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트루디 (1) 동양인처럼 생긴 나의 외모는 하나님의 빅 픽처?

트루디(왼쪽) 사모와 남편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가 2016년 극동방송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금도 사람들은 내게 “미국 사람인데도 동양인처럼 생겼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머리카락이 갈색인데다 체구도 아담하고 작아 동양적으로 보인다는 뜻인가. 지금은 익숙한 얘기지만 내가 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낼 땐 그런 점을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다.

나로 말하면 오히려 작은 체구 때문에 친구들에게 ‘flea(벼룩)’이란 별명으로 불렸다. 아담한 걸로 치면 코알라처럼 귀여운 동물도 있을 텐데 왜 하필 벼룩이었을까. 어쩌면 작은 체형 덕분에 빌리(김장환 목사) 눈에 띄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빌리는 내가 열심히 아르바이트하는 모습을 보면서 반했다고 말하지만 그 이면엔 외모의 영향도 분명히 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갈색 머리에 갈색 눈, 게다가 160㎝ 남짓한 키는 어쩌면 한국에 보내시기 위해 하나님께서 맞춰주신 최적의 신체조건이 아니었을까.

내가 태어난 곳은 인구 1000여명이 되는 미시간주의 작은 마을이다. 4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는데 호숫가 마을에서 친척들과 이웃들이 모두 대가족처럼 어울려 살았다. 호숫가에서 헤엄도 치고 고무보트를 타면서 친구들과 놀았다. 대게는 예수 믿는 가정의 아이들이었다.

우리 가족들과 친척들은 모두 감리교회를 다녔다. 주일에 일가친척이 모두 모여서 같은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모습을 떠올려보면 요즘은 좀처럼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아니었을까 싶다.

부모님은 대학 시절 시카고에 있는 감리교회에서 만나 졸업 후 곧바로 결혼하셨다. 아버지 러셀 스티븐스는 퍼듀대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고등학교 때 전교에서 1등을 한 어머니 메리 톰슨은 맥머리대에서 장학금을 받으면서 스페인어와 프랑스어를 전공했다. 두 분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면 정말 잘 어울리는 커플이다.

부모님은 평생 신앙생활을 성실하게 했다. 그 덕분에 나와 형제들도 신앙을 일찍부터 키울 수 있었다. 아버지는 자동차 부속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했다. 조용한 성격이지만 늘 다정하게 나를 대해줬다. 고등학교에서 스페인어를 가르친 어머니는 “여자도 사회활동을 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며 예의와 질서를 지키고 친구와 잘 지내야 한다고 조언해 줬다.

우리 4남매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사를 분담해 맡은 일을 했다. 저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자기 용돈은 스스로 마련했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해서 어려운 건 아니었지만, 자립심을 키워주기 위한 두 분의 교육철학이었던 것 같다.

나는 중학교 1학년 때 토요일에 하루 종일 옆집 아기를 돌봐주고 1달러를 받는 일도 했다. 깐깐한 아주머니의 매섭지만 장난스러운 눈빛이 지금도 생각난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부모님에게 정식으로 용돈을 받기까지 나는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 버는 재미와 일의 보람을 찾을 수 있었다.

약력=1938년 미국 미시간주 레이크뷰 출생, 1958년 밥존스대 교육학과 졸업,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와 결혼, 1959년 11월 세계기독봉사회 선교사로 남편과 함께 파송돼 수원에 정착, 한양대 수원대 아주대 영어 강사(1980~94), 중앙유치원 원장(1979~2017).

정리=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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