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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의 소리] 탄소 제로와 모두를 위한 걷기



길에 나가면 걷는 사람은 별로 없다. 차들이 우선이다. 걷다 보면 도시의 길은 중간에 끊긴다. 도시의 숲이 모인 공원까지 차의 접근이 편해져 걸을 공간이 더 줄고 있다. 차를 타면 어디든 빨리 갈 수 있다 보니, 모두 걷기보다 차를 타고 속도를 낸다. 결국 운동은 부족해지고 주변 생명을 보고 듣고 느낄 겨를조차 없어진다.

다행스럽게도 요즘 시간을 내어 걷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몸의 건강과 마음의 평화 그리고 지구를 위한 걸음이다. 하루 6000보면 건강이 개선되기 시작해 1만보부터는 체중 조절이 가능하다. 일주일에 최소 3시간 또는 하루 30분 동안 속도감 있게 걸으면 심장병의 40%가 줄고, 매일 1시간씩 빠르게 걸으면 당뇨병 위험도 절반까지 준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어르신의 경우 일주일에 3번 이상 빠르게 걷는 것만도 우울증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 규칙적인 걷기는 기억 상실을 막고 긍정적 생각을 하도록 돕는다. 뇌로 가는 혈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걷기는 걷는 사람에게만 좋은 게 아니다. 걷는 만큼 자동차를 세워두면 탄소 배출량이 준다. 교통수단 중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것이 항공기인데, 기차와 비교해 탄소 배출이 20배나 더 많다.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해외여행의 수요가 다시 꿈틀거리는 때이니, 하늘에 내는 자신의 탄소발자국에 대한 살핌이 필요하다.

부득이 항공기를 타야 한다면 탄소발자국을 지우는 플랫폼을 활용하면 좋다. 항공기를 타면서 배출한 탄소를 ‘0’으로 지우는 일이다. 유럽 항공사들이 앞서 있다. 항공편을 입력하면 해당 여정의 탄소량과 그에 따른 걷기 등 상쇄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참여를 독려한다. 꼭 항공기에 대한 탄소발자국 지우기가 아니더라도, 자동차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공동체와 더불어 ‘내가 만든 탄소발자국 지우기’(Carbon Offset) 캠페인을 시도해 봐도 좋다. 탄소 제로 걷기 등을 통해 선교비를 매칭해 학교와 교회의 옥상에 ‘환경살림나눔발전소’를 세우는 일도 진행되고 있다.

걷는 것이 즐겁도록 지역사회 안에 ‘탄소 제로 나무 심기’ 프로그램을 연결해봐도 좋다. 교우들과 걸으며 우리의 도시에서 걷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어떤 변화를 기대하는지 묻기를 바란다. 함께 쾌적하고 안전하게 걷기 위한 의제를 찾아내 지역의 정책 결정자에게 요구해도 좋다. 처음에는 몇몇 일상과 교회의 탄소발자국을 지우는 수준에서 나무를 심겠지만 지속해서 나무를 심으며 거리에 숲길을 내다보면, 걷는 것이 오히려 편한 도시, 더 안전한 도시로 변화시킬 수 있다. 그것이 그 길을 걷고 있는 모든 이들을 존중하고 안전하게 함께 사는 길이다.

프랑스 파리는 도심 주차 공간을 없애는 시도를 감행하면서 거리와 공원에 아기 한 명당 한 그루의 나무 심기로 6년간 17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그로 인해 4개의 대형 공원이 조성돼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늘었다. 나아가 육류소비가 줄고 텃밭이 활성화되는 등 사회적 변화도 생겨나고 있다. 스페인의 한 초등학교는 ‘워킹 버스’ 프로그램을 도입해 선호 이동수단을 개인 승용차에서 도보 걷기로 바꾸었다. 함께 걸어서 등교하는 것이 지역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높이고 아이들의 사회성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모든 도시와 마을에 두루 다니며 가르치고 복음을 전파하며 모든 병과 약한 것을 고치신(마 9:35) 주님을 기억하며 날마다 지금 내가 사는 곳을 걸어보자. 걷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일상과 기후를 살려낼 수 있다. 나와 우리 교회가 있는 도시를 걷기 좋은 곳으로 바꾸려면 어디에 어떻게 나무를 심는 것이 좋을지 상상해 보자. 그리고 변화를 위해 지역사회 안에서 이를 요구하자.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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