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 머스크 리스크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동차 기업의 급격한 반전’.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주가 추락에 대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평가다. 테슬라는 지난 23일 주당 123.1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올 초 350달러(액면분할 후 수정가 기준) 수준이었으니 한 해 동안 65% 정도 하락한 셈이다. 연간 주가 실적 면에서 사상 최악의 해가 될 전망이다. 테슬라 주가 하락을 지켜보며 ‘지금이 바닥’이라 판단해 매수한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서학개미’로 불리는 국내 투자자의 손실도 만만치 않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3개월(9월 23~12월 23일) 동안 국내 투자자들이 순매수한 미국 종목 1위는 테슬라다. 순매수액 11억3173만달러, 한화 1조4500억원이 넘는다.

테슬라의 주가 추락 원인은 복합적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고강도 긴축 정책으로 성장주에 불리한 경제 환경이 조성됐다. 전기차 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테슬라 독주 시대가 끝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무엇보다 가장 큰 원인은 ‘머스크 리스크’다.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가 아닌 트위터 경영에 집중하면서 벌어진 결과다. WSJ는 “투자자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월가는 테슬라 전기차 수요 둔화에 짜증이 났다”고 분석했다.

테슬라 소비자에게 테슬라는 단순한 이동 수단 이상의 가치였다. 사람들은 머스크가 제시한 미래 비전과 테슬라의 브랜드 가치에 열광했다. 그러나 트위터 인수 후 머스크가 테슬라 경영을 소홀히 한다는 인식이 불거졌다. 과격한 구조조정과 소통 방식, 계속되는 정치적 발언에 오너 리스크는 커졌다. 테슬라 팬덤은 급격히 식고 있다. 시장에서 머스크의 말은 신뢰를 잃었다. 그는 최근 앞으로 2년간 테슬라 보유 주식을 팔지 않겠다며 주가 하락세를 진정시키려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과거에도 같은 말을 여러 차례 공언했다가 번복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24일 “변동성이 큰 시장에선 주식담보 대출을 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비록 ‘양치기 소년’의 말이지만, 이번만큼은 귀담아듣는 게 좋겠다.

한승주 논설위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