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하늘… 인상파 터너·모네의 그림에 담긴 비밀

클로드 모네의 1903년 작품 ‘워털루다리, 흐린날’


19세기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와 윌리엄 터너의 작품 속 몽롱한 하늘은 산업혁명으로 인한 대기오염 탓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는 31일(현지시간) 모네와 터너 작품 98개의 화풍과 색상 변화 등을 분석한 결과 유럽의 대기오염이 심해지면서 두 화가의 작품 속 하늘도 더 흐릿해졌다고 발표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연구에는 터너가 1796∼1850년에 그린 작품 60점과 모네의 1864∼1901년 작품 38점이 쓰였다. 프랑스 태생 모네와 영국 태생 터너는 서유럽에서 산업혁명이 한창이었던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에 활동했다. 당시 유럽에는 석탄을 연료로 쓰며 이산화황 등 오염물질을 내뿜는 공장이 가득했다.

분석을 위해 연구진은 수학모델을 활용해 두 화가가 그림에서 묘사한 사물의 윤곽이 배경에 비해 얼마나 뚜렷한지를 계산했다. 그 결과 대기에 이산화황 농도가 증가하면서 사물의 윤곽이 더 흐릿해졌다. 이러한 변화의 약 61%는 이산화황 농도 증가와 비례했다.

후기 작품일수록 더 강한 하얀 색조를 띠는 이유도 대기 오염 증가가 원인이라고 연구진은 전했다. 그림 속 풍경의 가시성 측정 결과 터너가 1830년 전에 그린 작품에서는 가시성이 평균 25㎞지만 1830년 이후에는 평균 10㎞로 줄었다. 모네도 초기 작품의 가시성은 평균 24㎞였지만 이후 작품에서는 1㎞까지 떨어졌다.

이번 연구를 이끈 대기 과학자 안나 리 올브라이트는 “인상파 화가들은 빛의 변화뿐만 아니라 환경의 변화에도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들이 자연이 아닌 인간이 만든 변화에도 매우 민감한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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