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묵상과 묵살



코로나 시대는 신앙에서도 큰 위기로 다가옵니다. 교회를 찾아 예배하지 못하는 시간이 많아지거나 길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면 믿음을 지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교회와 믿음의 큰 숙제가 됐습니다. 처음 하는 숙제여서 도움 받을 만한 참고서가 따로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매일 아침 교우들에게 성서일과 본문을 문자로 보냅니다. 성서일과 본문 중 한 구절을 묵상한 뒤, 교우들과 문자로 소통하지요. 성서일과를 보내고 나면 교우들의 반응이 이어집니다. “아멘”이라고 짧게 답하는 이들도 있고, 같이 묵상하며 자신이 느낀 점이나 다짐을 보내주기도 합니다.

며칠 전이었습니다. 한 교우가 말씀을 묵상한 결과를 보내줬는데 뜻밖의 내용이었습니다. “말씀을 묵살하고 삶에 적용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묵살’이 ‘묵상’의 오기라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묵살이라는 오기는 묵상의 의미를 또렷하게 해주었습니다. 말씀 앞에서 우리는 묵상과 묵살 사이에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