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가 머물렀던 아나톨리아는 모든 인류의 고향”

‘제1회 노아의 방주와 대홍수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 참석자들이 지난 6일(현지시간) 터키 아리주 도우바야지트시 노아스빌리지에서 행사를 마친 뒤 아라라트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성스러운 땅’이란 의미를 지닌 터키 아라라트산이 만년설로 덮여 있다. 사진작가 알리 이산 오즈투르크 제공
 
엑소아크선교회 이사장 김승학(왼쪽) 장로와 윤사무엘 겟세마네 신학교 총장의 심포지엄 강연 모습.
 
김승학 장로가 ‘붉은 암송아지’라고 주장하는 고대 암각화. 지난 2월 사우디 라오즈산 앞에서 발견했다. 김 장로 제공


백두산 높이의 두 배에 달하는 터키 아라라트산(해발 5137m). 4300여년 전, 성경 속 노아의 방주가 하나님의 심판 대홍수가 끝난 뒤 마지막으로 머물렀다고 알려진 곳이다.

국민일보는 엑소아크선교회(이사장 김승학 장로)와 함께 지난 5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터키 아리주 도우바야지트시 노아스빌리지에서 열린 ‘제1회 노아의 방주와 대홍수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성경 등 여러 신성한 책에서 말하는 가장 성스러운 산 중 하나가 바로 아라라트산입니다. 무슬림들이 성스럽게 여기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라파트산, 히라산 등도 성스러운 산 가운데 하나이지만, 특별히 아라라트산은 모든 종교에 있어 가장 성스럽게 여겨지는 산입니다.”(메메트 알리르 국회의원)

“터키는 고고학계의 주류 영미 학자들에게 외면받았던 곳입니다. 하지만 이번 심포지엄을 기점으로 터키 땅의 성서고고학 연구가 더 활발해지리라 기대됩니다.”(윤사무엘 총장)

현지 노아의 방주 연구단체 도우바야지트신앙관광개발연구회(DFTDRA·대표 아흐메트 파라수트 에투룰)가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에서 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다.

해발 1600여m 지점에서 치러진 이번 심포지엄에는 한국과 미국, 이스라엘, 폴란드, 네덜란드 등 각지에서 온 70여명의 고고학자와 관련 분야 학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심포지엄 기간 각자의 연구 분야를 공유했고, 아라라트산에 묻혀 있다는 노아의 방주 연구 가치에 대해 한목소리로 높게 평가했다.

미국 앤드루스대학교 고고학연구소장 랜들 욘커 박사는 “이슬람 코란에는 아라라트산이 (이란의) 주디산이라고 나오는 등 여전히 산의 실제 위치를 두고 논쟁이 많다. 메소포타미아가 문명의 요람이라고들 하지만 이곳 터키 ‘아나톨리아’ 지역은 문명의 탄생지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풍부한 유산을 간직한 아라라트산의 연구 가치는 높다”고 했다.

노아의 방주가 세계 문명사에서 갖는 의미를 짚어보는 시간도 있었다.

윤사무엘 겟세마네 신학교 총장은 대홍수가 끝난 뒤 방주에서 나온 노아의 세 아들이 인류의 조상이 됐다고 보는 여러 문헌을 소개하며 “방주가 머물렀던 아나톨리아는 모든 인류의 고향”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반론도 있지만, 유럽에선 중세부터 아라라트산을 성경 창세기 8장 4절 속 노아의 방주가 머물렀다고 나오는 바로 그 ‘아라라트산’으로 여기기 시작했다”며 “서아시아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존재했던 고대 문명으로 인류 최초의 문명이라 알려진 수메르문명은 아라라트산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수메르 문헌에 성경의 천지창조, 에덴동산과 유사한 내용이 나오고 ‘아라라트’의 어원을 풀어서 해석하면 ‘성스러운 땅’이란 의미가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또 아라라트에는 하나님을 뜻하는 ‘알’의 의미도 담겨 있다.

폴란드 스웨이츠대학교 로만 피보와르직 교수는 수메르문명을 비롯해 중남미 마야족과 아즈텍족 사이에 대대로 전해진 홍수 기록, 노아와 그의 자손들의 삶 연대표 등을 제시했다.

피보와르직 교수는 “여러 사료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실제로 과거에 하나님의 심판인 대홍수가 전 세계적으로 있었고 노아와 그의 자손들은 방주를 만들어 피난처로 삼았다”며 “이후의 구원까지 이 모든 건 신(하나님)과 하나가 되는 사건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터키문화관광부 수석감사관을 비롯해 도우바야지트 시장, 아리대학교 총장 등 현지 주요 인사들도 노아의 방주 연구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일디즈 알카르 도우바야지트 시장은 “노아의 방주가 아라라트산에 있다고 믿는다”며 “유대인과 기독교인, 무슬림 모두에게 있어 중요한 이 땅에 많은 이들이 찾아와 활발한 연구를 이어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지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터키 내 여러 유적지에서 많은 유물이 발견되지만, 보존이나 연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방치되거나 유실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심포지엄 참석 학자들이 관련 연구를 서두르기로 뜻을 모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아라라트산뿐 아니라 성서고고학 분야에 유의미한 발견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슬람 국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6년 넘게 현지 왕자 주치의로 활동했던 김승학 장로는 지난 2월 다시 찾은 사우디 라오즈산 앞에서 민수기 19장 2절 속 ‘붉은 암송아지’가 그려진 고대 암각화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라오즈산은 김 장로가 모세가 하나님에게 십계명을 받은 시내산의 실제 장소라고 꼽은 곳이다. 그의 이 같은 주장에 심포지엄 참석자들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김 장로는 “번제와 정결 나아가 예수님의 재림을 상징하는 ‘붉은 암송아지’ 그림이 이슬람 땅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은 그 의미가 무척 크다”며 “노아의 방주와 함께 이번 발견에 관한 연구를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도우바야지트(터키)=글·사진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