 양조간장은 열이 가해지면 향이 변질되기 쉬워 생선회, 부침요리 등을 찍어먹는 소스, 무침, 간장 드레싱 등에 주로 쓰인다. 진간장은 열을 가해도 맛이 잘 변하지 않아 주로 끓이거나 볶는 요리에 많이 쓴다. 이번 국민 컨슈머리포트에서는 무침 드레싱 등 가벼운 요리를 할 때도 필요한 양조간장의 맛과 품질을 비교해 보기로 했다.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뷔페레스토랑 ‘채빛퀴진’에서 5개 브랜드의 양조간장 맛을 비교 평가하고 있는 셰프들. 왼쪽부터 양경철·한상모·이예지·육현아·원성재 셰프.곽경근 선임기자


5개 브랜드 양조간장 평가  

소비자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양조간장을 평가하기 위해 간장의 시장 점유율을 알아봤다. 시장정보 조사기관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샘표가 시장 점유율 57.5%로 1위였다. 2위는 대상 청정원(21.9%), 3위 몽고(8.2%), 4위 오복(4.5%), 5위 삼화(3.1%)였다. PB를 포함한 기타가 4.8%였다. 이 중 삼화는 3개 대형마트에서 모두 취급하지 않아 평가 대상에서 제외하는 대신 PB 제품을 넣기로 했다. 

양조간장은 브랜드마다 2, 3가지 이상 나오고 있다. 그중 가장 대중적인 제품을 선택했다. 샘표의 ‘양조간장 501’(930㎖·6900원), 대상 청정원의 ‘햇살담은 자연숙성 발효양조 간장’(840㎖·5900원), 몽고 송표 프라임(900㎖·6900원), 오복 양조간장(900㎖·6590원)을 평가하기로 했다. PB 브랜드로는 이마트의 ‘노브랜드 정성가득 양조간장(900㎖·2080원)을 골랐다.  

빛깔 향 농도 풍미를 기준으로 상대평가 

5개 브랜드 양조간장을 지난 9일 이마트 응암점과 홈플러스 월드컵점에서 각각 구입했다. 평가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뷔페 레스토랑 ‘채빛퀴진’에서 진행했다. 잠수교 옆 한강변에 위치한 세빛섬 중 채빛섬에 자리 잡은 채빛퀴진은 수상 레스토랑으로 뛰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160여 가지의 메뉴를 모두 즉석에서 조리해 내놓고 있어 미식가들의 입맛도 사로잡고 있다. 특히 간장게장이 유명해 이 메뉴 때문에 다시 찾는 손님들이 있을 정도다. 평가는 채빛퀴진의 한상모 원성재 양경철 이예지 육현아 셰프가 맡았다.  

양조간장 평가는 빛깔과 향, 농도, 풍미 4가지 항목을 평가한 다음 이를 기준으로 1차 종합평가를 했다. 원재료 및 함량, 영양성분을 각각 공개한 뒤 이에 대해 평가했다. 가격을 알려 준 다음 최종평가를 했다. 모든 평가는 제일 좋은 제품에는 5점, 상대적으로 제일 떨어지는 제품에는 1점을 주는 상대평가로 진행했다.

이번 평가에는 숟가락만 30개가 동원됐다. 5개 브랜드 양조간장의 맛이 뒤섞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5개 브랜드 양조간장을 투명한 컵 5개에 각각 던 다음 숟가락을 담아 내놨다. 세프들은 빛깔 평가를 정확하기 위해 하얀 도자기에 똑같은 양을 덜어 준비해줄 것을 요구해 추가로 준비했다.  

셰프들은 빛깔을 비교 평가한 뒤 개인 컵에 제품을 덜어낸 다음 향을 맡으면서 평가해나갔다. 이어 간장 한 꼬집, 물 한 모금을 번갈아 마시면서 농도와 풍미를 비교, 평가해나갔다. 이때도 각각의 스푼을 사용했다.

시장점유율 2위 청정원의 반란  

시장 점유율 2위 청정원 양조간장(703원·이하 100㎖ 당 가격)이 1위를 차지했다. 최종평점은 5점 만점(이하 동일)에 4.4점. 빛깔에서 4.6점으로 최고점을 받았고, 농도는 셰프 전원에게 최고점을 받았다. 그 결과 1차 평가에서도 4.2점으로 1위를 했다. 원재료 평가에선 주재료가 모두 수입산이고 감미료가 들어 있어 3.6점으로 3위였다. 영양성분은 4.4점으로 2위를 했다. 원성재 셰프는 “다용도로 쓰기에 제일 무난한 양조간장”이라면서 “색이 진해 고기 재울 때 특히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간장 시장 최강자인 샘표 양조간장(742원)은 2위에 머물렀다. 최종평점은 3.4점. 빛깔(4.0점)과 풍미(3.4점)는 좋은 편이었지만 향(2.6점)은 중간 정도였다. 농도(2.2점)는 최저점으로, 1차 종합평가(3.0점)에선 3위였다. 원재료 평가는 3.8점으로 2위였으나 영양성분은 나트륨 함량이 가장 높은 탓에 2.0점으로 4위를 했다. 양경철 셰프는 “맛이 좀 약한 편이지만 깔끔해서 좋다”면서 “나물 무칠 때 쓰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3위는 몽고 양조간장(767원). 최종평점은 3.2점. 빛깔(3.0점) 향(3.6점)은 좋은 편이었고, 농도(2.6점)는 뒤처지는 편이었다. 그러나 풍미에서 최고점(3.8점)을 받으면서 1차 종합평가에서 4.0점으로 2위에 올랐다. 원재료 평가에서는 다른 제품들이 주재료를 수입산으로 쓴 데 비해 국내산 정제소금을 쓴 것을 인정받아 최고점(4.6)점을 받았다. 하지만 5개 제품 중 유일하게 영양성분을 공개하지 않아 이 항목에선 최하점인 1점 처리됐다. 그 결과 최종평가에서 점수가 내려갔다. 이예지 셰프는 “화학냄새가 전혀 나지 않고, 짠맛 단맛 감칠맛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4위는 평점 3.0점을 받은 오복 양조간장(733원). 항목별 점수 편차가 큰 편이었다. 향(3.8점)은 가장 뛰어났고, 농도(3.0점)도 좋은 편이었으나 빛깔(2.0점)과 풍미(2.6점)는 뒤처지는 편이었다. 1차 종합평가(2.6점)에선 4위를 했다. 주요 재료가 수입산인 데다 첨가물이 많은 편이어서 원재료 평가는 1.8점으로 4위였다. 나트륨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아 영양성분 평가에선 최고점(4.6점)을 받았다. 한상모 셰프는 “윤기가 뛰어나며 감칠맛도 좋다”면서 무침용에 알맞은 양조간장이라고 평했다.  

이번 평가 대상 중 가장 저렴한 이마트의 노브랜드 양조간장(232원)은 5위에 그쳤다. 최종평점은 1.0점. 뛰어난 가성비에도 불구하고 셰프들은 외면했다. 빛깔(1.4점) 향(1.6점) 농도(2.2점) 풍미(1.8점) 전 항목에서 최하점을 받으면서 1차 종합평가(1.2점)에서도 최하위였다. 원재료 평가에서도 주재료가 수입산일 뿐만 아니라 첨가물이 많아 최하점을 받았다. 영양평가에서만 3.0점으로 비교적 좋은 점수였다. 육현아 셰프는 “콩 냄새가 많이 나고 짠맛이 심해 감칠맛을 느낄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사진= 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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