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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시론] 한국교회의 귀환



코로나19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우리에게 드디어 저 멀리서 터널 끝을 알리는 빛이 보이는 것 같다. 터널을 나와 활짝 펼쳐질 세계는 어떤 세계일까? 분명한 것은 우리가 터널을 들어가기 전에 익숙했던 세계와는 많이 다른 세계일 것이라는 점이다. 작년 초반에만 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하루빨리 감염병을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오기를 기대했다. 이때 포스트 코로나는 코로나가 과거 시제로만 존재하는, 즉 코로나 없는 상태를 의미했다. 그러나 그런 의미의 포스트 코로나는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우리는 코로나와 함께 살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됐다.

우리가 교회에 관심을 두고 생각해 볼 때 이런 상황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기원전 586년부터 시작된 바벨론 포로 생활을 끝내고, 기원전 538년 이후 고국으로 귀환해 성전을 다시 짓고 종교적 제도와 신학을 재정비해야 했던 상황과 비슷하다. 포로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사람들은 꿈에도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그곳에는 이미 수십년 동안 기반을 잡고 생활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귀국한 사람들도 귀국 시기와 포로로 있었던 지역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관점과 이해관계를 갖고 있었다. 포로기 이전과 같은 단일한 동질적 공동체를 이룬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예루살렘 성전을 건축하고, 성벽을 쌓고, 외국인과의 결혼을 정죄하는 등의 방식으로 순혈주의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큰 흐름에서 볼 때 이스라엘의 종교는 다양성을 포용하고 보편적 가치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특히 크게 변한 것은 신에 관한 인식이었다. 그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은 야훼를 모든 전쟁에서 이기는 신으로만 믿고 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대제국과의 전쟁에서 패하고,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고, 하나님의 백성이 포로로 끌려가는 경험을 한 후에 그런 신관은 도전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예언자들은 하나님이 대제국의 왕을 도구로 사용했다고 해석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민족만의 신이 아니고, 지상의 모든 나라를 다스리는 주재자임을 선포했다. 포로 생활을 하면서 이방 나라의 제도나 문물이 뛰어나다는 것을 경험한 이스라엘 사람들은 포로기의 경험과 기억을 전부 고통스럽고 악한 것이라고 버린 것이 아니라, 취사선택함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사용한 셈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살아갈 한국교회에도 이와 비슷한 신앙고백과 통찰이 필요하다. 코로나 시대에 한국교회는 예배당에서 예배드리는 것을 멈추고, 그동안 세속적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공간에서 예배를 드리는 시간을 가져왔다. 팬데믹이라는 재앙에 대처하기 위해 교회의 본질로 여겨졌던 활동도 포기하면서 정부의 방역지침을 따르기 위해 노력했다. 이 기간을 통해 교회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대단하다는 것(물론 그 영향은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겠지만)을 많은 사람이 새롭게 깨닫게 됐다. 코로나 감염병은 어떻게 보면 예배당 안에 숨어 있었던 기독교인을 광장으로 나오게 했다. 교회의 활동이 공공의 관심거리가 됐고, 교회도 사회적 문제에 큰 관심을 두게 됐다.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으로 다시 새롭게 출발할 한국교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이스라엘 백성이 큰 재앙을 겪고 나서 하나님을 부족신이 아니고 모든 민족의 주재자로 고백했던 것처럼, 한국교회도 교회 중심의 신앙에서 하나님 나라 중심의 신앙으로 관점을 바꿔야 한다.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의 정신으로 교회 울타리 넘어 더 넓은 영역이 하나님의 관심임을 확인해야 한다. 한국교회 미래의 명암은 교회가 얼마나 원래 모습을 회복하느냐보다는 얼마나 열린 마음을 갖고 교회 밖의 세계에 관심을 두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이대성 연세대 교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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