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5년 이수정 번역 ‘감리회 교리서’ 찾았다

이수정이 번역한 ‘미이미교회문답’의 표지. 이혜원 교수 제공
 
미이미교회문답의 첫 장 모습. 이혜원 교수 제공


1885년 한국어 성경 번역 선구자 이수정(1842~1886)이 번역했다는 사실만 알려진 채 137년 동안 번역서의 실물과 제목조차 공개되지 않았던 ‘감리회 교리서’의 실체가 최근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교리서는 기독교의 근본 진리를 명료하게 담아 불신자도 쉽게 이해하고 익힐 수 있도록 편집한 책을 말한다.

이혜원 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가 지난달 ‘한국교회사학회지’에 게재한 ‘교리서의 번역·출판을 통해 살펴본 19세기 동아시아 기독교 용어의 유통과 형성: 미이미교회문답을 중심으로’에서다.

이 교수는 이수정이 한국어로 번역한 감리회 교리서의 제목은 ‘미이미교회문답’으로 현재 남아 있는 4개의 감리회 교리서 번역 판본 중 가장 오래된 1885년 본이라는 내용을 논문에 담았다. 국립중앙도서관이 마이크로필름 형태로 소장하고 있는 1885년 판본은 그동안 연도와 역자 미상본으로만 알려졌다. ‘미이미(美以美)’는 미국 감리회를 뜻한다.

이 교수가 미상본을 눈여겨본 건 다른 판본과 비교해 완전히 다른 내용의 번역 때문이었다. 이 교수는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보통 한글로 번역된 교리서는 맞춤법 정도를 바꿔 개정판을 내지 이렇게 완전히 번역을 달리하는 사례를 찾기 힘든데 유독 연도·역자 미상본의 번역이 매우 독창적이어서 역자를 추적하게 됐다”면서 “한국에서 사역하던 조지 존스 선교사가 번역한 것으로 알려진 1890·1893·1896년 판은 맞춤법과 단어가 일부 다르긴 해도 같은 번역본이었지만 연도·역자 미상본은 완전히 새로운 번역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번역본에서 한자어를 한글로 풀어 이해하기 쉽게 번역한 부분을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는 이수정 번역의 특징 중 하나”라면서 “세례를 ‘밥티슈마’로 번역한 것도 눈에 띄었는데 당시 이 용어로 세례를 번역한 건 이수정역 마가복음이 유일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같은 감리회 교리서를 앞서 중국어로 번역한 로버트 매클레이 선교사가 1896년 쓴 글도 1885년 판본의 번역자가 이수정이라는 걸 추정할 수 있게 했다. 당시 매클레이 선교사는 “1884년 나는 이수정이라는 도쿄에 거주하던 조선인에게 내가 중국어로 번역한 감리회 교리서를, 줄리어스 소퍼 박사가 번역한 일본어 번역본과 함께 제공해 한국어로 번역하도록 했다”고 썼다. 그동안 매클레이가 말한 번역서는 학자에 따라 ‘진리문답’ ‘량자회개’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지만 실체가 무엇인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이수정 번역본은 일본에 거주하며 일본어에 능했던 이수정이 일본어 역본을 상당 부분 참고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이수정은 일본어 번역본에서 ‘더 로드(The Lord)’를 ‘에호바(エホバ)’라고 번역한 걸 그대로 수용해 ‘에호바’라고 표기했다. ‘전능하다’는 뜻의 ‘올마이티(Almighty)’의 경우 일본어 번역본에서 따로 번역하지 않았는데 이수정본에도 번역돼 있지 않았다(표 참조).

이 교수는 “19세기 말 교리서는 한글 성경이 본격적으로 번역되기 전 우리나라에 복음을 전할 때 사용했던 경전과도 같았다”면서 “이수정 번역본의 발견으로 당시 한국과 중국, 일본 사이에서 교리서와 성경 번역을 했던 교류사 연구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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